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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대로 차출되다[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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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3-11 00:17 조회8,554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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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공대로 차출되다

1972년 4월 16일 04시 30분 경,

먼동이 새벽안개를 헤치며 희미하게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어제 밤에 수색중대의 공격목표인 무명고지를 무혈 탈환하여 매복 작전에 들어가 경계를 하였다.

중대원 모두들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잔뜩 긴장을 하였다.

그리고 이 작은 무명고지에는 뿌연 안개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내리깔리고 있었다.

평소에 말이 없고 아주 소심한 맹 민 규 상병은 졸린 눈을 비비며 큰 입을 벌려 하품을 하였다.

“씨-벌!

안개는 왜 이렇게 자꾸 끼는 거야!”

자리에서 툴툴 털고 일어나서는 게으른 몸짓으로 기지개까지 켜며 구시렁거렸다.

권 병장 옆에 앉아있던 맹 상병은 조금이라도 이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의 긴장을 덜기 위해 월남말로 앙케는 한국말로는 ‘안개’ 라는 말과 같다고 하였다.

그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지금의 불안하고 긴장된 심정을 잠시나마 잊어 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자기최면 같기도 했다.

듣고 보니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는데, 소대 본부에서 제2소대장 앞으로 모두 다 집합하라는 전달이 왔다.

제2소대원 모두가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 불안한 마음으로 임시 소대장 앞에 가서 삼열횡대로 집합하여 소대장을 주목하였다.

그리고 무슨 명령이 떨어 질려나 하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수색중대 부관이었던 임시 소대장 조 만행 중위는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조금 뜸을 들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특공대를 조직한다."

그는 이렇게 조용히 말했다.

그가 하는 말에 한동안 무거운 침묵과 비장한 각오가 흐르고 있었다.

소대원들 모두는 얼굴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

앙케 작전 출동 첫날 적에게 기습공격을 받아 병력손실이 많은 제1소대는 이번 특공작전에서 열외(제외)하고, 비교적 병력 손실이 적은 제2소대와 3소대에서 특공대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하였다.

특공대 규모는 일개소대에서 일개분대규모로 한다.

특공대장 차출 기준은 분 대장급[계급 하사], 병사들의 특공대 차출 기준은 월남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전투경험이 없는 월남 신참들과 귀국이 얼마 남지 않은 고 참 병사들은 열외 시키라고 했다.

파월 동기였던 김 영진 병장과 권 준 병장은 열외에 해당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특공대에 차출되고 말았다.

특공대장 차출에 소대 내 3명의 분대장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꽁무니를 빼고 있었다.

이때, 제3분대장인 김 종일 하사가 솔선수범해서 용감하게 지원하였다.

제3 분대에서 분대장을 비롯하여 김 영진 병장 권 준 병장 3명이 특공대에 차출되었다.

제2소대에서 특공대로 차출된 9명의 대원들은 비장한 각오로 무명고지를 넘어 8부 능선에 있는 수색중대 지휘부 앞에 가서, 위쪽에 있는 중대장을 바라보며 일렬횡대로 집합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지?

수색 중대장은 굳은 표정으로 껌을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

특공대로 차출된 대원들에게 양담배를 한 개비씩 권하였다.

자신도 담배에 불을 붙여 담배연기를 한 목음 빨아 삼켰다가 길게 내뿜었다.

“지금, 상부에 훈장이 무진장 많이 나와 있다.”

“이번 기회에 큰 수훈을 세워 훈장도 받고 수색중대의 명성과 용맹성을 드높이자 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저-어 위에 있는 638고지 뒤쪽에 제1중대 전우들이 구축해 놓고 경계를 소홀하게 해 적들에게 무단으로 점령당한 두 개의 벙커가 있다.

그 두개의 벙커중 제3소대 특공대는 위쪽에 있는 두 번째 벙커에 수류탄 4발을 투척하고, 그 아래쪽에 있는 첫 번째 벙커에는 제2소대 특공대가 수류탄 4발을 투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부디! 성공을 빈 다 고 하였다.”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출발을 재촉했다.

"저 중대장새끼는 부임할 때도 훈장이야기 하더니 여기서도 훈장 말뿐이네! "

"어디! 훈장에 환장 병 걸린 놈 있나? "

"죽으면 훈장이 무슨 소용 있나? "

껌을 질근질근 씹고 있는 중대장을 바라보니, 그 모습이 꼭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마치, 저승사자가 훈장이란 미끼로 특공대원들에게 낚시질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날 저녁에 특공대로 투입되었다가 전원 전사해 있는 전우들의 시신들을 생각하니, 특공대로 차출된 우리들 생각에는 이 특공대 작전이 성공하기는 가망이 없어 보였다.

지금까지 수 십 차례 특공대를 638고지에 보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오지 않는 특공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권 병장은 이 길이 한 번가면 다시 못 올 이승에서 저승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섭고 두려워 견딜 수가 없었다.

특공대로 출발하는 우리들은 훈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몸 건강히 살아서 고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일념뿐이었다.

이제는 그런 희망마저 사라지고 이 길이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니까.

고국에 두고 온 부모형제들의 모습이 환상처럼 나타났다 지워지곤 하였다.

이번에 여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입사한 유난히 눈이 크고 예쁜 선아의 모습이 강하게 클로즈업 되어왔다.

옆에 있는 김 종일 하사를 비롯하여 김 영진 병장과 특공대원들도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권 병장 마음과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가 내 조국도 아닌데!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물도 설고 낯도 설은 이역만리 밀림 속에서 죽어야 하나 하는’

이런 생각이 머리에 꽉 차 인류평화, 세계평화가 뭐 말라빠진 헛소리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허무하고 비장한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 졌다.

4월16일 새벽 05시경,

이미 운명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차출된 특공대원들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 어쩔 수없이 명령에 따라 지급받았던 배낭과 불필요한 군장은 다 버리고, M-16자동소총과 수류탄 두 발과 물 수통만 챙겼다.

그리고 단독군장차림으로 ‘죽음의 고지’ 라고 부르던 638고지를 향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 계속 -

댓글목록

commonsense1님의 댓글

commonsense1 작성일

첫 번째 글까지 가서 며칠전서 부터 모두 다 잘 읽었습니다.

고생 너무 많으셧습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댓글 감사합니다.
그 많은 필자의 글을 며칠만에 다 읽어셨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내 무궁한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건뭐지님의 댓글

그건뭐지 작성일

전쟁이란 이렇게 무섭고 목숨을 내놓고 작전을 해야 하는걸 가슴으로 느낌니다. 그전에 느끼지 못한 가슴속 이 뭉쿨함은 뭐라 설명하기 힘드네요. 감사히 잘봤습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작성일

그건뭐지님 댓글 감사합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전투 정말 무서워습니다.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꼭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의 글을 읽어 주시고 이렇게 격려의 말씀까지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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