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가 특공대를 살렸다[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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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3-21 04:50 조회8,4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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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가 특공대를 살렸다
오후 늦게 서야 수색중대 본대가 도착했다.
수색 중대장과 소대장들을 비롯한 나머지 중대원들이 19번 도로 쪽으로 우회하여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정문을 통해 기진맥진한 몸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모두들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
오늘 새벽에 제 3분대가 638고지 8부 능선에서 구출한 기갑연대 제3중대소속으로 팔과 히프에 총상을 입은 분대장 박 흥 식 하사를 후송 보내느라 더 늦어졌다고 하였다.
수색 중대장은 중대원들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기진맥진한 몸으로 소도산 전술기지에 도착 하자마자,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으로부터 호출 받았다.
그는 제 1대대장에게 호출되어 가서 아주 호되게 문책을 받았다.
이번 638고지 공격 작전 때, 특공대를 올려 보내놓고 대대장의 공격 명령 재촉에도 불구하고 지연시킨 결과에 대해 명령불복종으로 간주한 사건일 것이라고 중대원들 나름대로 추측하였다.
“그 외에 다른 큰 잘못이나 문제가 있었는지?”
말을 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영문인지 궁금증을 풀 수가 없었다.
“그 불똥이 과연 어디까지 튈지 중대원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굳은 표정으로 임시 내무반으로 사용하는 벙커로 돌아왔다.
수색중대장 한 종석 대위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애꿎은 담배만 뻑뻑 빨아대고 있었다.
연신 담배만 피우고 있는 수색중대장의 모습이 너무 의기소침하고 우울해 보였다.
중대원들의 마음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이번 638고지 탈환작전에서 비록 후퇴는 했어도 수색중대는 천우신조로 큰 피해와 희생 하나 없이 추격해 오는 월맹군 6-7명을 사살하였다.
큰 전과도 올렸다.
또, 상부의 철수명령에 따라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까지 무사히 철수하였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적들과 치열한 전투를 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중대원들끼리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벙커 안 분위기가 시끌벅적했다.
그런데 중대장의 굳어진 얼굴과 침울한 표정을 보는 순간, 갑자기 냉기류가 휘몰아쳤다.
벙커 안은 금방, 착 가라앉은 분위기로 돌변해 버렸다.
마치! 쥐 죽은 듯 고요하였다.
그리고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에 견디다 못한 분대장 김 종일 하사가 바로 앞에 있는 권 준 병장에게 눈짓으로 사인을 보내며 슬쩍 벙커 문을 열고 먼저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 뒤를 따라 권 준 병장과 김 영진 병장, 최 지원 병장이 벙커 바깥으로 나왔다.
교통호를 따라 파견 나와 있던 지원중대 소속 전우들이 사용하던 탄약고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앞으로 닥쳐올 후폭풍을 걱정하였다.
탄약고에는 ‘위험!’ 이라는 붉은 글씨와 ‘접근 금지' 란 푯말이 붙어있었다.
탄약고 안에서는 남아있는 탄약들의 내관과 신관이 퐁! 퐁! 하는 소리를 내며 터지고 있었다.
시커먼 연기가 솔솔 솟아오르고 있었다.
권 병장은 사람의 운명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때 고향친구 제1소대 향도 서 영 학 하사를 따라 이 탄약고 속에 놀러왔을 때, 같은 부 사관학교 동기생이었던 포반장 박 하사의 말이 생각났다.
‘여기 소도산 전술기지에서는 이 탄약고가 제일 튼튼하고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다고 하였다. 때문에, 핵폭탄이 터져도 이 탄약고는 끄떡없다고 큰 소리를 쳤다.
오히려 적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속을 수색 정찰하는 수색중대 서 하사를 걱정하던 박 하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귀국특명 받아 놓고, 이 망할 눔의 앙케 전투가 터지는 바람에 귀국이 취소되었다고 불평불만을 터트리면서,
“나야, 이 탄약고 속에 있으면 귀국이 좀 늦어질 뿐이겠지”
부디! 살아서 고국에 돌아가자고 서 하사를 위로해 주던 포반장 박 하사가 이렇게 전사할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이 무척 아프다고 하였다.
김 종일 하사와 최 지원 병장은 이 탄약고속에 파견 나와 있던 지원중대소속 전우들이 전원 전사하였다.
그리고 이 탄약고가 언제 또 폭발할지 몰라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고 하였다.
