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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고지를 공격하라[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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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3-16 07:21 조회8,508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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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8고지를 공격하라 

권 병장은 오줌을 두 번 마신 이후부터는 목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참을 수 없었던 갈증이 조금 해소되었다. 이제 조금 견딜만하였다.

갈증이 해소되니까.

또다시 졸음이 몰려왔다.

이 와중에 염치없게도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꿈속에서 어머니가 나타나서 침울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권 병장을 꼭 끌어안으시면서 울부짖었다.

“내 아들은 안 돼!”

“내 아들은 절대 보낼 수 없어!”

이때였다.

권 병장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어머니 품속을 빠져나와 638고지로 돌진해 올라가고 있었다.

“가면 안 돼!”

“가면 안 된단 말이야!”

“바로 올라가면 위험해!”

이번에는 애간장을 녹이는 듯 애절하게

“바로 올라가면 죽는다!”

한사코 말리는 어머니의 침통한 목소리로 울부짖는 절규에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어느덧 야광 손목시계는 1972년 4월 17일 새벽 04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추스르고 있을 때였다.

이때였다.

옆에서 전달이 왔다.

“전달!”

“전달!”

나지막한 복창소리와 함께 옆에서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전달이 왔다.

정각 05시에 ‘피의능선,' ‘죽음의 고지' 로 불리던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전달이었다.

“공격!”

“공격!”

“공격준비!”

새벽안개가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내리깔려 있었다.

어제 수색중대는 개인 참호를 638고지 7부 능선에 일렬횡대로 구축해 놓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중대원 모두가 배낭을 참호 속에 넣었다.

일전 불퇴의 각오로 참호밖에 일렬 전술횡대 높은 포복자세로 정렬하였다. 그리고 상부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권 병장은 넣을 배낭도 없었다. 파놓은 참호도 없었다.

별도로 준비할 것이라고는 따로 없었다.

그저 아무런 대책 없이 바위 밑에서 몸만 조금 돌려 638고지 쪽으로 높은 포복자세로 엎드리고 있었다. 다가올 결전의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638고지 7부 능선 좌측으로부터 기갑연대 수색중대, 중간에는 기갑연대 제3중대, 우측에는 제1연대 8중대가 일렬 전술횡대로 정렬하였다.

각개 전투자세로 엎드려서 고지를 주시하였다.

결전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기갑연대 제1대대 전술기지에 있는 제61포병대대 105-155mm 곡사포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화력을 다 동원해서 638고지에다 퍼붓기 시작했다.

“꽈~광! 쾅! 과-꽝!~”

폭탄 터지는 폭음소리와 M-60기관총소리, M-16자동소총소리와 A K-47자동소총소리가 뿌연 안개 속을 가르며 혼을 빼듯 작열하고 있었다.

이때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공격!~ 공격! 공격하라!”

“와-와와… 아-아! 아~”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을 때처럼, 고지탈환 코스에서 와-와!~하는 그 소리를 재연하며 용감하게 638고지를 향해 돌진해 올라가고 있었다.

적들도 B-40적탄통과 방망이 수류탄, 기관총과 A K-47자동소총으로 맞섰다.

“펑-펑~따따따~펑!~”따 콩!~따 콩!~”

정말 글자 그대로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처절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꼼짝없이 죽음을 면치 못할 절박한 순간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권 병장은 7부 능선에서 638고지 정상을 향해 정면으로 거의 8부 능선쯤 올라갔을 때였다.

조금 전 꿈속에서

“바로 올라가면 안 돼!”

“바로 올라가면 위험해!” 하는 어머니의 애절하고 침통한 울부짖음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권 병장은 뒤돌아보며 분대장 김 종일 하사에게 바로 올라가지 말고 어제 우리가 진입했던 곳으로 진격해 들어가면 어떻겠느냐고 진격방향을 바꿀 것을 제의했다.

“잠깐 기다려봐!”

분대장 김 종일 하사는

“최 병장과 김 병장 이리 잠깐 와 봐!”

“지금 상황으로 봐서 똑바로 약 10-15m정도만 더 올라가면 638고지 정상인 것 같다.

권 병장은 바로 올라가지 말고 어제 특공대들이 들어갔던 코스로 따라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고 하는데 …….

“지금처럼 바로 올라가는 것이 좋겠어?”

“아니면 권 병장 말대로 어제 특공대들이 갔던 코스로 따라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 하고 김 병장과 최 병장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서 곧장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적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어제와 같이 8부 능선을 따라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김 병장이 대꾸했다.

