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눈이 왜 자꾸 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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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9-04-15 01:39 조회7,59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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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눈이 왜 자꾸 젖을까
내가 어릴 때 살던 집 뒤에는
시커멓고 가파른 고래산
언제나 호랑이 눈이
도깨비불처럼 움직인다는
무서운 산이 있다
길이라고는 흉내만 낸
그런 길 따라
새카만 밤에
광솔 불 들고
아버지와 함께 올라가
바위에 떡시루 놓고
정화수 떠놓고
손바닥 닳도록 비비면서
우리 막내아들 잘 살펴주시라 기도한 어머니
이 세상
몇 사람이나 될까
잠깐만 헤어졌다 다시 보면
나를 눈 속 에 넣으려는 듯
빨아들이는 눈동자
그렇게 애틋한 사랑
받아 본 사람 얼마나 될까
그래서인지 난
TV화면에서 그리고
영화관 화면에서
가슴 울리는 장면 나오면
그냥 눈물이 난다
그런 장면 나오면
아이들이 내 얼굴부터 쳐다본다
아빠 또 운다 히 히
고얀 것들
하지만 난
생명의 위험이 있을 때 눈이 빛났고
고생을 할 때 눈이 빛났다
사관학교 신체검사 때
키가 모자라 불합격 도장이 찍혔을 때
키 다시 재 달라 도전했고
몸무게가 모자라 불합격 도장이 찍혔을 때
울먹이기만 했지 울지 않았다
불의를 보았을 때는 사자처럼 대들었고
내 부하가 당하면
죽음도 직속상관도 안중에 없었다
내 부하는 나를 영웅처럼 따라주었고
내 이웃부대 병사들은
나를 연예인처럼 좋아했다
나는 극기를 통해
그 어느 학자도 나를 넘보지 못하도록
학문계의 금자탑을 쌓았고
그것으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부러울 것 없는 내가
부러울 것 없는 아빠를 둔 아이들이
어찌 이 고약한 수모를 당하고 사는가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다 고졸 출신 이하
뭘 한참 모르는 인간들이다
진정한 학문을 한 사람은
감히 나를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서로가 좋아하고 어울리는 사람들끼리
살아도 부족한 인생인데
내가
그리고 내 귀한 가족들이
어찌 이런 벌레 같은 인간들에
마녀사냥을 당해야 하는가
하지만 난 요새 행복하다
호화스런 행복이 아니라
틈 속에서 솟아나는
한줄기 빛과 같은
그런 행복이다
그런 행복에도
내 눈은 쉴 새 없이 젖는다
저주하는 마음엔
눈물이 없다
내 눈은 오로지
감동에만 젖는다
천사들이 감동을 주고
젊은 파이터들이 감동을 준다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이
내 눈을 적신다
내 눈은 매일 젖고
하루 종일 젖는다
2019.4.1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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