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창고 문을 폭파하라[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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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2-15 00:05 조회10,264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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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창고 문을 폭파하라
1972년 4월14일,
아침 해는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얼굴을 내밀어 환하게 밝혔다.
앙케 패스 600고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는 적들의 포가 산발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월맹군들은 638고지에서 82mm 박격포와 75mm 직사포로 헬기소리만 나면 포탄을 계속 제1중대 전술기지에 투하하였다.
보급헬기가 착륙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만 보급이 끊기고 말았다.
식량과 물이 완전히 고갈되고 말았다.
심해오는 갈증 때문에 혀가 굳어 들어가고 목이 다 타들어 갔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와 방법이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수색 중대원들은 어제 하루 종일 굶고 있다가 저녁 늦게야 식사를 했던 관계로 더욱 더 갈증이 심했다.
아침 식사는 안중에도 없고 물만 계속 찾고 있었다.
“씨 팔! 목이 말라 미치겠어!”
“전투식량만 주고 물은 주지 않으니 목이 말라!”
“아침이고 뭐이고 생각이 없어!”
“같이 전투를 하는 마당에 자기들만 숨겨놓고 마시지 말고 아군끼리 좀 나눠 마시면 어디가 덧나나?”
불평불만을 터트리며 재 파월된 서 종철 병장이 속사포같이 내뱉었다.
서 병장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에 있던 떠버리 점박이 상병은,
“아니! 제1중대 저네들은 물을 부식창고에 숨겨놓고 자기들끼리만 나눠먹는다고 하였다.
우리 수색중대가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평소에 샤워 실에 보관하던 물을 부식창고로 옮겨 놓았다고 하였다.
떠버리 상병은 물부터 제일 먼저 숨겼다고 하였다.”
이렇게 떠벌리고 있었다.
“떠버리 상병! 그 게 정말이야?”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임무수행은 수색중대가 도맡아 하고, 외곽초소 보초 근무까지 다 서 주었는데 물을 부식창고에 숨겨 두고 자기들끼리만 나눠 먹는단 말이지?”
“그 물 가지고 와서 우리 수색중대원들과도 같이 나눠 먹어야 인간적 도리 아냐?
“부식창고가 어디야?”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듣고만 있던 권 준 병장이 어제와 같이 다시 흥분을 하였다. 떠벌리고 있는 점박이 상병에게 다그치듯이 물었다.
점박이 상병은 조금 전과는 달리 꼬리를 살짝 내렸다.
기어 들어가는 말투로 이렇게 대꾸했다.
실탄이 가득 들어 있는 탄 입대에 수류탄이 매달려 있는 탄띠를 착용하려고 멜빵을 어깨에 걸치고 있는 권 준 병장에게 부식창고 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고 하였다.
부식창고에 키 없이 그냥 가 봐야 헛걸음만 할 것이라고 맥 빠지는 소리를 했다.
“그 까짓 자물쇠는 문제 될 것이 없어!”
“자물쇠를 채워 놓은 문고리에 수류탄 한 발만 매달아 터트리든지, M-16 자동소총으로 자동연발에 놓고 20발들이 한 탄창만 갈겨 버리면 부식창고 문은 식은 죽 먹듯이 열릴 테니까”
“따라와”
“모든 것은 내가 책임 질 테니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부식 창고 문을 폭파시키고 물을 가지고 와서 나눠 먹으면 권 병장 너는 군법에 회부되어 남한산성 육군형무소 감이야!”
문 밖으로 나갈려는 권 병장 앞을 가로 막으며 김 종일 분대장이 강력히 만류했다.
“개 씨 팔! 남한산성 육군형무소 가는 것, 따위는 겁 안나!”
사람 목숨이 마치! 파리 목숨처럼 무참히 죽어나가고,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나가고, 전쟁스트레스 증후군에 미쳐 나가자빠지는 판이고, 또 허기와 견딜 수 없는 갈증과 엄습해 오는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이 빌어먹을 전쟁터 보다야 나겠지!
차라리, “남한산성 육군형무소가 더 나을지도 몰라!”
“비굴하고 불명예스럽겠지만 남한산성 육군형무소에 가 있으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거 아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이 생지옥 같은 빌어먹을 전쟁터에서 개죽음하는 것보다 낫 게지!”
“가자!”
부식 창고로 물을 가지러 가자고, 권 병장이 또 다시 소리 쳤다.
중대원 모두가 공감은 하면서도 윗사람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폈다.
그들은 일어나지는 않고 몽 기적 거리고만 있었다.
이때, 도저히 목이 말라 더 이상 갈증을 견딜 수 없어 눈이 확 뒤집힌 몇 명만이 따라 일어섰다.
‘이판사판 될 대로 되라고 하였다!’
“목말라 미치고 죽을 바에야 차라리 물이라도 실컷 마시고 남한산성 육군형무소로 가는 것이 훨씬 낫겠네 그려 하였다!”
권 병장이 불평불만 가득한 소리를 해대며 중대원들을 부추기는 것이 아무래도 큰일 낼 것만 같았다.
“이러면 안 돼!”
“아무리 추워도 양반이 곁불이야 쬘 수 있나?”
아무리 목이 말라도 부식 창고 문을 폭파하면서까지 물을 탈취해 온다는 것은 수색중대의 명예를 더럽히는 수치라고 하였다. 목이 말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군인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곧, 연대에서 물을 보급해 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고 하였다.
