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빨리 기어 내려와라[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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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3-17 03:35 조회8,828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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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빨리 기어 내려와라
서서히 짙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적들의 벙커 가까이 접근한 제3분 대원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노출되어 위험에 빠질 것 같았다.
“위험하다, 위험해!”
“빨리 뒤로 피해!”
빨리 뒤로 물러서라는 다급한 분대장의 지시에 따라 7부 능선까지 물러났을 때였다.
이때 8부 능선 희미한 안개 속에서 살려 달라는 비명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새벽에 우측에서 같이 공격했던 제3중대 전우인 것 같았다.
수색중대 제2소대 3분 대원들은 낮은 포복자세로 기어서 그 전우가 있는 약 3m 앞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이때 적의 A K-47총알이 그 전우의 히프에 한 발 명중되었다.
나머지는 그의 히프 옆에 먼지를 일으키며 땅으로 박히고 말았다.
“따~따~따르륵! 따 콩!”
“야! 빨리 밑으로 기어 내려와라!”
제3분 대원들은 약 3m쯤 뒤로 물러서서 바위 밑에 엎드려서 고개를 숙이고 소리쳤다.
빨리 기어 내려오라는 소리에 정신을 가다듬은 그 전우는 있는 힘을 다해 피를 흘리면서 겨우 밑으로 기어 내려오고 있었다.
“따따따! 딱콩!”~따 콩!
붉은 베레모를 쓴 월맹정규군 특공대들은 계속 아군 쪽을 향하여 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텅~텅!” 드르륵 텅“ 드르륵 드르륵!”
수색 중대원들도 일제히 M-16자동소총으로 월맹군 참호 쪽을 향하여 무자비하게 응사하였다.
부상당한 그 전우는 제3분 대원들이 은폐해 있는 바위 앞에 거의 다 이르기도 전에 고개를 땅에 떨어뜨리며 픽 쓰러지고 말았다.
적들이 계속 아군 쪽으로 사격을 퍼부었다.
때문에, 제3분 대원들은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손을 내 밀어라고 소리쳤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 해 팔에 총상을 입은 손을 내 밀었다.
권 병장은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그 전우가 내미는 총상을 입은 손을 잡고 밑으로 끌어 내렸다.
피범벅이 되어 수색 중대원들에게 구출된 그 전우는 우리가 짐작했던 대로 제3중대 소속이었다.
오늘 새벽 짙은 안개 속에서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명령에 따라 용감하게 고지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 올라가다가 638고지 9부 능선쯤에서 적의 A K-47총에 팔을 맞았다.
그 전우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한참 후!
정신이 들어 주의를 살펴보았다.
주변에는 월맹군 시체들과 아군시신들이 서로 뒤엉켜 나뒹굴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해진 그는 밑에서 빨리 뒤로 피하라는 전우들의 다급한 우리말 소리가 들려왔다. 혼신의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소리치면서 낮은 포복자세로 밑으로 겨우 기어 내려오고 있을 때였다.
이때, 희미한 안개 속에서 낮은 포복동작으로 희미하게 움직이는 검은 물체를 발견하였다.
적들은 희미하게 움직이는 그 전우의 히프 짝을 향해 A K-47자동소총으로 일제히 사격을 가해 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 중 천만다행인 것은 그 전우의 히프에 한 발이 명중되고, 나머지 총알은 땅에 떨어져 먼지를 풀썩 일으키며 빗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수색 중대원들은 팔과 히프 짝에 총상을 입고 피 범벅이 된 박 흥 식이란 명찰과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그를 안전한 곳으로 부축해서 압박붕대로 지혈을 시켰다.
응급조치를 취한 다음, 그가 소속되어있는 기갑 제3중대 대원들에게 인계해 주었다.
부상당한 그 전우와 그를 부축하는 전우들이 안전지대로 빠져나갈 때까지 적들과 치열한 교전을 하였다. 한 치의 당황함이 없이 강경하게 맞대응을 하였다. 번개부대 최정예 수색중대답게 용감하게 응사를 하였다.
놈들은 최정예 수색중대의 용맹성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였다.
적들은 잠깐 멈칫하는 듯했다.
적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수색 중대원들은 재빨리 8부 능선으로 올라가서 적들에게 사정없이 총알을 퍼부었다.
그처럼 맹렬하게 총알세례를 퍼부어도 적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수색중대 쪽으로 가하던 사격을 멈추었다.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낌새가 이상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적들은 수색중대 쪽으로 사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공격 목표를 바꾸어 그 반대쪽 제1연대 8중대에 집중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안개는 완전히 걷히고 해가 중천에 높이 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옆에서 같이 공격하던 기갑연대 제3중대와 맞은편에서 공격하던 제1연대 8중대 전우들이 보이지 않았다.
수색 중대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새벽에 공격을 처음 시작했던 지점 근처까지 물러섰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여기저기에 아군의 시신들이 널브러져있었다.
배낭이며 방독면, 실탄과 수류탄 기타 군장들은 모두 다 버렸다. 또 전우의 시신도 방치한 채 이미 다 후퇴하고 없었다.
심지어는 군인에게 제2의 생명이란 M-16소총마저 다 버리고 후퇴가 아닌 도망을 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미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 쪽에 몇 명만 뒤 모습이 얼핏 보였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 계속 -
댓글목록
commonsense1님의 댓글
commonsense1 작성일
고지 하나 탈환하기 위한 많은 꽃다운 청춘들의 '
외지에서의 희생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갖가지 고통들...
잘 읽었습니다. 추천!
안케님의 댓글
안케 작성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638고지가 무엇이기에 적들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철통같이 방어를 하고, 아군은 저 638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피아간에 공방전으로 수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 되었지요.
이렇게 찾아 주시고 추천까지 해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