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와 산 자[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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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5-10 07:11 조회6,06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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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산 자
이무표 중위가 이끄는 제4중대 특공대는 638고지 서북쪽 방향 경계를 담당하였다.
그 들은 갑자기 앙케 전투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앙케 전투 승리의 주역이 수색중대에서 제4중대로 뒤바뀌고 말았다.
이무표 중위에게는 ‘앙케 의 영웅’이란 호칭과 함께 태극무공훈장을 상신하겠다는 사단장 정 득만 소장으로부터 언질을 받았다.
제4중대 특공대원들과 이무표 중위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였다.
그 들은 축제 분위기로 들떠있었다.
반면에,
엄청난 피해와 수많은 희생으로 638고지를 두 번씩이나 공격하였다.
천신만고 끝에 638고지를 탈환하였다.
638고지 동남쪽 방향에 임시 참호를 구축하였다.
경계 작전을 펼치고 있는 수색중대원들은 앙케 전투 승리의 주역이 수색중대에서 제4중대로 뒤바뀐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들은 앙케 전투 승리의 주역이라는 자신감에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천신만고 끝에 638고지를 탈환하여 앙케 전투 주역이란 자부심에 모두들 들떠있었다.
“이제 가슴에 훈장 달고 고국으로 휴가 간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 들은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얼굴을 꼬집어보기도 하였다.
이슬비가 내리는 참호 바깥으로 뛰어나가 훌쩍 훌쩍 뛰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들 기뻐 어쩔 줄 몰라 감격해 울기도하였다.
그러다가 그 들은, 눈앞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파리 떼와 구더기가 바글거리고 있는 먼저 간 전우들의 영현을 바라보았다.
그 들은 갑자기 머쓱해졌다.
저 세상으로 먼저 간 전우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638고지를 1차로 공격 할 때,
겁에 질려 머리를 땅에 처박고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며 고국에 처자식 때문에 죽으면 안 된다던 박 병장이 왜, 그렇게 측은해 보였을까?
새벽에 특공대로 차출되어 올라 갈 때, 단독군장 차림에 필요한 물과 수류탄만 지니고 배낭과 식량을 다 버리고 나섰다.
때문에,
점심과 저녁을 먹지 못해 갈증과 허기에 시달리며 굶고 있는 나에게 건네주던 눈물겨운 전투식량 (C-레이선) 한 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박 병장의 그 아름다운 전우애를 다시 떠올라 만감이 교차되었다!’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격했던 그 때를 생각할수록 더욱더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그때 박 병장의 모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아!~아! 슬프다!’
‘슬픈 비극의 운명에 산화한 전우들이여!’
‘이 모두가 전쟁이라는 비극의 산물이 아니던가?’
‘잘 가거라! 전우들이여!’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그 들은 마음속으로 자신을 대신해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전우들에게 고개 숙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말!
신의 장난이 여간 짓궂지 않다는 걸 새삼 느껴 본다.
최고의 학벌에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고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한 서울대 출신 최 병장!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탄탄대로의 앞날이 촉망되던 천 병장!
일찍이 장군의 딸을 사귀어 결혼하였다.
고국(서울)에 있는 처자식 때문에 죽으면 안 된다던 박 병장!
이 세 전우는 공교롭게도 도시출신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모두 다 전사하고 말았다.
옛 부터 전해오는 말에 죽은 자식이 더 똑똑해 보이다.
또, 잘 났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이승에서 똑똑하고 능력 있고 탄탄대로의 앞날이 촉망되는 이 꽃다운 젊은 청춘들은 저승에서도 필요해서 일찍 데려갔는가?
반면에,
신의 뜻을 그슬리게 해서 저주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와 내기에 질 것 같았다.
죄 없는 암소자궁을 배터리 전기로 지진 해찰궂은 김 병장!
자신과 사귀지 않는다고 앙심을 품었다.
화장실에 휘발유를 뿌렸다.
옥 새 미에 불이 붙게 장난친 이 상병!
자라 등에 휘발유 부어 불 질렀다.
마을 수호신인 당산나무 베어버렸다는 엉뚱한 권 병장!
이 세 전우는 공교롭게도 시골 출신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참으로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실수든 고의든 부모의 속을 엄청 썩였다.
씻을 수 없는 불효를 저질렀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그 들은 신의 노여움과 저주를 받았다.
때문에,
이앙케 전투에서 틀림없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들은 결국은 죽고 말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전전긍긍하였다.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그러나 그 들은 상처 한 군데 없이 말짱하게 살아남았다.
신의 얄궂은 장난인지?
운명의 귀결인지?
이승에서 말썽만 부리는 꼴통들은 저승에 가서도 말썽을 부릴까봐 데려가지 않는지?
또, 조직의 최연소 보스노릇을 했다는 분대장 김 종일 하사는 왜 못 데려갔는지?
저승에 가서도 조폭을 조직할 까봐 데러가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권 병장은 온갖 생각에 골몰하였다.
그때, 자라 등에 휘발유 부어 불 질렀던 생각이 떠올랐다.
마을 수호신인 당산나무 베어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분명히 이번 앙케 전투에서 살아남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살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행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에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하나님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 당시에는 교회에는 나가지 않아다.
하지만,
이 치열하고 처절한 피범벅 속에서 이 귀중하고 고귀한 생명을 지켜주신 전능하사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고맙다는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난생 처음으로 교회에 나가서, 제일 먼저 배웠던 찬송가 4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송가를 조용히 불렀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와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큰 죄악에서 건지신 주 은혜 고마워
나 처음 믿은 그 시간 귀하고 귀하다.
권 병장은 개척교회 전도사의 전도로 생전 처음 교회에 나가서 이 찬송가를 전도사로부터 열심히 배웠다.
초등학교 졸업식 사은회 때는 이 찬송가를 불러 동창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또, 담임선생님께서도 부르기 힘든 찬송가를 잘 부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당시 앙케 패스 638고지를 탈환하고 또다시 이 찬송가를 불렀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운명을 예시한 것 같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송가 가사처럼, 주님의 은혜에, 잃을 번했던 생명을 찾았다고 생각하였다.
그 죄인을 살려주신 분이 주님이 아니겠는가 하는 영감이 떠올랐다.
주님은 역시 위대하고 은혜로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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