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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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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9-03-28 23:20 조회4,1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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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나비

 

20대 초

육사 정원 한 벤치에 홀로 앉아

많은 시간 고독을 즐겼다 

고독은 아무나 즐길 수 있는

흔하고 값싼 게 아니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의 눈동자는

맑은 호수여야 한다

오로지 아름다움만이 가득한

텅 빈 호수

인생의 지혜는 거기에 비쳤다

 

가을 나비

여기 쿵 저기 쿵

날개에 힘이 빠졌다

언젠가에는 내 날개도

저런 날개 되겠지

그때부터 인생은 경건한 존재가 되었다

 

남으로부터 침범당하지 않고

스스로의 자유공간을 확보하고

하늘이 부여해준 인생의 길이와 탤런트를

하늘이 원하는 곳에 바치며

아름답게

아니면 장엄하게

하늘과 결산하는

당당한 인생 피날레를 준비하는 게

인생이 사는 의미라 생각했다 

  

나는 그런 순간을 조각하기 위해

이라는 것을 인생 목표로 정했다

어제 사관학교 중대에서 내무생활을 함께 했던 

육사 3년 후배가 말했다

선배님은 늘 멋쟁이가 되라고 강조하셨지요

 

나는 나이 51세에 이라는 제목으로

내 반평생 일대기를 썼다

그것이 오늘의 뚝섬무지개 초판이었다

나는 늘 을 생각한다

은 내 인생 좌우명이다

대낮에 폼 내는 멋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

혼자만 입는 비단 옷의 멋이었다

 

그런 비단 옷을 입기 위해

나는 많이 울었다

가족도 울렸다

가시밭길을 걷느라 피도 났다

설움이 북받히면

사나운 척 했지만

독침은 없었다

아무리 서러워도

아무리 아파도

혼자 새겼다

내가 아파하면

가족은 백배 아플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행인 것은

사관학교 때 아픔과 설움을

삼키고 인내하는 철학을 길렀다는 것 

나는 사관학교가 나를 교육시키고

훈육시켰기 때문에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이 내게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해주고

주말마다 독서할 시간과 환경을 

마련해 주고

고통을 삼키는 훈련을 시켰기 때문에 

고마워 한다

 

가을이면 찾아드는 멜랑콜리의 계절

사람을 쏘는 왕벌도 이리 쿵 저리 쿵 

그 맹곤충의 종말을 보는 순간에서도

흔들리는 풀잎에서도

귓가를 스치는 바람결에서도

문언가 인생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듯한

감수성 예민했던 초기의 청년시절

 

나폴레옹도 다가오고

한니발도 다가오고

디즈레일리와 그의 정적 그래드스톤도 다가오고

시이저도 맥아더도 다가오고

엉뚱한 셰익스피어도 다가오고

더 엉뚱한 브람스도 다가오고

세계 경영학 이론도 다가오고 

드디어 세계 최정상의 수학이론도 청조하고

그래서 내 가슴은 이것저것 다 용해된

멜팅팟이 되었다 

 

그런 가슴

아니 화려한 가슴

화려한 대화술

온 세계로 날아다녀도

아름답다 할 만큼

가꾸어진 앙상블

어쩌다 5.18에 찌든 할배로

낙인 박혀 있는가

 

서러운가

아니다

내 나이에는 5.18밖에 모르는

할배라는 트레이드마크가 제격일 것이다

5.18밖에 모르는 할배

맞다 그게 맞다

억울하지도 않다

 

그런데 물을 것이 있다

그대들은 무엇만 아는 할배가 될 것인가

나는 그래도 5.18이라는

역적의 이빨을 가진 상어와 싸우면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나를 5.18 할배라 부르는

그대들은 

무엇을 하다가

무엇을 가지고

임종의 순간에 하늘과 결산 할 것인가

 

나도 가을나비

그대들도 가을나비

나도 여기 쿵 저기 쿵

그대들도 여기 쿵 저기 쿵

하지만 하늘은 오로지 영혼

영혼만을 수확하실 거야


착하게 사는 사람 치고

하늘에 보상해 달라 하는 사람 없지  

아름답게 사는 사람

왜 손해 보면서 아름답게 사는가

멋?

