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었다[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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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4-12 00:07 조회6,5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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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었다
큰 불길은 수색중대 본대가 고립되어 있던 곳을 아슬아슬하게 우회해서 638고지 쪽으로 힘차게 타 올라갔다.
적들도 불길을 피해 638고지 너머로 도망쳤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바람 방향이 바뀌어 조금 전과 같이 수색 중대원들이 쓰러져 있는 정글 속으로 불길이 들이닥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적들도 언제 또다시 공격해 올지 몰라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였다.
상부로 부터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큰 불길이 지나간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빨리 대피하라는 명령이었다.
큰 불길이 한번 지나간 곳은, 다시는 큰불은 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적들이 또다시 공격해 오더라도 은폐엄폐가 용이한 제1중대 소도산 전술 기지 쪽, 638고지 5부 능선 큰 바위가 있는 지점으로 빨리 철수하라는 것이었다.
비록 큰 불은 지나갔다.
하지만,
아직도 잔불이 여기저기에 남아서 연기와 함께 엄청난 열을 내 뿜고 있었다.
중대원 모두가 한 발짝도 제대로 내딛을 수 없는 처지라 다른 지점으로 철수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큰 불이 들이닥치기 전에 이 숲속을 빨리 빠져 나가야 했다.
적들과 제일 가까이 근접해 있는 첨병 분대는 한 사람은 천우신조로 살아나는 기적을 맞기도 하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살아 돌아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동료를 잃고 말았다.
그 운명의 순간들을 다시는 생각하기 조차도 싫은 악몽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부스스 깨어나는 권 병장을 본 분 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겪었던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일 초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곳을 탈출하기 위해 연기와 잔불이 엄청난 열을 내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맨 위 첨병위치에 있었던 부 첨병인 김 영진 병장과 첨병 분대장 김 종일 하사는 적들의 A K-47총을 맞고 기절했던 수색중대 첨병인 권 준 병장을 부축을 하였다.
그 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638고지 5부 능선 큰 바위가 있는 지점으로 이동하였다.
엄청나게 내뿜는 열 속을 이리저리 겨우 피하여 천신만고 끝에 638고지 5부 능선 바위가 있는 곳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권 병장은 바위에다 등을 붙이고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
이때, 입에다 수통을 물려주며 물을 먹여주는 전우가 있었다.
살며시 눈을 떠 보니, 김태식 전우였다.
강원도 오 음 리 파월장병들에게 훈련을 시키는 훈련소에서부터 형제보다 더 친하게 지냈던 작전 없고 교랑 경계근무만 선다며 자랑해대던 기갑연대 제7중대로 전출 되었던 김태식이란 전우의 모습이 희미하게 어른거렸다.
꼭, 꿈속에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앞에 나타난 김태식의 모습이 마치 천사의 모습과도 같았다.
물을 받아 넘기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다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 김태식 상병이 구세주와 같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정신이 좀 드니?”
김태식 전우는 안타까운 눈으로 권 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권 병장의 탄띠에 꽂혀있던 A K-47총알이 통과한 그 빈 수통을 빼내고 자기가 가지고온 물 한 수통을 권 병장의 빈 수통 집에 꽂아주는 것이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핑 돌았다.
피보다 더 귀한 물을 얻어먹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고 물었다?”
화염방사기 사수로 차출되어 왔다고 하였다.
권 병장은 어떻게 이곳까지 찾아오게 되었냐고 김태식 상병에게 자세히 물어 보았다.
매복과 수색작전이 없는, 교랑 경계근무만 한다는 제7중대에서 4명이 화염방사기 사수로 차출되어 왔다고 하였다.
그 들은 638고지 뒤쪽에 천혜의 요새와 같은 적들의 벙커에 화염방사기로 불대포를 쏘는 임무를 부여받고 투입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김 상병을 만나게 되니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김태식 전우의 말을 들으니,
일면 반갑기도 하고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 신기하였다.
권 병장은 연신 고맙다며 울먹였다.
여기 와서 소문을 들으니까,
바로 옆에서 연대 수색중대원들이 작전을 하고 있다기에, 권 병장 너를 찾아 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도 울먹였다.
그는 권 병장의 몰골이 말이 아닌지라, 초췌하고 야윈 얼굴에 시커먼 숯검정이 땀과 땟자국으로 뒤범벅되어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불쌍하고 가엾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그는, 마음 아파 울먹이던 것이다.
그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일 뿐, 할 말을 잊고 목이 메어 제대로 울지도 못하였다.
권 병장은 지금까지 양치질은 물론, 세수 한 번 못 한 꾀죄죄한 얼굴이었다.
그는 김태식 전우가 화염방사기를 메고 천혜의 요새와 같은 적들의 벙커 앞으로 올라가면 그는 도저히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 지역인지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태 식이를 바라보았다.
권 병장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태식아!”
“너는 적들의 벙커 정면으로 올라가면 죽는다!”
