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고지에 융단폭격을 감행하다[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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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4-05 00:05 조회7,8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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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고지에 융단폭격을 감행하다
‘벙커 파괴용’
그 어마어마한 큰 폭탄 두 발을 투하한 팬텀기 한 대는 푸 갓 비행장으로 날아갔다.
공중에서 적들의 벙커 목표지점에 흰색 WP탄을 쏘아 팬텀기의 폭격을 유도했던 정찰기와 한국군 항공 통역장교가 동승한 헬기도 푸 갓 비행장 쪽, 미 공군 제7전술단기지로 돌아가 버렸다.
“벌써 항공 폭격이 끝난 것이야 뭐야!”
실망스런 표정으로 김 영진 병장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직도 폭격을 하지 않은 팬텀기 한 대는 계속 638고지 상공을 선회비행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항공 폭격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옆에 있던 권 준 병장이 대꾸했다.
“그럼! 공격목표도 설정하지 않고, WP탄 유도도 없이 저 흙먼지 속에서 어떻게 폭격을 할 수 있을 건 지?”
김 영진 병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 했다.
“이번에는 아마 네이팜탄 투하를 할 모양이지?”
네이팜탄 투하는 정찰기에서 공격목표를 설정해 WP탄을 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헬기에서 통역장교가 흰색 WP탄이 목표지점을 빗나갔다고 좌표수정을 해주는 통역의 번거로움도 없을 것이다.
다만, 공중에서 대략 어림잡아 네이팜탄을 투하하기만 하면, 638고지 일대는 완전히 불바다 가 될 테니까.
팬텀기 한 대만으로도 네이팜탄을 충분히 투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 병장이 아는 척을 하였다.
그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야”
옆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최 지원 병장이 끼어들었다.
“네이팜탄 사용은 월남정부의 금기사항이기도 하지만, 폭탄가격도 만만치 않아”
“팬텀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범용폭탄 M K-82보다 수십 배 비싼 네이팜탄 투하는 절대 하지 않을 거야”
막 투하한 벙커 파괴용 폭탄 두 발은 천혜의 요새와 같은 적들의 두 개의 벙커를 목표물로 삼아 폭격을 실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들의 벙커와 참호사이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교통호와 참호를 목표물로 삼아 융단폭격을 실시할 모양이라고 최 지원 병장이 어림짐작으로 말했다.
아니나 달라, 잠시 후 자욱했던 먼지는 동남풍을 타고 사라졌다.
연기는 638고지 여기저기서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다.
638고지 상공에서 계속 선회비행을 하고 있던 두 번째 팬텀기에서 융단폭격이 마침내 시작 되었다.
이곳 앙케 패스 638고지에 투하된 항공폭탄은 벙커파괴에 사용하는 폭탄과 수십 개의 참호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교통호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융단폭탄 두 가지 종류라고 하였다.
두 번째 팬텀기에 탑재된 폭탄의 종류는 최 병장이 말한 그대로 융단폭탄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미 제7전술공군의 첫 번째 팬텀기가 한 번에 한 발씩만 투하하는 벙커 파괴용 폭탄과는 달리, 두 번째 팬텀기에서는 정찰기에서 흰색 WP탄을 쏘아 목표물을 유도하는 것도 생략 하였다.
두 번째 팬텀기에서는 공중에서 폭탄 두 발을 한꺼번에 동시 투하하였다.
이 거대한 폭탄 두 발이 지상으로 한참 내려오다가 지상 약 100m쯤 되는 상공에서 다시 폭발하였다.
그 중, 5발씩의 작은 폭탄들이 모두 열 발로 분리가 되어 빨간색의 낙하산에 매달려 바람을 타고 서서히 지상으로 투하되었다.
마치, 공수 특전대원들이 공중에서 낙하산을 타고 638고지로 내려오는 것 같기도 하였다. 축제 때 공중으로 쏘아올린 불꽃놀이 같기도 하였다.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열 발의 융단폭탄이 높은 능선에 먼저 떨어지고 깊은 계곡에는 늦게 떨어지니까 폭탄이 터지는 소리도
“꽝!~과! 과! 광!~”
“꽝!~과! 과! 광!~”
“광! 광!” 하는 폭발음 소리가 시차를 두고 폭발하였다.
