1991년 12월 25일. 성탄절이었던 이날, 인류는 특별한 성탄 선물을 받았다. 바로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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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구 소련 대통령 ⓒ연합뉴스 |
미국과 함께 양대 초강대국으로 불리며 냉전을 이끌던 구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계속되는 경제난과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 속에 이날 사임했다. 곧이어 소련의 주축 구성 국가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의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성명서에 서명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소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소 대립 체제가 붕괴되면서 냉전 역시 끝을 맺었다.
냉전기간동안 미국과 소련은 서로에게 핵무기를 겨냥해놓고 있었다. 소련은 25,000여발을 미국은 20,000여발을 가진 상태로 유사시에 버튼만 누르면 전부 상대국으로 투하될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였다. 전쟁이 시작되면 전쟁 결과에 상관없이 양측 모두 종말을 맞을 것이 확실한 ‘상호확증파괴’상태였다. 사소한 외교적 마찰이나 군사적 위협이 곧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심지어는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핵미사일이 발사될 뻔한 적도 있다. 냉전시기동안 지구는 수백 번의 멸망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이날 소련의 멸망과 동시에 세계 군사력 경쟁에서 미국의 독주가 시작되며 인류는 평화를 맞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만은 예외다. 북한은 휴전 후 수백 번에 걸쳐 무력도발을 감행했으며 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대북풍선 살포현장을 조준포격하겠다며 포탄을 장전하고 방열까지 한 모습이 포착되었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세계평화마저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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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설한지 극복 훈련 중인 특전사 대원들이 강원 평창군 황병산 훈련장 눈밭에서 정찰감시 등 실전상황과 같은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가운데 한반도는 유일하게 냉전의 유산이 잔존하는 땅이다. 일각에서는 한반도를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의 섬”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상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약화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 중론인 가운데 “군복무를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이행을 앞두고 현실성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10일 각 가정에 배포한 정책공약집을 통해 복무기간 단축 대신 복무기간을 ‘공무수행기간’으로 인정해 경력평가에 반영하고, 복무기간만큼 직장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보상의 확대 및 사병 봉급의 단계적 인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 구도가 잡히자 선거 사흘 전인 12월 14일 서울 삼성동 유세 연설에서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발언했으며 선거 전날 광화문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당시 이를 두고 포퓰리즘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나 박 당선인은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접지 않았다.
군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이슈인 셈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복무기간을 줄여 18개월로 축소하는 방안을 공약했고 이명박 정부때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국가안보가 불안해지자 복무기간을 2011년 2월부터 21개월로 동결했으며 현재까지 유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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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청소년 인구 수 전망 ⓒ연합뉴스 |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출산율 저조가 큰 문제로 대두되어왔다. 이는 곧 병역자원 부족으로 직결된다.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을 21개월로 동결해도 2029년에는 약 3만7000여명의 병역자원 공백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당선자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한다면 2029년에는 최대 6만9000여명의 병역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역자원의 부족은 단순 인력부족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방부는 부족한 병역자원을 부사관과 유급지원병을 증원해 보충할 계획인데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7500억원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사병 월급을 두배로 인상하려면 연 5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든다.
게다가 병역자원의 질 저하는 통계로 나타낼 수 없으므로 실제 국방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앞다투어 내놓는 것은 하나의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조사기관마다 다소의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대통령들의 공약이행률도 절반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국민들 역시 모든 공약을 다 지킬 것이라고 믿으며 표를 던지지 않는다.
복무기간 단축 공약의 현실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 이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그러한 이유다. 9일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와 댓글란, SNS에서는 복무기간 단축을 재고해달라는 국민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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