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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박정희를 존경하게 되었는가-10월 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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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TRIOTISM 작성일12-07-18 13:48 조회2,9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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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박정희를 존경하게 되었는가
박정희에 대한 올바른 평가 없이는 우리는 자기 기만 속을 한동안 헤매게 될 것임을 지적하고 싶은 것뿐이다. 활자로 된 글은 영원히 남는다. 나는 이 글로 두고두고 욕을 먹겠다.
金相基   
  하인에게 영웅이 될 수 있는 주인은 없다'는 격언이 있다.
  주인을 가까이 모시고 시중드는 하인에게 있어, 그는 여느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먹고 마시고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철학자 헤겔은 특유의 해학으로 여기에 한마디 거든다.
 
 
  '하인에게 영웅이 있을 수 없는 이유는 영웅이 영웅이 아니어서가 아니고 하인이 한갓 하인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웅은 그의 시대가 뜻하고 갈망하는 것을 파악하여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그는 가장 훌륭한 공론조차도 별의별 허위를 그 속에 품고 있음을 간파하여 모든 반대와 저항을 무릅쓰고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다치고 고초를 겪으며 때로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는 성질이 모질고 독하며 개인적 야심과 명예욕이 남달리 강하다. 그는 한마디로 '자존 망대 유아독존'의 화신이므로 성인군자와는 거리가 멀고, 장자가 말하는 '하늘로부터 버림받 은 자'이다. 그의 죽음이 흔히 비극적인 비명 횡사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영웅의 개인적 야심과 인간적 약점을 들어 그의 불순한 동기를 과장하여 그의 업적을 폄척(貶斥)하는 것은 역사를 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헤겔은 영웅의 심리분석과 중상에 골몰하는 고매 한 도덕군자를 맹렬히 공격하여 이 도덕의식을 비열한 하인배의 의식이라고 멸시해 마지 않았다. 역사의 심판대에서 가장 순결한 도덕의식이 가장 비열한 위선으로 전도하는 대목은 그의『정신현상학』에서 섬뜩한 충격을 주는 부분이다.
 
  영웅이 많지 않은 우리 역사에서 박정희는 풍운아요 영웅이었다.
 
  그의 독재 밑에서 고초를 겪은 수많은 민주인사와 義人이 아직도 상처의 아픔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말을 하기 괴롭다. 특히 인간적으로 가까운 선배와 친구들이 느낄 배신감을 생각할 때,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필자의 펜 끝이 비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순결한 도덕의식도 없으면서 하인배의 의식수준으로 자꾸 내려가는 나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싶다. 5.16은 아직도 우리에게 시간적으로 너무 가깝다. 5.16과 박정희에 대 한 역사적 조명은 한국의 민주화가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그의 독재에 항거한 義人들의 마음의 응어리가 풀려 그를 용서하는 때가 와야 제대로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의인들의 도덕성과 함께 박정희의 개발독재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아니 먼 훗날 의인들이 까맣게 잊혀지고 마는 때가 와도 박정희는 찬연히 빛나는 큰 별이 되어 계속 추앙을 받을 것이다.
 
  세계, 특히 제3세계를 보면 義人이 많은데 박정희 같은 인물이 없어서, 그들의 희생이 알찬 발전의 물질적 기반을 얻지 못한 결과 도로에 그치고 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산업화의 토대 없이 앞질러간 정치투쟁은 산업화마저 어렵게 하여 쟁취한 민주와 자유 그 자체를 망가뜨리는 비극적 결말도 흔히 가지고 온다.
 
 
  박정희를 이토록 높이 평가하는 마음의 바닥에는 그에게 허심탄회하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그가 5.16을 일으킨 때부터 시해 당한 그날까지 그를 미워했고 지금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미워한다는 것은 그가 이룩한 업적에 대한 평가와는 당연히 무관해야 마땅하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나 같은 책방서생이 반대하는 일만 골라가며 했기에 큰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하는 것이 옳다.
 
  그는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내가 굳게 믿은 일들을 무서운 집념으로 추진하여 번번이 성공시킴으로써 나를 부끄럽게 했다. 교과서 읽고 원칙론을 맹신하는 선비, 수신제가 좋아하는 君子, 서구식 민주주의 좋아하는 사람, 예수 믿는 사람, 좌파이론에 중독되어 무아경에 빠져 있는 사람을 모두 철저히 무시하고, 그는 오로지 마키아벨리의 군주처럼 철두철미 권력의 논리만을 따라 통치권을 극대화하여 경제 개발을 박력있게 이끌어갔다. 이것이 바로 그의 위대함이다.
 
