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고뇌와 갈등[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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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4-17 00:03 조회7,28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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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고뇌와 갈등
오늘 아침 드럼통 작전대신 가스탄 작전을 전개하였다.
이 가스탄 작전도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적들의 B-40적 탄통을 맞은 안 중사를 구출하러 들어갔던 양 상병이 그 자리에서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그리고 솔선수범해서 드럼통 공격작전에 대한 실험을 해 보았던 침착하고 유능한 제3소대 선임하사 안 희 백 중사마저 큰 중상을 입고 후송 갔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수색중대원 모두가 허탈해 하였다.
마치!
땅굴처럼 구축해 놓은 참호 속으로 들어가 죽은 듯이 대기하고 있었다.
1972년 4월22일 오전 10시 정각,
‘피의능선 죽음의 고지’라고 불리던 638고지 2차 공격명령이 하달되었다.
1차 공격 때와는 달리, 638고지 7부 능선에 땅굴처럼 구축해 놓은 참호 속에 들어 가 있는 중대원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려도 아무도 선뜻 공격에 나서는 중대원이 없었다.
지휘관들은 앞장서는 법이 없이 뒤에서 공격하라고 명령만 내리는 그들이 비굴하게 보였다. 때문에,
공격명령이 잘 먹혀들지 않았다.
“수색 중대에서 장교로 혼자 살아남은 중대장은 첨병을 불렀다”
첨병인 권 병장은 못들은 척 하고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중대장은 분대장 김 종일 하사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모양이었다.
분대장 김 종일 하사는 권 병장 곁으로 다가와서 전진하라고 재촉했다.
권 병장은 절규했다.
왜? 하필이면 638고지 공격할 때, 재수 없게도 첨병에 걸려가지고 이제 첨병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끼쳤다.
이제, 공격하라는 말만 들어도
‘이제는 죽는구나,’ 하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전신에 식은땀이 흘려 내렸다.
이런 속도 모르고, 중대장은 자꾸만 첨병만 찾으면서, 첨병부터 먼저 전진하라고 독촉하고 있다.
권 병장은 마음속으로,
‘중대장, 저 개새끼는 죽지도 않고 명줄 하나는 고래 힘줄만큼 길 구 먼 하며 투덜거렸다.’
계속 못들은 척 하고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그런데 밑에 있는 중대원들도 첨병부터 먼저 전진해야 그들도 전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권 병장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밀림 속에서 일렬 전술종대로 게릴라 소탕작전을 할 때는 첨병이 먼저 전진하는 말이 맞지만, 이건 게릴라 작전도 아니고 정규전에서 고지 공격작전에서는 일렬 전술횡대로 서서 고지를 향해 각개 전투자세로 공격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첨병은 무의미하며 모두들 책임을 첨병에게 떠넘기려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되었다.
‘중대장도 첨병을 죽음의 사지로 몰아넣으려는 수작 같았다!’
군 교범에서 훈련과 교육을 받을 때는,
‘고지를 공격할 때, 638고지 1차 공격 때처럼 일렬 전술횡대로 각개 전투자세로 엎드려서 첨병부터 순서대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고, 산발적으로 지그재그로 공격을 해야 적들의 조준사격을 피할 수 있다고 그렇게 훈련과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중대장 저-어 새끼는 첨병혼자만 앞으로 먼저 공격하라는 명령만 내리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권 병장은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영락없이 죽을 것만 같았다.
조금 전, 수색중대 제3소대 선임하사 안 희 백 중사가 적 벙커에 가스탄을 쏘기 위해서 가스통을 메고서 앞으로 들어가다가 적의 B-40적 탄통을 맞고 중상을 입고 단말마와 같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그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파월 더블백 동기생인 양 상병이 등에서 피를 분수처럼 내뿜으며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이 권 병장 뇌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그도 앞으로 한 발짝만 나가기만하면 제3소대 선임하사 안 중사처럼 적들의 B-40적 탄통을 맞고 큰 전상을 입을 것 같기도 하고, 월남 더블백 동기생 양 상병처럼 적들의 A K-47소총을 맞고 피를 분수처럼 내 뿜으며 꼭 죽을 것만 같았다.
보다 못한 분대장 김 종일 하사가 권 병장 옆에 바짝 다가왔다.
“군에서 명령 불복종은 즉결 총살형이란 것을 알고 있느냐?”며 잔뜩 겁을 주었다.
“뭐! 씨 발! 중대원 전원이 명령 불복종인데, 왜 나만 두고 개지랄을 떠는 거야 개새끼들!”
“씨 팔!” 새끼들,
연신 걸쭉한 욕설을 퍼부어대며 요지부동으로 엎드려 있었다.
“중대원 모두 총살하려면 해봐, 씨 팔!”
“김 하사 당신도 마찬가지야!”
“만일, 명령 불복종으로 처형한다면 중대원 전원을 다 똑같이 공정하게 처형해야지, 첨병한테만 책임을 묻는다면 나도 가만히는 있지 않겠다.”
길길이 날뛰며 반발했다.
정말!
이 같은 상황에서는 분대장이고, 중대장이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권 병장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여차했다하면 권 병장도 특등사수로서 같이 쏘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그 때에는 M-16자동소총 방아쇠 잠금장치도 풀어놓은 상태였다.
분대장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권 병장을 위로하며 꼬드겼다.
바로 눈앞에는 항공폭격으로 생긴 것인지?
155mm 포탄을 맞아 생긴 것인지?
구덩이 하나가 생겨 있었다.
“저 구덩이에 먼저 가 있으면 곧바로 뒤따라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권 병장은 앞으로 나나기만하면 양 상병처럼 틀림없이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섭고 겁이 났다.
꼼짝도 하기 싫었다.
“분대장님! 꼭 저만 가야 합니까?”
“분대장님! 살려 주십시오.”
애원하더니 급기야는,
“나도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양 상병처럼 죽습니다.”
권 병장은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끝내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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