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메시지(90)] 옥중 출판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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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6-03 02:14 조회13,88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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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메시지(90)] 옥중 출판에 대한 생각
감옥은 나와 투쟁해야 하는 곳
내가 교도소에 수감된 지 4개월 반이다. 매섭던 새벽 추위를 뚫고 나와 눈물과 콧물로 얼굴을 적셨던 사랑하는 지지자분들을 뒤로 하고, 교도소에 수용된 그날은 설을 6일 앞둔 시점이었다. 다른 정치인들에는 설을 쇠게 하고 수용하는 아량을 베풀었던 검찰이 나에게는 얼음장이었다는 서운함도 있었다.
내가 여기에 와서 가장 무서웠던 대상은 교도관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내 마음을 통제해야만 내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지었을 업보를 소멸시키라고 하늘이 여기에 보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지금까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여러 고비마다 역사 해주신 하늘이, 남다른 이력을 통해 강하게 단련시켜주신 그 하늘이 나에게 예비해 두신 게 있어서 여기에 보내신 거다.’ 이렇게 나를 위로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새날이 올 것입니다. 당신은 위대한 위인이 될 것입니다.” 아내의 글 한 구절을 벽에 써 놓고 하루에도 여러 번씩 읽었다. “아빠, 아빠의 이 글들은 이렇게 재미 있어요.” 자식들의 칭찬이 에너지였다. 이런 식의 격려는 가족들 말고는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
아빠의 족적 이야기, 소설보다 재미있어요!
내가 여기에 와서 쓴 글들은 시국을 돌파하기 위해 국가가, 아니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중에 두드러진 것은 일본에 무조건 크게 웃어야 우리가 잘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베트남전에서 돌아와 도전했던 유학 과정을 그려 보았다. 이 글을 가족들이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김씨 공부, 박씨 공부 등 공부 이야기들이 많지만, 아빠 공부는 기가 막힌 공부였다고 했다. 우리 아빠가 이런 아빠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의 족적]이라는 제목으로 내 인생 주요 이정을 회상해 보았다. 온 가족이 재미있다는 편지를 주었다. 내 식구들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e-편지를 써 보냈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행복이다. 특히 전쟁 이야기가 재미있다고들 했다. [족적]이야기로 인해 나와 내 식구들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이 세상에 우리 아빠 같은 사람,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이것이 여기에 와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었다.
교도소에서 4개월에 쓴 글, 책 두 권 분량
손가락이 아프고 여러 곳에 못이 박혔다. 손이 떨리고 힘이 없다. 그래도 개미처럼 하루 종일 쓴다. 이렇게 4개월 동안 쓴 글이 책 두 권 분량이 될 것 같다. 한 권은 [지만원의 옥중 회상], 다른 한 권도 [지만원의 옥중 메시지], 출판비의 제한성 때문에 [옥중 회상]부터 냈으면 한다. 전자는 시사성이 없는 책이고 후자는 시사성이 있는 책이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한, 어차피 읽을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 전자를 먼저 출간하고 싶다. 그것도 소량으로.
옥에서 얻은 부산물
그다음 내가 여기에 와서 얻은 부산물(By Product)은 누가 내게 진국인 사람이고, 누가 아닌지를 직접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팔자가 사나워 이번이 교도소 경력 세 번째다. 2002년에는 광주로 끌려가 101일을 살았고, 2007년 말에는 이명박의 고소로 인해 이곳에 와 4개월 반을 살았다. 두 차례 다 가장 가깝게 접근했던 사람들, 나에게 가장 충성한다고 경쟁까지 벌였던 사람들이 가장 악하고 유치하게 배신을 했다. 이번에도 나를 배신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훗날 여기를 졸업하고 대문을 나설 때 내 옆에 나타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배신한다고 해서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닌데 심성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더라.
2023.05.31.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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