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6 혁명전야 (새벽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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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5-20 11:15 조회5,84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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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특파원
이날 새벽 후 지이 기자는 전날 밤에 늦게까지 마신 술 때문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후 지이 기자는 일본 교오 또 통신의 서울 특파원이었다.
호텔로 돌아온 후 지이는 깊은 잠에 빠졌다가 총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아니, 웬 총소리야?”
그는 반사적으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4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이런 생각을 하며 그는 갈증을 달래기 위해 냉수 한 컵을 들이켰다. 그 때 또 총소리가 들여왔다.
어디선가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후 지이는 침대에서 뛰쳐나와 부랴부랴 옷을 입었다.
창밖을 내다보았으나 캄캄한 밤하늘만 보일 뿐이었다.
수화기를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미8군 공보실로 다이얼을 돌렸다.
“난 일본의 교오 또 통신 특파원이오. 지금 총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서 전화를 하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는 영어로 이렇게 물었다.
“아, 별일은 아닙니다. 아마 군부대에서 야간훈련중인가 봅니다.”
그리고 통화는 끊어졌다.
<군부대에서 야간훈련? 야간훈련 같지가 않는데… 이상한 걸?>
후 지이는 다시 미국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 아직 확인된 건 아니지만 김포에 있는 일부 한국군이 반란을 일으킨 모양인데, 진압군에 의해서 진압되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화는 또 끊어졌다.
“반란?”
후 지이는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미국의 학자 스칼라피노 교수가 ‘콜론보고서’에서 엿 다.
후 지이는 언젠가 이 ‘콜론보고서’에서 스칼라피노 교수가 ‘…군인들 사이에 불만이 많아서 쿠데타의 위험이 있다’ 고 말한 대목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대목이 생각났던 것이다.
<… 반란이라고 그랬지? 그렇다면 군부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게 아닌가?>
총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중국 요리 집 아 서 원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있는 건물 (반도호텔)과 ‘아 서원’ 사이 길로 웬 지프차가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이 지프차에 국무총리 장면이 타고 있다는 걸 후 지 이는 나중에 알았다.)
후 지 이는 급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8층으로 뛰어 올라 갔다.
“아, 후지이씨?”
후지이가 8층 NHK 특파원 실에 허겁지겁 들어서자, NHK 특파원들과 요미우리신문의 시마모도 특파원이 방안에 있다가 반색을 했다.
“암만 해도 군부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 같은데요.”
후지이의 이 말에 모두들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난 꿈속에서 들은 줄 알았다니까, 총소리를.”
NHK 특파원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더 가까이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이거,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은데 …”
누군가가 불안한 소리를 했다.
“아니 저기 군인들이?”
시마모도가 창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불빛 아래로 총을 겨눈 군인들이 탄 트럭이 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쨍!’ 하는 요란한 소리가 귀청을 때리면서 유리 창문이 박살났다.
엉겁결에 세 사람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연달아 총탄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였다.
“나 가 자 구. 여기 있다가는 안 되겠어!”
NHK 특파원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잇달아 후 지 이와 시마모도도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는 총소리에 놀라 뛰쳐나온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상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비상계단에는 수많은 총탄자국이 나 있었다.
아마도 요인들이 비상계단으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위협사격을 퍼부은 듯했다.
그들이 계단을 뛰어내리는 순간, 총을 거머쥐고 뛰어 올라오는 군인들과 마주쳤다.
“누구요?”
앞장선 군인이 소리를 지으며 총을 겨누었다. 그 뒤로는 여러 명의 무장군인들이 착검한 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만 같은 자세였다.
“우리는 일본 신문기잡니다.”
시마모도 기자가 서투른 한국말로 겨우 이렇게 말했다.
“일본 신문기자?”
군인들은 잠시 세 사람을 살피고 나서 친절한 태도로 말했다.
“지금 밖으로 나갈 순 없습니다. 아무런 위험도 없으니까 그냥 방으로 돌 아 가시오.”
기자들은 군인들의 말에 따라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눈초리는 매우 날카로 왔고 동작은 민첩해 보였다.
특파원들은 잠시 후 날이 훤히 밝자. 길 건너편에 있는 합동통신사로 가서 군사혁명에 대한 자세한 애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본국(일본)에 기사를 타전할 수도 있었다.
(일본의 신문, 방송이 한국에서의 군사혁명을 재빨리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서울특파원들이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았고 귀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특히, 교오 또 통신의 후 지이 특파원이 그날 아침 나의 눈으로 본 쿠데 타 라는 스케치 기사는 AP통신이 그대로 받아 송고할 정도였다. 후 지이 특파원은 나중에도 군사혁명위원회 장 도영 의장이 육군본부에서 가진 국내 기자와의 회견장에도 끼어 들어가 남보다 빨리 회견 기사를 본사에 또 송고함으로서 특종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영예의 특종 상을 받기까지 했다.)
출처 : 도 큐 멘 타 리 제3공화국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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