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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피해자 우선 도와야; 명령 따르다 희생..보상 마땅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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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6:57 조회8,7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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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피해자 우선 도와야; 명령 따르다 희생..보상 마땅 (시론)
[조선일보] 1999-11-19 (독자) 칼럼.논단 06면 45판 1715자  
    
한-미 책임 명확히 밝혀야

1967년과 68년도에 DMZ 부근 2220만 평에 고엽제가 뿌려졌으며 작업에 동원된 총인력이 최대한 7만여명이나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같은 기간 월남에서도 같은 종류의 고엽제가 살포됐다. 당시 한국군은 중대 또는 소대 단위로 밀림 지역에 독립 기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넓은 정글 지역에는 비행기로 살포했지만, 기지 주변의 밀림을 제거하는 일은 한국군 병사들이 했다. 분말기를 손에 움켜쥐고 뿌리기도 했고, 분무기를 구해서 등에 메고 뿌리기도 했다. 장병들은 그 제초제가 해로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뿌린 장병들은 물론이고, 작전을 수행했던 장병들은 충분히 고엽제의 희생자일 수 있다.

같은 기간에 한국의 휴전선에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던 셈이다. 월남의 고엽제가 문제화되기 시작했던 시점은 대략 1970년대 말부터였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미군 제대병들이었다. 한국 휴전선에서의 고엽제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사람도 미군 제대병들이었다. 45만 파월 장병 중에서 고엽제로 신음하고 있는 장병들은 대략 5만명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므로, 이들중 불과 2255명만이 확실한 후유증 환자로 판명받고 2만 여명이 의심되는 환자로 분류돼 정부로부터 약간씩의 보조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판정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3년 전 고엽제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그때 해병대 중사로 제대한 사람이 강단 위로 올라가 그의 다리를 올려 보였다. 다리 전체가 까맣게 썩어들어가고 고름도 나왔다. “한국의 의학이 얼마나 발달했길래 나보다 증상이 약한 누구는 고엽제 환자로 지정해주고, 나는 이렇듯 냉대를 받아야 하느냐”는 말을 남기고 울음을 터뜨렸다. 반면 필자가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병원 직원은 “불성실한 친족 한명이 있는데 별 증상이 없는 상태인데도 고엽제로 판명받아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국가행정에 대해 불신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는 무질서한 병역비리에 비추어 볼 때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엽제가 뿌려졌던 지역에서 근무했던 장병들 중에서 이상한 병이 발견되면 그것이 고엽제 때문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일본 기업인들은 고객이 제기해오는 불만내용에 대해 그 불만내용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따지지 말도록 교육하고 있다.

고객의 마음은 따져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포용해야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국가는 국민에게 “국가가 부를 때 나와달라”고 당당히 부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엽제 환자에 대한 당국의 자세를 보면 병역 의무를 다한 것이 바보였고, 명령에 순순히 따른 것이 한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군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식의 병역을 피하게 하고 싶을 것이다.
파월 장병들에 대한 고엽제 피해가 문제로 부각됐을 바로 그 당시에 한국군은 당연히 DMZ에서 살포했던 고엽제 문제도 부각시켰어야 한다.

이를 이제까지 묻어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미군은 자기들의 국가 이익을 위해 비도덕적이었다 하더라도, 한국군이 이를 묻어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장차 전쟁에 나가고 싶지 않게 만든 비안보적 행동이었다.
한국군은 미군의 책임과 한국군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누가 먼저 휴전선 살포를 제의했는지, 어째서 고엽제의 피해에 대해 교육하지 않았는지도 규명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은 고엽제를 호소해오는 피해지역 근무자들을 포용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 것인지부터 착수해야 할 것이다.


/지만원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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