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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는 작으나 크나 주군 잡아먹는 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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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12-04 21:24 조회7,9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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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고리는 작으나 크나 주군 잡아먹는 요물

 

                                    권력기관 수뇌들의 문고리  

1980년, 나는 나이 39세에 중앙정보부 모 차장 특별보좌관으로 1년 가까이 있었다. 내 방은 따로 있고 차장 부속실에는 수행비서를 겸한 이른바 문고리 비서가 있었다. 그는 그의 주군에게 ‘입안의 혀’로 통했다. 눈에서 빛이 나고 말도 잘 하고 상황파악력이 뛰어났다. 그는 주군의 신임을 독차지하기 위해 기라성 같은 중정 국장들을 모함했다. 믿을 사람은 오직 자기뿐이라는 이론을 주입시킨 것이다. 그 차장 밑에는 6명 정도의 국장이 있었다. 당시 중정 국장이면 정부부처 장관을 상대하고 미치는 영향력도 컸다.  

그런데 이 차장의 문고리 비서는 감히 그런 거물들을 시쳇말로 가지고 놀았다. 갈수록 주군과 국장들 사이가 멀어졌다. 주군은 오직 문고리 비서의 말만 신임했다. 아마 청와대 문고리들도 이렇게 했을 것이다. 그 이문동 비서에 대한 원성들이 조직에 널리 퍼졌다. 그래도 당사자인 주군만 몰랐다. 몇 명의 국장이 개별적으로 접근하여 비서를 조심하라는 건의를 했지만 그럴 때마다 말해주는 사람이 머쓱해졌다.  

원성은 더욱 높아졌다. 나중에는 6명의 국장이 집단으로 차장에게 가서 ‘문고리를 내보내지 않으면 자기들이 다 사표를 내겠다’고 대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내보냈지만 문고리에 푹 빠졌던 주군은 생살을 떼어내는 듯 눈물을 흘렸다. 누가 뭐래도 자기에는 그 비서가 가장 충성스러웠다는 것이다, 그 후 그 문고리는 가는 곳마다 왕따를 당해 결국 조직에서 퇴출됐다.  

문고리의 행패는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성품 자체가 선하지 않거나 직책에 대한 반듯한 철학이 없으면, 영리한 것만큼 주위에 피해를 주고 주군과 국가에 피해를 입힌다. 
 

                                       장군의 문고리 전속부관  

나도 중위시절에 육군본부에서 문고리 생활을 했다. 가장 까다롭고 고달프다는 ‘1성장군의 전속부관’을 했고, 그가 주월사령부 참모장으로 발령돼 감에 따라 나도 따라갔다. 소위로부터 중위에 이르기까지 22개월 전투생활을 하고 귀국한 뒤 5개월 만에 재파병된 것이다. 내가 모시는 장군의 전임 참모장은 성격이 불같이 무서운 사람(훗날 국방장관)이라 참모들이 늘 전속부관으로부터의 정보에 의존했다. 나는 중위가 된지 1년 6개월 만에 임시대위를 달고 주월사 참모장 전속부관을 했지만, 전임참모장의 전속부관은 나이 든 소령이었다.  

바로 그 소령에 대한 원성들이 사령부 내에 자자했다. 하지만 오직 그의 주군만 그것을 모르고 있으면서 그만을 신임했다. 대령 참모들을 모함하면서 주군이 믿을 사람은 오직 자기 밖에 없다는 것을 늘 주입시켰다. 문고리 비서들의 장난질은 바로 주군의 신임을 독차지하기 위해 계급 높은 참모들을 무능한 사람, 못 믿을 사람으로 모략하는 것이다.  

그 소령 전속부관 역시 그의 주군에는 ‘입안의 혀’였다. 결국 그 장군은 귀국을 하게 되고, 그 장군과 떨어진 소령은 집단 왕따를 당해 예편했다. 나는 육군본부에서도 사이공에서도 대령 참모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주월사령부 부임 후 5개월 동안 그들로부터 많은 귀여움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령 참모들은 집단으로 참모장에게 가서 지 대위를 키워주려면 전속부관을 그만하게 하고 전투사단에 내려 보내 포대장 경력을 쌓게 해야 한다고 졸랐다. 참모장은 내가 공작(?)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결국 나를 놓아주었다. 

