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4·11 총선이 끝난 직후 곧바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중앙선관위원장직 사퇴서와 중앙선관위원 결원통보서를 제출했다. 7월 10일 박일환·안대희·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대법관 임기가 끝남에 따라 관례대로 선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김 위원장에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대법관 임기가 만료됐다고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관행은 옳지 않다. 선관위원장으로서 임기(6년)를 채워 달라. 최소한 대선까지는 맡아 달라”면서 사퇴서를 반려했다고 한다. 양 대법원장의 사퇴 반려는 명목뿐이던 선관위원장의 임기제를 확립하고 선관위의 독립성 확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다.
역대 선관위원장 중 임기를 마친 사람은 2~4대를 연임했던 주재황 위원장이 유일하다. 14대 손지열 위원장이 2006년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후임(고현철 위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3개월 유임한 것 외에는 전원이 대법관 임기 만료와 함께 선관위원장직을 동반 사퇴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역대 선관위원장들이 대부분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선관위 내부에선 위원장의 헌법상 임기를 제대로 보장하는 게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