이 같은 폭탄 터지는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는 하모니 소리와 흡사하였다.
이처럼 융단폭탄은 지상반경 약 500m 이내의 한 고지는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었다.
엄청난 위력을 지닌 무서운 폭탄들이었다.
그 위력 앞에서는 월맹군 아니라, 개미새끼 한 마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생전 처음 바라보는 공중 쇼에 중대원들은 하나같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넋을 잃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 엄청난 폭탄을 쏟아 붓고도 바람의 방향을 잘 관측하지 못한 탓인지,
이 융단폭탄은 638고지 9부 능선에 구축되어 있는 월맹군들의 참호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교통호의 목표물을 약간 벗어나 동남풍을 타고 638고지 동남쪽에 위치해 있는 7부 능선과 깊은 골짜기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번 융단폭격도 안타깝게 미완의 쇼로 그치고 말았다.
이처럼 감행되었던 벙커 파괴를 목적으로 한, 두 번째 폭격과 융단폭격은 안타깝게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결국, 첫 번째 항공폭격만 성공한 셈이었다.
옆에서 항공폭격을 같이 지켜보고 있던 포병인 덧 한 전우가 지상군에서 사용하는 포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지상에서 포병들이 사용하는 포탄은 포탄 뒤에 있는 뇌관이 1차로 폭발하면, 그 충격으로 폭탄 뒷부분에 장착되어 있는 장약이 2차로 폭발하면서 추진력을 얻어 날아가 포탄 앞부분에 붙어있는 신관이 땅에 떨어질 때, 1차로 신관이 폭발하는 충격을 받아 포탄 속에 장착된 화약이 2차로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포는 땅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폭발하므로, 땅이 많이 파이지 않아 벙커를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수색 중대원들은 보병이기 때문에 포에 대해서는 생소하여 잘 모르고 있었다.
실제 작전지역에서 105mm-155mm 포탄이 떨어진 곳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땅에는 포탄자국이 크게 남아있지 않는 것을 자주 볼 수가 있었다.
이 같은 사실로 미루어보아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오늘 처음으로 지상포와 항공포가 서로 효과 면에서 크게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설명을 듣고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팬텀기에 주로 많이 사용하는 이 항공 폭탄은 크기도 엄청나게 크거니와 무게도 500파운드에서 2000파운드까지 나가는 엄청나게 무거운 폭탄을 지상으로 투하하게 되어 그 무거운 힘이 땅속 약 2-3m 깊숙이 파고 들어가서 폭발하게 된다.
한 번 떨어진 자리는 웅덩이가 생겨서 적들의 벙커에 명중되기만 하면 지상에서 영원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짐작컨대, 첫 번째 폭격에서 적들의 시체가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638고지에 있는 천혜의 요새와 같은 적들의 벙커 두 개 중 위쪽에 위치한 한 개의 벙커에 팬텀기에서 투하한 폭탄이 정확히 명중되었다.
그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하는 바람에 적들의 벙커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그 속에 있던 적들의 시체가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마어한 위력을 지닌 무서운 벙커 파괴용 폭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 비행기 한 대에 폭탄 두 발씩 밖에 매달 수 없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끝낼 무렵, 그처럼 신비의 공중 쇼를 연출했던 미 제7전술공군의 팬텀기 한 대도 눈 깜빡할 사이 간단히 폭격을 끝내고 제7전술기지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나 싱겁게 상황이 종결되어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계속해서 하루에 10회 정도는 연속적으로 폭격을 하여 적들로 하여금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도록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 폭격으로 겁을 주는 감질 나는 작전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적들도 항공폭격이 시작 되면 급히 638고지 넘어 5부 능선, 자신들의 연대 본부가 있는 천연동굴로 피신하였다.
“그래도 네이팜탄이 훨씬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
최대로 강력한 네이팜탄을 638고지 정상에 한 발과 월맹군 제3사단 12연대본부 상황실을 설치한 천연동굴 입구에 한 발, 19번 도로 일대에 한 발, 모두 3발이면 이 지긋지긋한 앙케 전투는 간단히 끝냈을 것이라고 최 지원 병장이 쓴 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아쉽게 벙커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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