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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도입' 재고를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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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7:00 조회8,2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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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도입' 재고를 (논단)
[조선일보] 2000-10-19 (독자) 칼럼.논단 06 면 45 판 1709자  
  
90년 이후 한때 여론에 눌려 주춤했던 차기 대공미사일 사업, 사실상 패트리어트 미사일 도입사업이 98년 12월 4일 인천 나이키 미사일 오발사고를 계기로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추진배경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98년 12월 23일 공군은 KAIST팀과 합동으로 조사한 8쪽짜리 ‘인천 나이키 유도탄 사고조사 결과 최종발표문’을 내놓았다. 결론은 두 개다. 사고 원인은 장비 노후와는 관계가 없고, 지하에 묻은 케이블이 이리저리 합선돼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령관, 포대장을 포함, 7명의 간부가 ‘직무태만’으로 처벌됐고 명단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인재’를 ‘장비노후 사고’로 여론을 호도해 놓고 차기 대공미사일 사업을 서둘렀다.

한국 지형에서 패트리어트는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 북한은 현재 950대의 전투기를 가지고 있다. 전쟁이 나면 북한 전투기들은 성능이 떨어져 불리한 공중전을 피하면서 저고도로 날아와 가미가제식으로 목표를 공격한다. 이를 대공미사일의 레이더는 얼마나 탐지할 수 있을까.

1985년 북한 폭격기 IL-28기가 이리시 논바닥에 비상착륙했다. 이 비행기는 착륙에 앞서 40분 이상 날개를 흔들고 다녔는데도 우리 레이더는 탐지하지 못했다. 그 뒤 합참 주관으로 동해안 및 서해안 6개 루트에 1000피트 저공 비행을 하면서 공군 및 방공포 레이더의 탐지율을 체크한 적이 있다. 산 때문에 사각지대가 너무 많았다.
결론은 아무리 패트리어트의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그 효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사시 적기가 날아오면 모든 기지에 있는 전투기가 먼저 발진한다. 발진하지 않으면 가미가제 공격을 앉아서 당한다. 우리 전투기가 공중에 떠있는 동안 아군은 대공미사일을 쏘지 못한다. 조종사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적기가 아니라 아군 사격이다. 미사일 사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든 공중 공간을 미사일로만 커버하려 한다. 하지만 공중 우세를 전제로 하는 한국 전장에서 대공미사일을 발사할 기회는 매우 드물다.

공군 작전은 전투기 작전이지 대공미사일 작전이 아니다. 나이키 미사일 10개 포대와 호크 미사일 24개 포대만 가지고도 아직은 든든하다. 북한은 수도권에 1시간당 60만발의 아름들이 야포 포탄과 프로그 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 하늘에 검은 양탄자가 깔리는 셈이다. 600여발의 스커드 미사일이 그 틈에 끼어 날아온다면 어느 것이 스커드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설사 스커드 몇 개를 격추시킨다 해도 의미가 없다. 2조4000억원으로 48기의 패트리어트를 사는 것과 대당 400억원인 60대의 F-16을 사는 것, 어느 쪽이 좋을까.
필자는 주저 없이 전투기를 선택할 것이다. 전투기를 가지면 스커드 기지, 야포 기지를 공격해서 근원을 없애 버리지만 패트리어트는 무수히 날아오는 탄체 하나하나를 상대할 뿐이다.

북한의 950대에 대항하려면 공군은 현재의 전투기 550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신형인 F-16을 제외한 400대의 전투기는 10년 이내에 무더기로 도태돼야 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400대를 무슨 수로 채운단 말인가. 신형 전투기 중 비교적 값싼 F-16으로 채운다 해도 16조원이 필요하다. 이 엄청난 고민을 뒤로 한 채 공군은 4조3000억원 규모의 차기 전투기(FX)사업, 1조8000억원 규모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업, 고등훈련기 사업 등 너무나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공군은 400대의 전투기를 10년 안에 신형기로 교체하는 데 사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지만원/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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