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케이스, 판단력이 인격이고 국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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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10-13 00:11 조회7,16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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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 케이스, 판단력이 인격이고 국격이다
8월 3일, 산케이 신문이 일본인들에 읽힐 기사를 썼다.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나”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는 솔직히 그 이전에 나온 최보식 칼럼에 비해 그 강도가 강하지 않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산케이에만 분노했고, 검찰은 가토 기자에 대해 6차례씩이나 각 10일식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3회에 걸쳐 25시간 정도를 조사했다. 그리고 드디어 사고를 쳤다. 여러 차례 필자가 ‘기소하면 안 된다’ 호소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필자와 많이 달랐다. 그래서 이제부터 나라가 어려움에 빠지게 생겼다.
산케이라는 일본 신문, 일본 신문의 한 기자(가토)가 언론의 자유가 형편없이 낙후된 한국의 언론자유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나선 “대한민국 언론민주화”의 영웅이 될 모양이다. 그들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올라갈 것이고, 신문사의 판매량이 확장될 것이며, 갈등관계에 있는 한-일간의 암투에서 일본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이 모두의 가능성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얻는 이득이다. 한국을 더 많이 조롱하고 더 많이 공격하면 더 많은 이득을 얻는 고약한 구도에 말려든 것이다.
반면 청와대와 한국검찰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일본 기자 한 사람에 의해 농락당하게 생겼다, 앞으로 산케이는 한동안 세계뉴스의 프리마돈나가 될 것이며, 관련 뉴스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세계인들은 세월호 사고가 나던 날 한국의 대통령은 도대체 무얼 했기에 사고당일 행방불명이라는 소리를 들었을까? 그 위중한 시간에 7시간 동안 대통령의 존재감이 없었다니!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기사들을 읽을 세계인들은 ‘누구와 만났나’에 방점을 주기보다는 엄중한 시간대에 7시간 동안이나 청와대 비서실장도 대통령의 행방을 몰랐다 할 정도로 베일에 싸여 존재감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청와대 문화에 더 큰 방점을 둘 것이다.
한일관계는 대립 모드로 악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이 매우 불편해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측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다. 청와대와 검찰은 가토 지국장에게 대통령을 조롱하고 한국국민을 불쌍한 국민이라며 동정을 표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건네주었다. 한일간의 대립에서 일본은 높은 고지를, 한국은 낮은 고지에서 모멸스런 싸움을 지속하게 될 모양이다. 세계인들은 한국에 ‘국가원수 모독죄’ 정도의 독재체제 잔재가 남아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이 정도로 낙후한 언론의 자유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국민을 동정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확장하라는 국제사회의 주문과 압박이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다. 빨갱이들이 국제적으로 이슈화시킨 국보법에 대한 비난도 쇄도할 모양이다.
가토에 의해 조롱당할 대통령의 국제 발언권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 역사 문제, 독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도 국제여론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 3개의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세가 시너지를 얻게 생겼다. 한국의 귀한 자산을 한입에 털어넣어 준 것이다. 참으로 참으로 억장이 무너질 일이 우리에게 몰아닥칠 것이다 .
별 물건도 아닌 김대중을 때려서 키워준 사람은 박정희였다. 이제는 박근혜가 일본 기자 가토를 '대한민국을 개화시키고 있는 세계적인 영웅'으로 키우게 생겼다. 벌써부터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청와대가 부글 부글 끓으면서도, '하고싶은 말들'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일본 기자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고, 청와대와 검찰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는 것이다. 이 무슨 졸렬한 게임이란 말인가?
개인의 인격도 판단력의 함수이고, 국가의 국격도 판단력의 함수다. 사람들은 정인숙이 박정희의 애첩이라고 놀렸다. 사실은 정인숙은 정일권의 애첩이었다. 하지만 박정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오직 국정에만 전념했다. 사람이 아니면 대하지 말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청와대와 검찰은 이런 격언에 역행했다.
체신이 있고 격이 있지, 어떻게 대통령이 일개 일본 기자와 멱살을 잡고 싸우는 고약한 상황을 선택할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벌써 가토는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여 "속이 좁고 특이한 대통령"이라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우슨 반응을 보일 수 있는가? 국가의 수뇌부가 일본 기자 한 사람과 맞붙어 말싸움을 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부터는 한국의 입은 입이 아니다. 반면 가토는 신나게 더 공격할 것이다. 국제 언론이 가세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우려했던 쪽박차는 망신이라는 것이다.
국가 자체를 비참하게 만들 이 유치한 판단력을 가지고 어찌 어려운 이 나라를 리드해 갈 수 있겠는가? 일본과 이런 식으로 싸우다가는 제2의 IMF를 당하고, 지원력을 가진 일본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장기간 세계인들의 조롱거리가 될 모양이다. 청와대와 검찰이 가토 기자 한 사람의 꾀에 말려들었고, 그는 마음껏 대한민국 수뇌들을 가지고 놀 것이다. 아니 가토 기자에 의해 대한민국 전체가 비참하게 추락할 것이다, 이쯤 되면 그때에서야 국민은 대통령 등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될 것이다. 대통령을 원망하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급감할 것이다.
2014.10.1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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