때문에, 영현을 탄약고 속에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도 이곳을 빨리 벗어나자고 서둘렀다.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 탄약고와 멀리 떨어진 빈 초소에 들어가서 모두들 담배를 한 대씩 꼬나물고 C-레이선 성냥불로 불을 붙여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으며 한 마디씩 주절거렸다.
“리 기미 씨 팔!”
“도대체 대대장 새끼는 중대장을 얼마나 심하게 혼내고 닦달했으면 저렇게 기가 죽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앉아서 담배만 빨고 있을까?”
김 영진 병장이 욕지걸이를 해대며 기가 죽어 있는 중대장 모습을 보니, 입대 전 암소자궁에 배터리 전기로 통전하여 송아지가 유산되었을 때 마을사람들에게 욕먹으며 당하던 생각이 난다고 하였다.
“수색 중대장은 이번 638고지를 공격하다가 실패하여 후퇴할 때도, 다른 2개 중대는 후퇴 명령도 없이 배낭과 M-16소총, 방독면 등 모든 군장을 다 버리고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후퇴하였다.
반면에,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뛰어난 지략으로 침착성을 잃지 않고 일말의 당황한 기색도 없이 추격해 오는 적 6-7명을 사살하는 전과도 올렸다. 또 상부의 철수명령에 따라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로 큰 피해 없이 철수했던 것인데 ……”
“우리가 생각하기로는 다른 2개 중대에 비하면 수색 중대장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저렇게 혼쭐이 나도록 닦달을 했을까?”
수색 중대장으로 부임해 오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1대대 본부 중대장으로서 제1대대장 직속 부하로 있었다.
그렇게 심하게 혼쭐을 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수색 중대장은 제1대대장한테 엄청나게 깨진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혹시, 이 일로 인해 어제 새벽에 638고지에 올라갔던 우리들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을까?'
특공대로 차출되어 638고지에 있는 적 벙커에 수류탄을 투척하라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까지 불똥이 튈 것만 같은 불안감에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제 새벽에 638고지에 올라갔던 특공대원들이 무전기를 가지고 가서 중대장의 명령대로 작전을 수행했더라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대장 김 종일 하사가 나름대로 추측하였다.
새벽에 올라간 특공대원들은 하늘이 도왔는지?
단순히 중대장의 실수였는지?
무전기를 안 가지고 갔던 것과 제1대대장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라!’ 하며 특공대 작전은 취소하고 중대 전원이 다 함께 총공격을 하라는 명령이 없었다면, 우리 특공대들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638고지에 특공대로 올라갔던 우리들은 지금쯤 638고지 벙커 앞에서 적들이 쏜 총탄에 온 몸이 벌집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심장은 영원히 정지되어 저승에 가서 억울하다고 통곡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권 준 병장이 말했다.
“제1대대장의 전략과 전술작전에는 문제가 좀 있었다.
하지만, 특공대원들을 목숨을 살려 준 것은 사실 것 같다.
결과적으로 특공대들을 살려준 은혜로운 분인 것은 틀림없어 하였다!”
특공대로 합류하지 않았던 최 병장도 신나게 빨아대던 담뱃불을 바닥에 비벼 끄면서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고 보니, 제1대대장이 우리 특공대원을 살린 생명의 은인인 셈이군!, 앞으로 김 병장 너도 우리 특공대들의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신 그 분께 욕하면 안 된다”
“특공대로 차출되었던 우리들에게 훈장 준다고 낚시 밥 던지던 중대장보다 생명의 은인이신 제1대대장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되겠네.”
권 병장이 이죽거렸다.
아니야!
‘제1대대장 보다 무전기가 특공대를 살린 생명의 은인이야!’
"그때, 무전기만 가지고 갔더라면 제1대대장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라.’ 는 명령이 하달되기 전에 우리 중대장의 공격하라는 열화 같은 독촉에 무모하게 공격하다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야”
김 병장이 얼굴을 붉히며 얼른 되받아쳤다.
“아무래도 제1대대장보다는 무전기가 특공대를 살린 것 같아!”
김 종일 분대장이 확실히 못을 박는 듯 결론처럼 말했다.
중대장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사필귀정이고, 무전기를 버리고 간 것이 결과적으로 생명을 부지하게 된 것을 생각해보면 ‘인생은 새옹지마' 라는 말이 신통하게도 들어맞는 것 같았다.
중대장은 부임할 때와 638고지에 특공대로 올려 보내는 명령을 내릴 때마다 훈장 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뻑 하면 훈장 준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녔다.
이번에 제1대대장한테 혼쭐이 나도록 깨진 이후부터는 훈장에 대한 이야기는 쑥 들어가고 말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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