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다[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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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4-21 00:11 조회6,8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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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다
권 병장은 울면서 김 종일 분대장에게 살려 달라 애원하였다.
앞으로 전진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다가 그는, 울음을 그쳤다.
꼭 저승사자처럼 보이는 분대장 김 종일 하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꼭 그렇다면 분대장, 당신이 먼저 가 보시오 하였다.”
배포가 두둑한 분대장도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짓다가
“그래! 내가 먼저 가지하였다.”
지체 없이 자기가 먼저 가겠다는 대답을 듣는 순간,
그는 소름이 쫙 끼쳤다.
또, 섬뜩한 생각도 들었다.
부산에서 조직의 최연소 보스까지 지낸 분대장 김 종일 하사의 말이, 한때 한 가닥 했다는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 내뱉는 단순한 오기의 발동이지,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
때문에,
“첨병인 내가 먼저 가지요 하였다.”
얼떨결에 말을 그렇게 해 버리고 말았다.
구덩이 속으로 먼저 가겠다고 말은 했다.
하지만,
영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
권 병장은 수십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인 끝에, 어쩔 수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였다.
또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고 해 보았다.
하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분대장 김 종일 하사는 더 이상 전진하지 않으려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망설이고 있는 권 병장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 일이야 있겠어!”
“권 병장! 너는 용기도 있고 영리해서 이번 작전도 잘 해 낼 수 있을 거야.”
은근히 부추기면서 약한 마음을 건드렸다.
전방에 보이는 조그만 구덩이를 또다시 가리키며,
“저 구덩이에 먼저 가서 참호를 구축하고 있으면 곧 바로 뒤 따라 가겠다고 또다시 독촉을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야전삽과 마대를 건네주었다!”
권 병장은 이제 빠져 나갈 수 없는 덫에 꼼짝없이 걸려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수 도 없었다.
죽음도 각오하였다.
고국에 계신, 보고 싶은 어머니의 모습과 사랑하는 선아의 얼굴을 그려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였다.”
그 리 고 나서 그는,
“에라!”
“모르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겠지?”
드디어 앞에 있는 구덩이로 뛰어들기로 작정했다.
이윽고
“탕! 탕!” “드르륵!”~ “탕! 탕!”
수색 중대원들은 참호 밖으로 몸을 드러내어 M-16자동소총으로 638고지 9부 능선 적들의 참호를 향해 일제히 엄호사격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권 병장은 죽을힘을 다 해 황급히 목표지점 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는 머리를 땅에 쳐 박은 채,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구덩이 속은 포탄 맞은 자리라, 땅이 폭신 푹신하여 예상외로 참호구축 작업이 순조로웠다.
잠시 후,
유탄발사기 사수 이영석 상병이 권 준 병장 곁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 둘이는 적들의 방망이 수류탄이 참호 속으로 굴러들어 오지 못하도록 마대에다 흙을 담아서 참호 앞에 쌓아 엄폐물을 만들었다.
정신없이 참호를 구축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이때,
청음초 경계를 나와 있던 월맹군 특공대들이 두 사람이 구축하고 있는 참호 쪽을 향해 방망이 수류탄을 투척하고 있었다.
그 둘의 생각과는 달리,
적들은 638고지 뒤쪽 9부 능선의 벙커에서 거미줄처럼 구축되어 있는 교통호를 따라 권 병장과 이 상병이 구축하고 있는 참호 쪽으로 약 50m 정도 앞으로 나와서 참호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 관계로 아군이 구축하고 있는 참호와 적들과의 참호사이는 약 10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지척 간이었다.
청음초 나와 있던 월맹군 특공대들도 권 병장과 이 상병이 있는 거리가 약 10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때문에,
적들도 위협을 느껴, 일어서지는 못하였다.
고개도 들지 못했다.
엎드려서 수류탄을 던졌다.
방망이 수류탄은 정확하게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수류탄을 멀리 던지지 못 해, 두 사람이 있는 참호 앞 약 2m 앞에 날아와서 터졌다.
“쩌~정!~과-꽝!”
이때, M-79유탄발사기 사수 이 상병이 연속적으로 적들의 참호 속을 향해 유탄발사기로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참호 속에 함께 있던 첨병인 권 병장도 적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M-16자동소총으로 무차별 사격을 가하였다.
그리고 그 둘은 적들의 사기를 제압하였다.
이 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공중에서는 미군 무장헬기 두 대가 선회를 하면서 폭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첨병인 권 병장과 M-79유탄발사기 사수 이 상병 바로 5m앞에 먼지를 일으키면서 M-60경기관총 실탄이 무차별 쏟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너무나 당황하였다.
헬기를 향해 욕지거리를 해대며 손짓발짓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자칫 잘못하면 미군의 무장헬기 M-60총탄에 개죽음을 당 할 것 같았다.
멍청한 헬기조종사 놈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무장헬기 두 대가 638고지를 한 바퀴 선회 비행을 하여 권 병장과 이 상병 머리 위 상공에 와서는 또다시 헬기 머리를 땅으로 내리박으며 로켓 폭격과 M-60경기관총으로 두 사람이 있는 참호를 향해 사격을 할 것만 같아 너무나 무섭고 겁이 났다.
사색이 된 권 병장이 약 20m쯤 밑에 있는 분대장한테,
“빨리! 상황실에 무전을 쳐서 미군 무장헬기조종사들에게 바로 밑에 한국군이 전투를 하고 있다”고 말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이 개새끼들!”
“씨 부랄 새끼들!”
앙케 작전의 지휘부와 미군 무장헬기를 향해 욕지거리를 해댔다.
“이것이 무슨 작전이냐?”
“아군 잡는 작전이냐?”
“무식한 자식들!”
분통이 터져 목청껏 욕을 해 댔었다.
하지만,
무장헬기의 굉음소리와 폭격소리 때문에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허공에 내뱉는 독백과도 같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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