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전두환, 누가 더 업(UP)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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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05-15 15:57 조회9,4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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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전두환, 누가 더 업(UP)인가?
박근혜는 전두환과 악연이 있어 감정들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대통령 직분의 수행 실적을 보면 전두환과 박근혜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전두환은 평균 이상의 좋은 참모들을 뽑아 썼다. 그는 경제정책을 잘 세워 국가를 부흥시키는데 박정희 다음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박근혜가 선택한 인선은 역대 최악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두환은 행정시스템의 현대화와 경영분석의 현대화를 프로젝트화 해서 수행했지만 박근혜는 나라가 모두 썩은 사실도 모르고 마치 몽유환자처럼 ‘그림의 떡에 불과한 통일“을 놓고 대박이라며 엉뚱한 행동들을 보였다.
전두환은 율곡 13년 동안의 집행 성과를 평가하라는 명령도 내릴 줄도 알았고, 카터를 따라 영기점 예산제도도 추진하라며 전 정부부처를 압박할 줄도 알았다. 국방장관 윤성민은 국방예산개혁으로 온 군을 못살게 독려했다. 당시의 5년동안 군은 오직 예산개혁에 침몰했다. 지금의 박근혜가 뽑은 사람들 중에 시스템의 선진화에 관심 가진 사람 없다. 도대체 미래부의 그 미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래는 내가 정리해 놓았던 당시 국방개혁에 대한 약도다.
전두환 시대(1982-86년)의 국방개혁
1981년, 필자가 홍릉에 있는 국방연구원(당시 이름은 국방관리연구소)에 들어가자 마자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이 국방비의 72%를 차지하고 있던 운영유지비 관리에 대한 것이었다. 각 부대별 자원배분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배분되는지, 배분된 자원들은 각 부대단위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분석과 대안을 연구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연구결과는 곧바로 국방부 과장급 이상 군 수뇌부 모두가 모여 있는 국방부 전체회의에서 40분간 발표됐다. 연구소에 간지 1년 후의 일이었다. 연구원들은 대회의실 뒤에 있는 영상실에서 슬라이드를 넘기고, 필자는 국방장관과 연합사 부사령관, 각군 총장 등 수많은 장군들과 대령들 앞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내가 쓴 시나리오라 해도 여러 번 읽어 발음을 숙달하지 않으면 소리에 윤기가 없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해 두었었다. 일생에서 처음 해 보는 처녀 발표였다.
“이 자리에 계신 장관님, 각군 총장님, 그리고 참모님들 여러분, 여러분들 중에서 혹시 전방의 사단이나 비행단이 각기 1년에 얼마의 국방비를 소비하고 있는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침묵) . 아마 없으실 겁니다. 각 부대에 가계부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의 물자를 사용했는지,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를 기록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몇 개 부대에 나가서 흩어진 자료를 대략 쓸어 모아 보았습니다. 전방 1개 사단은 대략 연간 300억원 정도의 돈과 물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이나 대우의 연간 운영예산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관리책임자가 없습니다. 사단장님께 물어봐도 자기는 이 300억원에 대한 관리책임이 없다고 말합니다. ‘물자가 부족하면 청구한다, 주면 쓰고 안 주면 그럭저럭 보낸다, 이런 판에 내가 무슨 책임을 지느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제1사단이 사용하는 비용에 대해서 제1사단장이 책임 없다 하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습니까? 장관님이 책임을 지십니까, 아니면 총장님이 책임을 지십니까? 아니면 모두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까?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국방비의 72%인 운영유지비가 바로 이렇게 무책임 하게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책임은 한 사람에게만 부과돼야 합니다. 공동의 책임이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단의 예산은 사단장이 단일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단장이 책임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사단별 관리제도를 가져야 합니다. 사단별로 관리참모를 가져야 하며, 관리회계 시스템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부대는 경제주체입니다. 부대와 부대 간에는 거래관계가 형성돼야 합니다. 군수부대는 물자를 퍼주는 부자의 부대, 전투부대는 아쉬운 소리 해가며 받아쓰는 동냥의 부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까지 군수부대는 물자를 사서 산타클로스 입장에서 미운 자 고운 자를 가리고,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를 가려가며 물자를 배급해 왔습니다. 군수물자는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였던 것입니다.”