분대장과 김 병장 말을 듣고 있던 최 병장은,

“나는 특공대로 올라오지 않아 어떤 코스지 잘 모르지만 권 병장과 김 병장 말이 다 일리가 있다”고 마치 황희정승처럼 두루뭉수리하게 중얼거렸다.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여기에 가만히 엎드려 있는 것이 제일 안전하겠지만, 꼭 올라가야 한다면 권 병장과 김 병장의 말대로 적들이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는 9부 능선을 피해서 8부 능선을 따라 들어가는 것이 차선의 방법이라고 하였다.

주변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들어가는 것이 더 좋겠다고 했다.

“그럼 좋아!”

분대장은 어제와 같은 코스로 진격해 들어가자고 말했다. 어제 적들의 벙커에 수류탄 투척하는 작전을 망설이고 미루었던 특공작전을 다시 시도해 보자고 결정했다.

수색중대 제2소대 3분 대원들은 8부 능선을 따라 좌측으로 돌아 들어갔다.

어제 특공대가 쳐들어갔던 적들의 벙커 앞 약 30m지점에 도착했을 때였다.
앙케 전투 시작  15일 전 초저녁에 638고지에서 큰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들여와서 대대본부 상황실에 육하원칙 대로 보고를 하였다.
하지만, 638고지에 포 몇방 때리고 상황을 종결 했다는 안 병장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마도 그때 쓰러지며 소리가 들여 왔던 그 통나무 같았다.  

<사진 설명 : 그때 638고지에 쓰러져있던 그 통나무 밑둥치를 캐서 앙케 패스 전승기념목이란 글을 새겨 맹호 사단사령부 장교 클럽 앞에 세워 놓았다가 73년 철수할 때,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 지금은 태 능에 있는 육사 교정에 세워져 있다.>

제3분 대원들이 큰 통나무 밑에서 은폐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수색중대원들도 짙은 안개속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있는 8부 능선 밑으로 일렬 전술횡대작전으로 펼쳐져 뒤를 따라 진격해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어른어른하였다.

제3분 대원들이 고개를 들어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적의 벙커 속으로 수류탄을 투척하기 위해 앞을 살피며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군 81mm박격포가 적의 벙커사이와 제3분 대원들이 은폐하고 있는 큰 통나무 바로 앞에 작열하면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이때였다.

“어서 뒤로 피해!”

“빨리 뒤로 피해!”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색중대 부관인 제2소대 임시 소대장 조 만행 중위가 소리쳤다.

수색중대 제2소대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아군의 박격포가 멈출 때까지 관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군 포사격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그 장소에만 연거푸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군 포가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떨어지면 수색 중대원들도 당황하여 제3중대 전우들처럼 아군 포에 아군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제 특공대로 하루 먼저 올라와서 적들의 벙커와 참호가 있는 주변을 잘 관찰하고 공격작전을 신중하게 전개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우리 수색중대의 피해는 경미하였다.

불행하게도 같이 공격했던 기갑연대 제3중대와 제1연대 8중대 전우들은 엄청난 희생과 피해가 발생했다.

짙은 안개속이라, 적들이 638고지 9부 능선에 구축해 놓은 참호와 교통호, 난공불락과 같은 벙커 위치를 잘 구별하지 못하였다. 적들의 벙커에서 교통호로 연결된 참호 정면으로 무작정 돌진해 들어갔다.

적들이 퍼부어대는 기관총과 A K-47자동소총, B-40적 탄통, 방망이 수류탄으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아이 구!~ 나 죽어!”

“엄-마!”

“나 좀 살려 줘!”

가슴속을 후벼 파는 전상을 당한 전우들의 비명소리와 괴로워하는 신음소리가 짙은 안개 속에서 어둠을 타고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적들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도 뒤섞여서 들려왔다.

앙케 패스 638고지는 붉은 피로 물들였다.

비리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온 산천에는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참 후, 불빛을 번쩍이면서 폭발하던 아군 81mm 박격포가 멈추었다.

적들의 사격도 멈추었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갔을 때였다.

제3분 대원들은 오늘 새벽에 은폐해 있었던 쓰러져있는 큰 통나무 밑에까지 다시 올라갔다.

적들의 벙커 정면과 참호를 피해 좌측으로 발길을 돌려 적진 깊숙한 적 벙커 옆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동안 망설였던 수류탄을 투척하기위하여 제3분 대원들은 몇 번씩이나 공격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월맹군 특공대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우리의 의도대로 공격작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번번이 불발에 그쳤다.

- 계속 -

댓글목록

commonsense1님의 댓글

commonsense1 작성일

권병장의 어머니가 꿈에 나타난 덕에
직선적이 아닌 우회할 생각도 하게 되었군요

앙케패스기념 저 통나무...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용기도 줄 뭣보다도 값진 것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추천!!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선생님 댓글 감사합니다.
어제 천안함 북침 2주년 행사 서울역에 나가서 전우들과 만나서 막걸리 한 잔하고 집에 와서 그대로 고꾸러저 자고 말았습니다.
이제사 일어나서 답글을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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