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이제 더 이상 제주도지사는 없다. 도민의 안위는 뒤로한 채 끌려 다니는 도지사는 인정할 수 없다.”

5년 넘도록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펼쳤던 강정마을 주민들이 우근민 도지사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도지사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 노력을 했던 강정주민들은 강력한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예고했다. 주민들은 우 지사의 사진을 불로 태우면서 삭발까지 감행했다.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범대위, 강정지킴이 일동은 24일 오후 3시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정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해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처장 등 수십여명이 자리했다.

   
 
강동균 회장은 우 지사가 취임 후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해 윈윈 해법을 언급한 것과 관련, 말 바꾸기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강동균 회장은 “우 지사는 분명히 주민들의 편에 서서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며 “주민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정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지만, 지금 강정마을에는 불법공사가 난무하고 있으며 이 같은 사실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정주민들은 5년 넘게 피눈물을 흘려왔지만 한 번도 우 지사를 압박한 적이 없다. 우 지사의 약속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우 지사는 지금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말을 했다. 강정주민과 제주도민들은 결국 우 지사의 사기행각에 놀아났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또 “경찰에 의해 강정주민들은 말 한번, 몸 짓 한번 잘못하면 연행되고 있는데 그 때 마다 우 지사는 경찰을 향해 말 한번이라도 한 적 있느냐”며 “이제 남은 것은 우 지사를 도청 청사로부터 끌어내는 일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우 지사는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자신이 없다면 도지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부터 새로운 도지사를 뽑고 당당하게 정부와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일 평통사 사무처장도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김 사무처장은 “지금 강정마을에선 어마 어마한 인권유린이 낭자하고 있는데 우 지사는 한번이라도 찾아와서 면담해 본 적이 있느냐”며 “우 지사는 이런 모습을 방치한 채 어제, 오늘 장난만 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김 사무처장은 “서울에서 내려와 강정마을에서 1년 5개월째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싸움을 해봤지만 이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처음 겪어봤다”고 말했다.

배기철 군사기지저지범대위 공동대표는 제주도정을 ‘거지도정’이라고 규정했다. 배기철 대표는 “지금까지 이렇게 멍청하고 거지같은 도정은 없었다”면서 “제주도민이 이런 도정을 어떻게 믿고 제주도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겠느냐”고 꼬집어 말했다.

배 대표는 “제주도의 미래는 15만t 크루즈선에 있는 게 아니라 구럼비에 있고, 강정마을에 있고, 바로 제주도민들의 자존심에 있다”며 “제주도민들의 자존을 짓뭉개는 도정은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자존 있고 줏대 있는 도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어제 우 지사가 한 발언이 아직 신문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다”며 “우 지사는 혓바닥이 두 갈래, 세 갈래로 찢어져 있는 것 같다. 전생에 뱀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24일)부로 제주특별자치도에 도지사는 없다. 더 이상 우 지사에게 그 어떤 부탁도 하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며 “반드시 도민의 힘으로 우 지사가 스스로 무릎을 꿇고, 우리의 명령을 듣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강정마을회와 범대위는 이날 이후로 우 지사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지의 상징인 도청 앞 농성과 1000배 기도를 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