맞아

멋을 종교로 삼는 사람들일 것이야

종교에서는 선행의 보상을

간구하지만

멋을 추구하는 사람은

반대급부를 구하지 않아

 

나는 오늘도 멋을 추구하기에

온갖 저질적인

상황을 맞으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내 짧은 인생을 위해 

온갖 오물들을 한잔 술에 용해하고

석양에 출렁이던 황금 빛 노을을 기억하면서

순간의 낭만을 창조한다


이는 나의 지혜이기 이전에

아마도

이기기 위한 몸부림

아니 멋의 승리를 위한 

영원한 처방일 것이다   

  

  Autumnal Butterfly  

 

In my early twenties

Seating lonely on a bench in the Military Academy

Spent a great of time in enjoying solitude

Neither is the loneliness common nor can be enjoyed by every man Jack

The pupil of those who enjoy their solitude should be as clear as a lake

An empty lake filled with only the beautifulness

On which life’s wisdom is broadly reflected

 

Autumnal butterfly being thumped here and there

Both wings become listless

Perhaps mine would be the same sooner or later

The life may become pious existence since then

Securing own free space without being interrupted by others

 

Beautifully devote one’s god-given life and talent to the place the absolute wants to

Otherwise

Preparing life’s finale for a solemn settlement in front of the absolute does really mean what a life is

This has been my own thought

I set the gracefulness as my goal in life

 

To carve such a moment

Yesterday, a KMA junior who was trained in the same company said

You senior were always telling us ‘be a man of gracefulness at all times”

When arrived at the age of 51, I wrote my life story under the title of ‘Gracefulness’

 

It‘s the first edition of Ttuksummugigae (The Lonely Seeker in the Fog)

I am always thinking of the gracefulness

The gracefulness is my life’s motto

Not a dandy who shows off in broad daylight

But a humbler in silk clothes at night while people can hardly look at

I suffered and cried a lot to wear the silk clothes

So did my family members

Bleeding while walking through a long thorny path

When the sadness welled up within me, I pretended to be a savage though. But found no sting in me

Even the sorrows were getting unbearable and no matter what they were painful

I overcame them alone, and I will as well

 

Because if told my family members would feel the pain hundred times more than I did

It’s very fortunate that in the KMA I was able to learn the philosophy that educated me how to bear and conceal the pain and grief

I am grateful to KMA not because of for its education to me

But thank them for providing me with such a beautiful environment that allowed me to read a lot of books every weekend and trained me how to fight against the pains and sorrows

 

In early days of my youth, very sensitive time by nature, in the autumn of a melancholy season, hornets that sting human-being flying and thumping here and there

From the scene and the moment, the end of a fierce insect

Leaves shaken by winds

Winds that brushed against the rim of my ears

I could read a slice of life

The great hero, Napoleon, Hannibal

Benjamin Disraeli and his political opponent, William E. Gladstone

Caesar, General MacArthur appeared in front of me

 

All of sudden, Shakespeare and Brahms did also

Including the world theories of business administration

At last, all these features led me to create a top-notch mathematical theory

Thus my heart became a melting pot in which various features were smelt

The colorful heart having a silver tongue, an ensemble, deserves flying all over the world

What in the world, why was I stigmatized as the 5.18-striken old buffer?

 

Does it make me feel sad?

Absolutely no,

A trademark called

“An old buffer immersed only in the 5.18 issue” is quite right for my age

That is correct, of course

Yes, I am a maverick old man being lost in the 5.18 research

I never feel victimized

Here I have a question

What sort of old buffer are you guys wanna be ?

I am totally torn and worn out to fight against the swarm of sharks that have so-called 5.18 treasonous teeth.

Nonetheless, let me ask a question to you guys who are bullying me as the 5.18 old buffer.

 

Now, with what kinds of accomplishments, are you going to settle, at the last minute, in front of the absolute?

I am a autumnal butterfly

So are you all

I would be thumped against this and that

So do you

But we all got to know that the absolute will take the soul only

Good men never plead with the absolute for compensation

Do you know the reason why beautiful people live without hurting others?

It is because of the gracefulness. Correct, they believe in the gracefulness as their religion

 

In religion compensation is solicited for good deeds

But those who pursue the gracefulness never ask benefits in return

As usual, today, despite unpleasant situation being faced, in order to seek my gracefulness and create a romance of moment

For my brief span of life I am dissolving all kinds of mental sufferings into a glass of wine remembering my old days of a flaming sunset

This is probably my struggling to win

And permanent prescription set for the victory of the gracefulness rather than my wisdom

  

2019.3.28. 지만원

http://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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