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6 혁명전야 (서울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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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5-16 12:13 조회5,8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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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혁명전야 (서울은 비어 있다)
5월의 강바람은 시원했다.
특히 새벽 2시의 강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했다.
그러나 긴장과 흥분에 싸인 박정희는 강바람 따위는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가 차를 세우고 내려가 서 있는 곳은 염창 교(지금의 제2한강교)근처의 한 초가집 앞이었다.
멀리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줄을 이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불빛이 해병여단인 것 같습니다.”
한웅진이 곁에서 말했다.
“그런 것 같소. 여기서 기다려다가 김 장군(김 윤 근)을 만납시다.”
“그러죠….”
어둠속에서 마치 성좌처럼 가물거리는 불빛의 행렬….
그 행렬을 바라보며 박정희는 감회에 젖었다.
고향, 선산의 상 모 리 마을에서 유난히도 가난하게 자라던 소년 시절. 그리고 청운의 뜻을 품고 대구사범에서 공부하던 그 시절….
광막한 저 만주 벌판, 스산한 이역 하늘 아래서 고생도 많았던 만주 군관학교 시절….
지난 4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명멸했다.
그 시각 --506부대에서는 육군본부의 각급 참모들이 작업복 차림에 권총을 찬 채 속속 밀려들고 있었다.
506부대 건물 안은 삽시간에 살벌한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 전화를 거는 고함소리….
“각하, 해병대 병력이 한강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다는 보곱니다.
장 도 영은 어느새 부관이 가지고 온 군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제7헌병중대장을 불러!”
장도영의 고함소리가 연달았다.
“김 대위인가? 나 총장이다. 현재 확보돼 있는 병력은 얼마가?”
“각하께서 명령하신 대로 100명을 대기시켜 놓고 있습니다.”
“좋아! 그 중에서 50명을 배치하여 한강인도교를 폐쇄하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G M C 트럭을 가지고 가서 한강교를 폐쇄해!”
“네, 곧 떠나겠습니다.”
“미군용 차량 이외에는 이 시간 이후 어떠한 차량, 그 누구라도 통행을 못하게 하라!”
“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장 도영은 수화기를 놓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방 자 명 중령을 발견했다.
“아, 방 중령! 방 중령도 7중대와 같이 가서 헌병들을 지휘하시오!”
“알겠습니다. 곧 중화기를 동원하겠습니다.”
“중화기? 아냐!”
“네?”
“중화기는 필요 없어! 카빈만 가지고 가라 구.”
방자명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참모총장의 명령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헌병은 원래가 경무장을 하고 있었으나, 4. 19, 1주년을 전후해서 각종 위기설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에 최루탄, 수류탄, 기관총, 철조망 같은 상당한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쿠데타가 일어난 지금 쿠데타군을 진압하라고 내보내면서 카빈총만 들고 나가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총장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네?”
“G M C로 다리를 막되, 차 한 대가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 놓도록! 미군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은 진입을 못 하도록 막아.”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답을 하고 나가면서도 방자명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일찍이 용문산 전투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운 장 도 영 장군이 어째서 쿠데타군 진압 작전에는 이토록 엉성하단 말인가.
아무튼 장 도 영은 그제 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전화수화기를 들어 장면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했다. 국무총리 장면은 그 시간, 반도호텔 809호실, 그의 처소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국무회의를 늦게 끝마치고 그날 하루의 결재 서류 등을 처리하다가 새벽 1시 경에야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다.
참모총장 장도영의 전화는 국무총리 옆방에 있던 조 인 호 경감이 받았다.
“웬일이 십니까?”
조 인 호는 밤중에 육군참모총장이 전화를 했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순간, 어떤 불길한 예감 같은 번개처럼 스쳤다.
“총리 각하께서는 취침 중이오?”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급한 일입니까?
조 인 호는 놀라움을 진정할 수 없어 다급히 물었다.
“아, 아닙니다. 별로 큰일은 아니고 군의 일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는데 진압됐습니다. 일단 총리 각하께 보고나 드리려 구요.”
장면의 경호책임자인 조 인 호 경감은, ‘반란’ 이라는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반란이라뇨?”
“아니 뭐 대수로운 것은 아닙니다. 총리 각하께서 주무시고 계시면 내일 말씀 드리죠.” 전화를 끊으려는 장 도영을 가까스로 말린 조 인 호는 곧 국무총리 장면을 깨웠다.
“뭐? 참모총장이 ?”
장면은 잠결에도 장도영의 전화라는 말에 놀란 기색부터 보였다.
“장 총장이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됐다고?”
“각하, 심려하실 건 없습니다. 사단에서 장난을 하려는 걸 막아 놓고, 지금 해병대가 움직이려고 하는 걸 한강에서 막을 테니까.”
출처 : 도 큐 멘 타 리 제3공화국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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