                                                  나도 여우 짓 했다

나는 전속부관의 자리를 자기발전의 발판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장군을 떠났을 때의 내 위상을 염두에 두면서 참모들에게 겸손하게 행동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참모들이 장군의 결재를 받으려고 부속실을 들어설 때마다 나는 언제나 활짝 웃으면서 반겼다. 그들은 결재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이에 소파에 나란히 앉아 담배도 피우고 차도 마셨다.

“어이, 지대위. 담배 안 피우나?”

“네, 못 피웁니다.”

그들은 서로 담배 구걸을 했다.

“어이, 원호참모. 담배 있어?”

“아, 나도 챙기질 못했는데”

이런 광경을 목격한 나는 다음날부터 윈스턴, 말보로, 켄트, 살렘, 럭키스트라이크 등등 여러 종류의 담배를 사다 놓았다. 그리고 이 담배 곽들을, 동동 걷어 올린 팔소매 틈에 찔러 넣었다. 양쪽에 3갑씩! 거울에 비쳐보니 화려한 색깔들로 치장된 듯한 내 팔뚝이 너무 괜찮아 보였다. 이 모습을 본 참모들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내게 다가와 팔뚝에서 담배 개비를 뽑아갔다. 고참 병장인 사무실 당번이 이를 보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자기 일을 찾아서 했다. 차에 대한 각 참모들의 취향을 일일이 기록했다가 참모가 오면 자동적으로 참모들이 좋아하는 차를 대령했다.

참모들이 결재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보였다. 나는 출근하자마자 참모들에게 부지런히 전화를 걸었다. 결재 제목, 소요시간, 긴급정도를 물어서 결재 시간을 예약해 주었다. 그리고 참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뉴스나 정보도 알려 주었다. 장군과 소원한 관계에 있는 참모들의 장점을 메모했다가 차 속에서 하나씩 장군에게 풀어놓기도 했다. “참모장님, 부관참모 말입니다. 고전음악에 참 조예가 깊더군요. 마작도 수준급이라는 것 같던데요. 참, 족보 있는 개를 키우고 있는데 이번에 강아지를 여러 마리 낳았다 합니다.”

“오, 그래?”

“혹시~ 내일 아침 조찬 때 자리가 하나 남는데 부관참모를 추가시킬까요?”

“그래, 그렇게 해봐.”

“강아지가 예쁘다고 하기에 암놈으로 하나 골라서 서울 댁에 갖다 드리도록 부탁했더니 그렇게 좋아하시더군요. 사모님께서도 강아지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청와대 문고리  

목하 감히 청와대 문고리들이 나라 전체를 어지럽히고 있다. 오래전부터 문고리들에 대한 안 좋은 소문과 원성들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결국 문고리들은 대통령까지 삼켜버릴 찰나에까지 이르렀다. 참으로 민망한 현상도 있다, “피보다 더 진한 물이 있다”는 박지만의 표현이다. 그 요상한 물은 대통령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사실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사실로 들리는 아래의 폭로는 대통령을 일거에 삼킬만한 독약이다.  

대통령이 문체부 장관을 불러 놓고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정윤회 딸과 관련해 보고서를 냈던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장관에게 대주면서 나쁜 사람들이라 질책했고, 후에 다시 대통령이 직접 국장과 과장을 잘랐는지에 대해 확인까지 해서 국장 과장이 보직에서 즉시 잘렸다는 요지의 보도다. 이 민감한 보도에 대해 대통령은 해명해야 할 것이다. 사실이라면 대통령도 아니다.
 

                         대통령, 이번에 그의 수준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최근의 보도를 보면 청와대의 높고 낮은 비서들은 문고리 삼인방의 머슴들에 불과해 보인다. 아니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 삼인방에 조롱-능욕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앞의 중정 차장이나 주월사 어느 참모장의 경우처럼 삼인방만이 자기에게 가장 충성하는 애국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문서 유출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취한 조치는 애들 싸움에 끼어들어 무조건 내 새끼 편을 들고, 상대방 아이들의 뺨을 때리는 무식한 엄마의 행동과 다를 바 전혀 없었다. 아무리 평상심을 잃는다 해도 이건 대통령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찌라시? 대통령 입에서는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되는 단어였다. 대통령은 천하의 인재들만 뽑아 갔다. 그 고급의 인재들이 몇 달동안 겨우 찌라시 보고서들만 만들면서 국민세금을 축냈다는 말이다. 이런 말이 어찌 감히 대통령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정윤회가 개념 없이 내 뱉은 말과 대통령의 말이 어떻게 이렇듯 정확히 일치할 수 있는 것인가!

 

2014.12.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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