  박정희의 개발독재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지금 나라 밖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세계에서 그의 位相이 높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전혀 다른 역사적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의 나라들이 그의 성공에서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산업화를 추구하는 후진국에서 그가 누리는 존경은 대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 안에서는 3공, 4공 그리고 연속이었던 5공에 대한 객관적 평가 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주로 박정희는 멜로드라마의 주역, 비화의 주인공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시간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나 간단한 상식에 속하는 몇 가지 이슈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아는 뻔한 사실마저 분위기에 눌려 은폐하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자기 기만의 족쇄로 묶어두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른바 대권주자 한 분이 어느 잡지에 박정희를 평가하여 경제개발에 약간의 공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발전할 여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했던 것이리라는 뜻의 글을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정치지도자는 국민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고도성장이 이루어진 것이지 박정희가 정치를 잘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정치인들을 보면 암담한 생각이 든다. 국민이 모두 열심히 일해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은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이들의 얘기를 뒤집어보면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이 된다.
 
  '한국경제가 성장한 것은 박정희 때문이라기보다 국민이 열심히 일한 결과이다' 라는 주장은 '북한경제가 낙후한 것은 김일성 父子의 위대한 영도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동포가 게으르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라는 주장과 꼭 같은 낮은 수준의 오류이다.
 
  문제는 어떤 지도자의 어떠한 정책이 국민으로 하여금 열심히 일하게 하는가이다. 여기서 박정희는 성공했고 김일성은 실패했다. 경제가 어느 수준에 이르게 되면 정부 통제의 효율성이 내려가고 심지어 역기능까지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 발전의 첫 단계에서 정부의 역할은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잘못된 일은 모두 정부의 책임이고 잘된 일은 국민의 공이라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다. 3공, 4공 때의 탄압과 人權유린이 정부, 특히 박정희와 무관하며 우리의 후진성 때문에 불가피했던 일이라고 하는 어리석음보다 나을 것이 없다. 人權유린은 박정희의 책임이요, 경제개발의 動因 창출은 그의 업적이다. 그리고 前者는 後者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람시는 공산당의 조직을 논하면서 이를 군대와 장군의 관계로 비유했다. 그는 군대를 창군하는 일은 유능한 장군을 양성하는 것보다 쉽다고 했다. 장군들을 잃어버리면 군대가 와해하지만, 한 무리의 유능한 장군들이 軍수뇌부를 이루어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힘을 모으면 없던 군대가 순식간에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엘리트주의는 공산당 조직뿐 아니라 후진국 개발 독재체제에 전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박정희가 경제발전에 공이 큰 것은 인정하지만, 이것은 그가 오직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함이었다고 비판하는 입장도 있다. 그는 물론 권력욕이 남달리 강한 覇道(패도)의 정치인이었고 권모술수의 전문가였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 경제개발을 위하여 장기집권을 했는지 장기집권을 위하여 경제개발에 힘썼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한 후진국의 지도자가 박정희만큼 경제개발을 세차게 밀고 나갈 수 있다면 나는 그가 장기집권을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겠다. 개발독재가 오늘의 한국에서 백해무익한 것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그 역사적 중요성을 망각해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4공화국의 유신체제는 불행한 일이었다. 그는 무리수를 너무 극단으로 밀고 나가 결국 非命에 가고 말았다. 그러나 유신체제가 어느 경우에나 무조건 나쁜 것인지는 따져볼 가치가 있다. 원컨대 북한이 하루속히 유신체제를 채택하여 一人독재와 효율적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이 국가 연합체를 배격하고 완전한 단일 통일국가를 추구하면 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 통합 이외의 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어떠한 형태의 남북화해에도 제일 큰 걸림돌은 남북한의 경제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공연히 1995년에 조국을 통일한다고 인민을 우롱하지 말고 북한은 박정희 유신체제를 채택하여 10년 정도 경제개발과 생활수준 향상에 全力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박정희를 폄하하는 또 하나의 시각은 절대빈곤을 없앤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 그까짓것을 하려고 장기 독재를 했는가 하는 비판이다. 젊은 학생들이 주로 하는 주장인데 절대빈곤을 전혀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그런데 제3세계의 절대빈곤을 얘기해보면 미국 학생들이 오히려 더 참을성 있게 귀를 기울인다. 굶주림이 무엇인지 모르는 한국학생과 미국학생이 다르지 않은데 한국학생이 더 참지 못하는 것은 절대빈곤 이야기를 지겹게 들었기 때문이리라. 이것은 졸부의 아이들이 부모가 고생하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너희는 복에 겨운 줄 알아라고 하며 공치사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배곯은 자랑 다음에는 현실영합까지 강요하려 드니 젊은이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화에 따르는 계급모순의 첨예화에서 이들의 정치화는 그 사실이 바로 한국 사회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고, 보릿고개 이야기는 궁상떠는 기성세대의 푸념 정도로 무시되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상대적 빈곤이 절대적 빈곤보다 결코 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기세 등등하게 주장하는 것은 딱하게 보인다.
 
