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추억 제병훈련, ‘우두둑’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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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9-04-23 22:46 조회4,35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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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추억 제병훈련, ‘우두둑’을 아시나요?
‘국군의 날’ 열병을 위해 병사들이 행진연습을 많이 했다. 전두환 시대에도 했고 노태우 시절에도 했다. 3년에 1회씩 했다. 행진할 때 장병들은 왼 팔을 머리 위로 곧장 뻗어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했다. 오른 팔은 어깨총을 한 채, 북소리에 맞춰 일제히 좌측 팔을 위로 올린다. 그런데 기다란 대열의 맨 앞에서 행진하는 병사의 팔과 중간에서 행진하는 병사의 필과 맨 뒤의 병사의 팔들이 한 병사가 움직이는 것처럼 싱크로가 안 되었다.
맨 뒤의 병사의 팔이 위로 뻗기 시작할 때 맨 앞 병사의 팔은 이미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을 당시 장병들은 “우두둑”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뚝” 하는 소리만 나야 하는데 “우두둑”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이 우두둑 현상 때문에 병사들은 기합을 받기도 하고, 연습을 반복하느라 혹사당했다. 매일 고단하게 연습을 반복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어떤 지휘관은 여군들에게까지 엎드려뻗쳐 기합을 주었다.
이때 대학교 2학년 때 입대했던 한 2등병이 참다못해 매 맞을 각오를 하고 그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소리는 1초에 340m 밖에 가지 못합니다. 북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병사와 멀리에서 듣는 병사가 팔을 올리는 순간이 일치할 수 없습니다. 빛이 빠릅니다. 그러니 뒷사람은 앞 사람의 모션을 보고 팔을 싱크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수긍한 지휘관이 그 병사의 말대로 지휘를 하자 ‘우두둑’ 현상이 해결됐다. 그 사단은 잘했다며 많은 휴식과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방대한 규모의 제병 행렬이 정말로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동작이 일치했다. 이것이 전두환 시대였다.
3년 후, 또 제병훈련이 있었다. 이 때는 노태우 시대였다. 그런데 전두환 시대에 성공했던 그 요령은 사라지고 다시 ‘우두둑’ 현상이 발생했다. 지휘관들은 이를 병사들의 정신 탓이라며 훈련만 반복해 시켰다. 정신치리라며 기합도 주었다. 장교들이라면 소리의 속도와 빛의 속도에 대한 개념을 배워서 알고 있었을 텐데 그 간단한 과학의 원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애꿎은 병사들을 혹사시키고 기합까지 주었던 것이다. 전두환은 잘 했는데 노태우는 왜 그 모양이야?
2019.4.2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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