638고지를 1차 공격하였을 때, 권 병장이 체험했던 대로 적들의 벙커 정면을 피해서 될 수 있으면 좌측 8부 능선을 따라 들어가라고 신신당부 하는 걸 잊지 않았다.
부디! 살아서 고국에 돌아가자고 목이 메어 둘이서 부둥켜안고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이때였다.
김태식 상병은 제7중대에서 같이 올라 온 전우들과 행동을 같이 해야 된다고 하며 급히 돌아가 버렸다.
태식이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옆을 보았다.
바로 옆에는 분대장 김 종일 하사와 부첨병인 김 영진 병장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권 병장은 김태식 전우가 주고 간 피보다 귀한 물을 두 사람 입에 수통을 물려 물을 먹여주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두 사람은 물을 어디서 구했느냐고 반색을 하며 물었다.
권 병장은 김태식 전우가 준 것이라고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김태식이란 그 전우는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오 음 리 훈련소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계급은, 권준은 병장이고 김태식은 상병이었다.
하지만,
군번은, 권 병장보다 김 상병이 조금 빨랐다.
그리고 그 둘은 마음도 잘 맞아 의기 상통하는 막역한 사이로 지내기로 하였다.
때문에, 계급 따지지 않고 서로가 터놓고 다정한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고 대충 이야기해주었다.
김태식 상병은 아는 게 많고 매우 똑똑한 전우였다.
저녁 일석점호 마치고 나면,
둘이서 개울가로 나와 개울 옆, 이동주부들한테 막걸리 사먹던 추억이 그의 뇌리에 환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 음 리 훈련소에서 훈련마치고 월남 전쟁터로 출국할 때도, 그와 함께 선발대에 차출되었다.
그와 함께 하루 먼저 부산 제3부두에 도착 하였다.
내일 본대를 싣고 월남으로 떠날 천 이백톤급의 바 레트 호에 승선하였다.
그 둘은 식당일에 대한 도우미 교육받고 월남 도착할 때까지 식당 조리 조에 편성되어 도우미 일을 같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둘은, 배안에 있는 미군 승무원을 찾아가서 서툰 영어 써가며 손짓 발짓해서 배 멀미약을 타다 같이 나눠먹고 두 사람은 배 멀미 한 번 하지 않았다.
그 들은 배 멀미 약을 먹은 탓인지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처음 배를 타는 대부분의 전우들이 심한 배 멀미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멀미에서 해방된 그 둘은 새벽 05시에 식당조리 조 도우미 하러 엘리베이터 타고 식당 조리실로 내려가곤 했다.
새벽에 한두 시간 정도 한시적으로 식품창고를 개방해 놓았다.
그 둘은 식품창고에 들어가서 식품 포장지에 쓰여 있는 영어를 잘 몰라 닥치는 대로 두 개씩 골라가지고 엘리베이터 타고 8층 위에 있는 배 갑판위에 올라가서 맛 한번 보고 맛있으면 먹고, 맛없으면 바다에 던져 버렸다.
그 철딱서니 없는 짓들이 새삼 권 병장의 뇌리에 클로즈업 되어 왔다.
권 준 병장은 요령을 잘 몰랐다.
하지만, 김태식 상병은 요령 있고 재치도 있는 똑똑한 친구였다.
월남에 도착하면, 우리 돈은 필요 없고, 달러가 필요한데, 여기서는 구하기가 힘드니까 각자 금반지 3돈짜리 1개씩 하자고 제안하였다.
그것으로 짜 웅 하면 우리 둘은 정글 기는 것은 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월남에 도착하여 또다시 현지 전투에서 필수 훈련 과정인,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랜딩 훈련과 클레모아 설치와 분리 방법 및 레 콘도 교육과 훈련을 2주간 받던 중, 일주간 교육이 끝나는 날이었다.
그 날 저녁 일석점호를 마친 바로 그때였다.
권 병장과 김 상병은 일석점호 마친 바로 그때, 정보사령부소속 MIG와 헌병들과 보안대의 감시를 교묘히 피해서 장교식당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인사과 홍 하사에게 은밀히 찾아갔다.
고국에서 구입해 간 금반지를 건네주고 짜 웅을 하기 위해서였다.
딴에는 멋진 뇌물 공세로 톡톡히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기대하고 짜 웅한 보람도 없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권 병장은 보병중대 보다 두 배 이상 매복과 수색작전이 많은 정글만 빡빡 기는 수색중대에 떨어졌다.
반면에 김 상병은 작전 없고 매복 없는 교량 경계근무만 하는 제7중대에 떨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권 병장은 월남 전 최대격전지 앙케 전투에 투입 되었던 것이다.
지금,
그는 첨병임무까지 수행하느라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을 고비를 수십 차례 넘기고 있는 중이다.
과연! 이 생지옥 같은 앙케 전투에서 살아서 저 친구 김태식 전우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절망과 회한에 젖은 착잡한 심정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또다시 태식이가 사라져간 그 곳을 바라보며 한 없이 울었다.
그 둘은 단, 몇 초 사이에 생과 사가 갈리는 험준한 고비 길에서 서로가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이란 말인가?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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