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라[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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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3-13 00:11 조회8,836회 댓글6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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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라
그렇게 밤이 올 때까지 특공대원들은 꼼짝하지 않고 숲 속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운명을 맞아들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 ……”
이때였다.
청음초 경계근무로 나가 있던 김 영진 병장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저 밑에 있던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이 지금, 우리가 있는 638고지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특공대장인 김 종일 하사에게 보고했다.”
특공대원 모두가 급히 일어나서 새벽에 출발했던 아래쪽 작은 무명고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이 배낭을 메고 무명고지에서 일렬 전술종대를 지어 가시덤불을 헤쳐 가며 정글 속으로 특공대원들이 누워있는 638고지 쪽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오늘 새벽 05시경에 먼저 올라온 특공대원들은 무척 불안하고 긴장이 되었다.
공격 지연작전에 대한 모든 책임은 특공대장인 김 종일 하사가 다 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대장이 “여기까지 와서 적들의 벙커 속에 수류탄은 투척하지 않고, 왜 그냥 엎드려 있느냐?”
“명령 불복종으로 군법에 회부하겠다고 문책을 하면 어떻게 하냐?”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새벽에 먼저 올라 온 특공대원 모두가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공대원들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걱정 마!”
“모든 책임은 내가 다 진다.”
‘너희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
부산에서 한 때 밤의 황제로 군림했던 담력과 배포가 크기로 이만저만이 아닌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가 큰소리로 특공대원들을 안심시켰다.
특공대장인 자기 명령에 따라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특공대 너희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남한산성 육군형무소에 가도 자기만 간다고 큰 소리쳤다.
그가 입대 전 부산에서 밤의 황제였던 최연소 보스답게 막상 큰소리 치고는 있다.
하지만, 특공대원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유별나게 분 대원들을 아끼고 배려해 주던 김 종일 하사는 불안에 떨며 긴장하고 있는 특공대원들에게 안심시키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그나마 좀 위안이 되는 것은 출발할 때 헤어졌던 제3소대 특공대원들이 지금까지 조용한 것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입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마음이 편했다.
아직까지 제3소대 특공대원들은 어디에 있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은 무명고지에서 출발한 지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우리가 있는 638고지 바로 밑 7부 능선에 도착했다.
그들은 배낭을 메고 올라 왔는데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금방 도착하였다.
우리 특공대원들은 단독 군장차림으로 새벽 05시에 출발해서 여기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0시 쯤 되었다. 무려 5시간이나 소요된 셈이었다.
도착한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은 배낭을 내려 놓자말자, 서둘러서 야전삽으로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수색중대 제2소대 특공대원 중 조금 전 청음초 경계로 나가 있었던 김 영진 병장이 솔선수범하여 아래에 있는 중대 무전병이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기어 내려갔다. 수색중대 무전병한테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물어 보았다.
수색중대 무전병은 깜짝 놀랐다.
“김 병장님 살아 있었군요?”
“새벽에 같이 간 특공대원들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들 특공대원들도 모두 다 무사하다고 말하니까. 그 소리를 들은 무전병 심 상병은 한 숨을 길게 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 병장님!
“새벽에 출발할 때, 특공대들이 무전기를 안 가지고 간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하십시오.”
“만일, 무전기만 가지고 갔더라면 중대장님이 빨리 공격하라는 불같은 독촉에 무모하게 공격하다가 아무도 살아남지 못 하였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수색중대는 공격은 하지 않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은 계속 수색중대장에게 다그쳤다. 마치! 소금뿌린 도가니 속 미꾸라지처럼 파닥거렸다.
“우리 수색중대는 오늘 새벽 638고지에 특공대 2개 팀을 보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하는 무전 교신이 오고 갔다고 하였다.
무전교신이 상황실에 있는 제1대대장과 작은 무명고지 최전선에 있는 수색 중대장과 지루하게 계속 오고가고 있었다.
“새벽에 출발한 특공대한테서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수색중대장은 제1대대장의 격심한 독촉에 안절부절 못하였다.
“아!~ 아! 답답해!”
“특공대원들에게 무전병을 딸려 보냈어야 했는데 ……”
그는 한없이 후회하고 있었다.
상황은 조금도 진척이 없이 여전히 몇 시간째 반복되는 무전교신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이때였다.
“지금부터 작전을 변경한다.”
“이제부터 특공대 작전은 필요 없다.”
“지금까지 특공대를 보내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으니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라,”
“수색중대원 전원을 투입시켜 다 같이 공격하라”
기다리다 못한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은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수색중대장이 미처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속사포같이 명령을 하달했다.
수색중대 무전병한테 그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나니, 지금까지 불안하고 초조했던 특공대원들의 마음도 좀 안심이 되었다.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의 명령으로 오늘 밤까지 연장 되었던 특공대원들의 생명이 하늘이 도와서인지?
수색중대 전원이 다 같이 공격하라는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의 명령을 특공대작전은 해제 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특공대원들의 생명도 자연히 더 연장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또 다시 작전 변경으로 특공대작전이 완전히 해제되고 말았다.
그러나 중대장과 소대장의 특공대작전을 해제 하라는 별도의 명령은 없었다.
하지만, 특공대장인 김 종일 하사의 명령에 따라 각자 자기가 소속돼 있던 분대로 돌아갔다. 본대로 늦게 올라온 중대원들이 참호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보고 특공대들도 참호를 구축하려고 서둘렀다.
그런데, 특공대원들은 야전삽이 없었다.
새벽에 출발 할 때 중대장의 명에 의해서 불필요한 군장을 다 버렸다.
때문에, 야전삽이 없었다.
김 병장과 권 병장은 참호구축 작업을 포기하였다.
그 들은 또다시 바위 밑 숲 속에 팔자 좋게 가만히 드러누워 있었다.
- 계속 -
댓글목록
commonsense1님의 댓글
commonsense1 작성일
부대원들 중에 좋고 멋진 분들이 있었군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추천!
안케님의 댓글
안케 작성일
그 당시 우리 특공대장은 최연소보스답게 두둑한 배포와 의리가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댓글과 추천으로 격려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현산님의 댓글
현산 작성일
기념비적 자료로 남을 것입니다.
월남전 사료로서 뿐만 아니라, 6.25를 치룬 나라에서 이만한 전쟁 실전 묘사 작품은 본적 없습니다.
특공대원들 뿐 아니라 최병장들 수색중대원들의 안위가 너무 궁금하지만 안케님의 하회소식을 참고 기다리겠습니다. 이런 좋은 사료 그리고 생생한 문학작품을 생산해 주셔 정말 감사한 맘입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작성일
현산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격려와 과찬에 필자의 마음은 한없이 기쁨니다.
정말 가슴 뿌듯합니다.
용기와 힘이 솟구치는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송석참숱님의 댓글
송석참숱 작성일
안케님 수고많으십니다 개근하고 있어요!! ㅎㅎ
이 글은 국방일보 기획씨리즈에 월남전 이야기의 하나로 올라가야 할 것입니다.
국방홍보원은 625전재ㅇ과 마찬가지로 월남전 찬전전사가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국민 누구나 쉽게 접하여
교훈을 얻게 해야 하며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적을 폄훼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월남전 관련 개별 홈페이지와 블로그 활동에 성원을 보냅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작성일
송석참숱 선생님 안녕하세요?
개근을 하셨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6.25전쟁 전사기록과 마찬가지로 월남 전사기록도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국민 누구나 손쉽게 접하여 교훈을 얻게 해야 된다는 말씀, 정말 가슴에 와 닷습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 해서 노력해 보겠습니다.
가내 무궁한 행운이 있기를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