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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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9-07-18 02:25 조회7,3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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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시)
식사를 한다
여보 내 눈 좀 봐요
도대체 마음이 어디 있는 거예요
응 미안해
내 눈 좀 보면서 잡수시면 안 돼요
응 미안해 이렇게 보면 돼?
고마워요 이쁜 눈 보게 해줘서
난 늘 미안하다
미안한 사람 너무 많다
많은 이들이 날 사랑하지만
난 사랑을 표시할 길 없고
시간이 없다
기사를 검색하고
사안의 초점을 잡고
글을 조각해 낸다
딱딱한 순간들이다
그래도 돌 틈 속의 잡초처럼
틈 틈에 솟아나는 축복인 것은
사랑을 받는 순간들이다
진실의 물결 타고 흘러오는
지고지순의 사랑을 느낄 때면
난 남몰래 눈물 흘린다
난 일할 때 고전멜로디를 켠다
사랑이라는 제목의 옹달샘에서
솟는 뜨겁고 맑은 눈물과
고전 멜로디
참 잘 어울린다
마음은 해맑은 은하수 밭 누비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멜로디의 강
다뉴브를 떠돈다
바람에 이랑지는 숲 흐르고
청춘 시절의 앙상불
합성될 수 있는 환상의 공간
이런 게 내 머리를 감싸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 없었다면
나는 벌써 폐인 되었을 것이다
나의 종교는 ‘멋’이다
형이하학의 멋이 아니라
형이상학의 멋이다
남들이 보는 멋이 아니라
나 혼자만 보는 멋이다
하루의 멋은
의상의 콤비로 시작한다
와이셔츠 입고
그 위를 덮을 자켓 입고
거울을 보면서
여러 개 넥타이를 걸쳐 보면서
그날의 의상을 정한다
겉으로 보기엔 가장 아름다운 하루인데
어이해 나는 이리도 우울할까
어지러운 이 계절
나는 무슨 옷 입어야
멋이 있을까
가장 낡은 옷?
그래
그게 내게 어울리는 멋쟁이 옷이다
심청의 모 곽씨부인이 묘사한 심봉사처럼
심청이가 묘사한 심봉사처럼
나는 넘어지고 자빠지고 물에 빠지면서
이집 저집 다닌다
애국을 구걸하는 봉사가 바로 나다
아내가 화사한 얼굴을 보여줘도
정겨운 눈으로 바라봐도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넘어지고
자빠지고
매를 맞으러 나간다
가슴이 있는 이웃들이
심봉사를 구했듯이
나를 구할 수 있는 힘도
오로지 사랑일 것이다.
많이 담아주어도 눈물
냉담하게 대해도 눈물
이것이 내 인생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안개
잠을 자면서도 안개
머리에 맴도는 것은
오로지 안개뿐인 존재가
바로 내 인생이다
그 안개에 묻힌 눈동자
아침에 식사할 때라도
한번 보겠다며
아내는 아침마다
눈 좀 떠봐요
내 눈 좀 보면서 잡수세요
채근하는 것이다
2019.7.18.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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