“경제기획원은 돈에다 색깔을 칠해서 나누어 줍니다. 국방예산 담당관도 이런 식으로 경제기획원에 예산을 신청합니다. 이는 마치 100만원 봉급자에게 한 가지 돈으로 100만원을 주지 않고 노랑색 3만원, 파랑색 5만원, 빨간색 12만원 식으로 색을 칠해서 100만원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색깔이 없는 100만원의 돈을 주면 가정주부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현실에 맞게 창의적으로 예산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만일 100만원 중에서 3만원은 노랑색을 칠해서 쌀 사는 데만 쓰게 하고, 4만원은 파란색을 칠해서 문화비로만 쓰라고 해 보십시오. 쓰다 보니 파란 돈은 남고 노란 돈이 모자랍니다. 바꾸어 달라고 하면 행정이 매우 불편하고 불이익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라 정리’가 유행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Colored Money System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이제 군수사령부는 물자를 임의대로 사서 하급부대에 일방적으로 배급해 주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사단으로 하여금 돈을 가지고 와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게 하는 백화점이 돼야 합니다. 지금은 군수예산을 군수부대에 주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단에 주어야 합니다. 가정주부에게 돈을 주는 것입니다. 군수물자 창고에는 많이 팔려서 모자라는 물자, 적게 팔려서 남아도는 물자가 생기게 됩니다. 남은 물자는 그만큼 다음해에 적게 구입하고, 모자라는 물자는 즉시 더 사다가 놓아야 합니다.”
“이제 소비자인 사단은 가정주부처럼 쿠폰을 가지고 백화점에 가서 물자를 구매해야 합니다. 사단은 소비자, 군수부대는 백화점, 경리는 은행이 되어야 합니다.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는 소비부대의 창의력과 능동적인 자원관리 노력에 의해 좌우돼야 합니다. 군수사령부는 물자를 사서 배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창고에 정돈해 놓고 사단에서 구매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 .”
회의를 주관하는 실무자 대령이 맨 앞에 앉아 있다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필자 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홈런”을 쳤다는 식으로 힘 있게 엄지를 올려 보이며 윙크를 해주었다. 내가 시나리오를 읽어가는 동안 그 넓은 회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날 오후 연구소장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국방부에 난리가 났소, 지박사 홈런이오. 축하하오. 윗분들이 얼마나 지박사와 나를 칭찬하시는지 기분이 너무 좋소. 장관님이 예산개혁을 시작한다 하오, 지박사를 자주 부르실 거요”
며칠 후 윤성민 국방장관은 예산개혁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지휘서신 1호를 하달했다. 그 지휘서신은 필자가 초안을 작성한 것이었지만, 국방장관님은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하달했다. 당시까지 국방물자는 공기나 물처럼 반자유재로 취급됐다. 주면 쓰고, 남으면 내다 팔거나 폐기처분해 버렸다. 정교한 광학장비도 함부로 다루었기 때문에 고장이 잦았다. “고장 나면 수리 보내면 되지 뭐” 이게 물자와 장비를 대하는 군의 정서였다.
미군이 거저 주는 물자이기 때문에 주인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예산개혁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모든 장비에는 단일 관리 책임자가 지정됐다. 장비에 비용이 발생하면 관리책임자의 비용카드에 비용이 기록되게 함으로써 상도 받고 벌도 받게 했다. 모든 장병에게 비용의식이 강요된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엄청난 의식혁명이었다. 모든 사단에 처음으로 컴퓨터가 들어갔고, 자원관리참모가 신설됐으며, 부대마다 비용절약 운동이 확산됐다.
국방부의 예산개혁 분위기로 인해 1982년부터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국방비는 물론 정부 전체의 예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개혁에 엄청난 열정을 보였다. 전 정부 부서에 영기점 예산제도(Zero Based Management System)를 강요했다. 이는 당시 미국 대통령 카터가 주도하던 것이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당시 윤성민 국방장관은 5년에 걸쳐 예산 개혁을 주도했다. 예산개혁이 그를 장수 장관으로 만든 것이다. 이는 예산관리 근대사에 가장 칭찬받아야 할 의식개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지금까지의 모든 국방장관들은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들도 그런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모두가 대통령 자격조차 없는 사람들이었다.
2015.5.1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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