  굶주림은 간디 옹처럼 한달 넘게 단식하다가 숨을 거두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일의 삶, 동물적 생존 그 자체의 불확실성이 만들어내는 도덕적 타락과 별리현상의 전체를 포괄하는 무서운 진실을 뜻하는 것이다. 배고픔을 체험할 수 없는 사람들은 남의 체험을 통해서라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배고픔을 모르는 우리 젊은이들이 단 한 세대 전의 체험으로부터 단절되어 있을 뿐 아니라 50억 인류의 3분의 1이나 되는 사람의 삶으로부터도 차단되어 있음을 예사롭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절대빈곤의 극복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까짓 것'이 될 수 없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인에 대한 평가가 해마다 높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해외에서 살아왔다. 한국의 학생들이 이념서적을 200권씩 독파한다는 소문이 퍼져서가 아니다. 이념서적 독파 정도가 아니라 그 책들을 써내던 사람들이 한국인의 각고에 찬 노력과 성공을 깊이 존경하게 되었으며 박정희라는 개인의 지도력에 주목하고 잇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화는 후진국 인민들에게 큰 희망을 준 성공의 모범이요, 전형인 것이다.
 
  개발에 힘쓰는 정치지도자, 그 이론가들은 박정희가 다른 저개발국에 나타난다고 해도 한국같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교육수준, 가족윤리, 노동규율은 제3세계에서 예외였던 것을 이들은 알고 있으며, 1970~80년대의 국제 경제환경이 한국상품의 해외진출을 크게 도왔음을 모르지 않는단다.
 
  그러나 절대빈곤 속에서 질식상태. 빈사상태에 놓여 있는 한 인민이 강력한 지도자에 의하여 큰 생산적 에너지로 동원될 수 있으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물질적 토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능하다는 확신을 박정희는 이들에게 심어주었다.
  한국은 세계 속의 희망의 나라가 되었고 박정희는 이 신화의 주인공이다.
 
  박정희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청년시절의 행적, 즉 일본육군의 장교로서의 과거를 거론하여 비판하는 입장이 있다. 日帝치하에서 그와 같은 길을 걸었던 한국청년의 수가 적지 않았으나, 이런 사람은 국가원수가 될 수 없는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고 박정희는 친일분자일 수밖에 없고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망친 자라고 극언하는 사람도 있다. 對日굴욕 외교, 일본 경제의 종속이 모두 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에 대한 한국의 위상은 굴욕 종속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전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실용주의 노선은 결국 어떤 명분론보다도 민족自尊의 길임이 입증된 것이다. 젊을 때 만군의 장교였던 사람이 만주벌판에서 武力항쟁한 사람보다 훨씬 큰 업적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민족사의 아리러니가 아닐 수 업다. 젊었을 때의 행적으로 한 사람의 생애와 업적을 평가하는 것이 무모한 일임을 알 수 있다. 크게 될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은 거짓말이다.
  이 시점에서 박정희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글은 누구를 위하게 되는가? 아직도 군사문화가 완전히 청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구를 도우려고 박정희를 칭찬하는가? 이 글에 대하여 분개하고 필자를 욕할 독자가 많이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정직하기 위하여 내가 보는 대로 진실을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3공,4 공 세력에 이 글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지도 않으며, 설사 약간의 도움이 된들 나쁠 것이 무 엇인가? 과거에 우리는 黑과 白, 善과 惡을 명확히 가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黑과 白을 포괄하여 파악하는 정치적 성숙성이 요구되는 더 높은 단계로 왔다.
 
  지난날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던 양심인사들이 민주화가 시작된 이래 보여 온 치졸무쌍한 작태도 볼 만큼 봤고, 독재자들의 큰 업적들이 새삼 돋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 다. 이것이 독재로의 회귀를 원하는 마음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박정희 에 대한 올바른 평가 없이는 우리는 자기 기만 속을 한동안 헤매게 될 것임을 지적하고 싶 은 것뿐이다.
 
  활자로 된 글은 영원히 남는다. 나는 이 글로 두고두고 욕을 먹겠다.
 
  * 이 글은 월간조선 1991년 5월호에서 전재한 것이다. 필자는 당시 미국 南일리노이 대학 교수
[ 2012-07-18, 01:17 ] 조회수 : 1112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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