김 종일 하사가 권 병장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려는 중대원들을 설득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벙커로 고향친구 안 승열 병장이 권 준 병장을 찾아왔다.
안 병장은 할 말이 있다며 벙커 바깥으로 불러내었다.
권 병장을 외곽초소로 데리고 갔다.
“갈증이 심해 고생 많지?”
연민의 눈초리로 차고 있는 탄띠에서 수통을 꺼내 권 병장에게 건네주었다.
다른 전우들이 보기 전에 어서 마시라고 재촉했다.
“너도 목이 마를 텐데 너나 먹지?”
수통에 물을 돌려주려는 시늉으로 사양을 하였다.
“아니야!, 나는 괜찮아!’
“우리들은 중대 상황실에 비상용으로 비축해 놓았기 때문에 ……”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고통은 당하지 않고 견딜만하다고 하였다.
권 병장은 너무나 고맙고 감격스러워 목이 메어왔다.
“수색중대 너희들이 얼마나 갈증이 심할까 생각하니 권 병장 네가 생각나서 이렇게 달려왔다고 했다.
다른 전우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면서 겨우 바닥에 깔린 한 모금 물이 나마 가지고 왔다고 하였다”
이 물이 마지막으로 나눠 준 물이라고 하였다.
그가 건네주는 피보다 귀한 물을 권 병장은 단번에 다 마셔버렸다.
권 병장은 수통 바닥에 깔린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은 한 모금 물을 마시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
겨우 숨을 돌리고 나서는 안 병장에게 정말 잘 먹었다고 또 다시 목이 메는 소리로 말했다.
“그때, 왜 같이 입대하여 월남에도 같이 온 김 재수 병장은 어디에 있어?”
“아! “김 재수 병장!”
“그 친구는 여기에 없어!”
“그럼! 어디에 있는데?”
김 재수 병장은 제1중대 지리산 책임 전술기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저 아래쪽에 보이는 지리산전술기지를 가리켰다.
“그 친구 얼굴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을 텐데 하였다.”
이때, 안 병장은 빨리 벙커로 가 봐야 되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제1중대원들이 있는 벙커로 급히 돌아갔다.
권 병장도 수색 중대원들이 있는 벙커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물이라고는 한 모금도 구경조차 못한 전우들은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 혀가 굳어 들어가고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 때문에 더 이상 견딜 수 가 없다고 하였다. 물을 구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 짜내고 있었다.
권 병장은 혼자만 갈증을 면하고 돌아온 것이 무척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디 갔다 왔느냐고 중대원들이 물어볼까봐 은근히 불안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군대에서는 야전삽 하나만 있으면 참호 파는 것은 기본이고, 나무도 패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강원출신 진 상병은 너무 갈증이 심하여 견디다 못해, 물을 구할 고육지책으로 벙커로 들어가는 출입문 입구 드럼통에 야전삽 꼭지로 구멍을 내었다. 여기에 고여 있는 뻘건 녹물을 받아 마셨다. 이 녹물 마신 전우들 역겨워서 도로 토해내고 말았다.
얼마나 갈증이 심하고 목이 탔으면 이 더러운 녹물을 마시고 토해 내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이 드럼통에 고인 녹물은 몇 년 동안 빗물이 흘러 들어가 썩은 물이었던 것이다.
권 병장은 어제 저녁에도 김 병장이 장박아 놓았던 시체 썩은 물이지만 얻어먹고, 오늘은 안 병장이 주는 물을 또 먹었다.
때문에, 드럼통에 고여 있는 시뻘건 녹물은 마시지 않아도 되었다.
밥도 밥이지만 물이라는 게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 계속 -
댓글목록
송석참숱님의 댓글
송석참숱 작성일
1일 작전이라며 1일분 식량만 휴대하고 출전한 중대를 4월 8~9일부터 14일까지 방치하는 연대 지휘부는 600고지 중대장이나 보급계보다 더한 머저리는 바로 연대장 자신이고 정보참모고 작전참모고 군수참모 다 한자락이다. 사단장은 연대 비상착륙시 도열한 연대장과 참모모두 쪼인트를 깠어야 했다.
국방일보 기획씨리즈 기획연재 (625 전쟁수기)그때 그 이야기 제2화 2병에서 장군까지 진급하는 최갑석상사가 6사단 2연대 춘천방어전에서 임부택 연대장과 16포병대가 제대로 싸울수 있게 하루2틀 사이에 해치운 지원 보급활동을 한번 읽어봤어야 했다.
안케님 내일 모래나 돼야 물보급이 되나요? 타 사단도 아니고 같은부대 장병끼리 물을 감추고 저희만 먹다니!!
그 한양대 ROTC 출신 장교는 정말 몹쓸놈이었군요 별을 안달았다니 천만다행입니다. 그놈 가르친 학군단 장교에게도 패대기로 욕을 하고 싶습니다.
강유님의 댓글
강유 작성일
제가 시간이없어서 요즘 어르신 글을 잘 못보는데요...
3개월 정도 지나서 시간이 나면 ... 그때 ... 시간내어서 다 보겠습니다
지박사님의 글도 아직 다 안읽었는데...
시간나면 다 읽겠습니다
선배 어르신들의 살아있는 전쟁 경험담은 참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