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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없으면 친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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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04-14 23:37 조회8,0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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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이 없으면 친구도 없다! 
 

1980년 10월, 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국가정보원에서 약 10개월간 견학도 하고 단기과정 교육도 받았다. 그런 내게 3가지 옵션이 주어졌다. 국정원에서 과장급으로부터 시작하던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가던가, 아니면 국방연구원으로 가던가. 이 세 가지 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나는 2개월 간 곰곰이 생각했다. 중앙정보부에 있으려니 매일 룸싸롱에 가야 했다. 누군가가 줄을 서서 초대하는 것이었다. 청와대에 가면 더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깨끗한 연구소를 택했다. 창의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곳이고, 자유공간이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출세는 내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연구소에 와서 내가 가장 먼저 공격목표로 삼은 것은 방만한 국방예산에 관한 것이었다, 이 방만성은 내가 합동참모부에 근무하면서 이미 문제점으로 찍어 두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국방예산은 마치 드럼통에 들어있는 석유이고, 그것을 따라 쓰는 방법은 여기저기에 목이 좁은 병들을 나열해 놓고 병들에 석유를 붓는 식으로 사용되어 진다는 것이었다. 반 이상은 낭비되고 반 이하가 제대로 병에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국방예산이 우리 국민세금으로 충당된 지 오래인데도 현금과 물자를 다루는 군인들의 마음은 미국이라는 남이 원조해주는 물자를 쓰고 있다는 자세에 머물러 있었다. 없으면 더 달래고, 망가지면 수리 보내고,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라는 그런 생각들이었다. 나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와 원시적인 배급시스템을 맹렬히 비판했다. 내 비판은 군수뇌들이 생전 들어보지 못한 혹독한 것들이었다.  

시각이 분명하고 표현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사례로 인용된 관리자들은 나를 극도로 미워했고, 계급과 직급이 높은 장군들일수록 나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욕을 하는 소리는 요란했고, 칭찬하는 소리는 조용하고 은근했다. 욕을 하는 사람들은 이론과 업무에 대해서 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인신공격이었다. "건방지다", "학자가 탁자에서 무얼 알겠느냐" 등 등. . . 

나를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윤성민 국방장관과 신치구 차관이었다. 장관은 내 브리핑을 듣고 예산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공기나 물처럼 반 자유재로 인식됐던 국방자원에 대해 책임자가 임명됐고, 모든 물자는 금액으로 환산되어 책임자에게 비용으로 회계 처리됐다. 이는 전군에 비용의식을 갖게 한 일대 의식 혁명이었다. 나는 창군이래 처음으로 실시되는 예산개혁의 창시자로 전군을 다니며 강연을 했다. 졸지에 육해공군 모두에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나를 아는 모든 군인들은 두 진영으로 나누어졌다. 미워하는 진영과 좋아하는 진영이었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내게 간곡한 충고를 주었다. “앞으로 출세를 하려면 표현을 부드럽게 해야 하고, 연구로 인해 아픈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3-4성 장군들은 내게 1988년에 꼭 장군 진급을 시켜줄 테니 제발 1년 동안만 조용히 지내라 했다. 한마디로 그 동안 만은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충고하는 사람들의 진심을 거역하지 못해 그 자리에서는 그리하겠다고 답을 했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붓끝에 칼날이 섰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병(?)이었다. 이에 대해 더러는 당신 목이 몇 개냐, 충고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붓끝은 내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았다.  

우정어린 충고를 해주는 사람들의 진심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갈등도 생겼다. 마음을 편히 갖기 위해서는 두 개 중에 하나를 확실하게 선택해야 했다. 나는 기꺼이 적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적이 없으면 친구도 없다”라는 말로 내 결심을 합리화한 것이다.  

어느 날, 윤성민 국방장관님이  말했다. “어이, 지박사, 자네 욕을 참 많이 먹더라, 그런데 나도 자네만큼 욕을 많이 먹고 있네. 그런데 말야, 나는 욕을 먹는 자네가 예뻐 보이네. 욕을 먹지 않는다는 건 일도 열심히 하지 않고 희미하다는 증거야. 열심히 할수록 그리고 소신이 분명할수록 적이 그만큼 더 많아지는 거라네”.  

학문적으로 리더에는 민주형 리더와 권위형 리더가 있다. 민주형 리더는 인간관계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권위형 리더는 과업을 중요시한다. 리더십이 얼마나 훌륭한가는 리더십의 대상(지휘를 받는 사람들)과의 상호관계에 의해 좌우된다. 지휘를 받는 사람들의 양식 및 시스템이 상위에 있을 때와 최하위에 있을 때에는 권위형 리더가 좋은 성과를 내고, 중간층에 있을 때에는 민주형 리더가 좋은 성과를 낸다.  

1975년, 나는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하면서 리더십 과목을 선택했다. 그때 권위주의의 정도를 측정하는 LPS(Least Preferred Score) 테스트를 해보니까 30여명의 연합군 장교들 중에서 내가 제일 높았다. 선천적으로 나는 권위형 리더, 즉 인간관계를 거의 무시하고, 오직 성과위주의 리더십을 추구하는 족속에 속한 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긴 대로 꾸밈없이 편하게 살기로 작정했다. 내게는 인간관계를 넓힐 만큼의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했다면 오늘날의 내가 없었다. 고마운 사람들은 마음 속에 많지만 그것은 마음에서 고귀하게 보존돼 있을 뿐, 일일이 전화하고 만나서 대화를 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남자의 세계에서는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을 마음의 벗으로 삼는다. 하지만 매일 화투를 같이 치고 술을 마셔도 중요한 자리에는 그 친구를 추천하지 않는다. 친구도 용도가 각기 다른 것이다. 이게 진정한 의미의 남자라고 생각한다.  

조직에는 인간공해가 많다. LPS점수가 높을수록 인간공해를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조직생활을 포기하고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나는 소위로부터 대위에 이르기까지 소부대의 리더였고, 나의 리더십은 토의능력으로 상징되었다.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가장 좋아했고, 고정관념을 극도로 싫어했다. 나는 언제나 병사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들에게 고분고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카리스마가 되어갔다. 

토의과정을 통해 병사들을 적극적이게 만들었다. 토의 때문에 과업 수행 방법이 남보다 창의적이었다. 그 성과에 의해 밖으로부터 좋은 명성을 얻었다. 그 명성이 곧 권위였다. 권위를 버렸기에 권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버리고 나서 얻은 권위가 곧 카리스마였다.  

마찬가지로 친구를 얻으려고 하면 친구가 생기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적이 되지 않겠다는 사람은 소신을 나타낼 수 없다. 이런 그가 친구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은 소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소신이 없는 사람은 계산을 한다. 평소에는 친구이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당하면 이런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되고 만다.  

초등학교 시절, 내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사이좋은 부자가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아들은 매일 친구들과 어울렸다. 아버지에게는 친구가 없어 보였다.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기는 친구가 많은데, 아버지는 친구가 없으니 얼마나 쓸쓸하시냐고 은근히 자랑을 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제안을 했다. 누가 훌륭한 친구를 가지고 있는지 시험해보자고. 아들은 문제없이 자기가 이길 수 있다고 믿었기에 쾌히 동의했다. 가마니로 볏단을 돌돌 말아 송장처럼 보이게 했다. 아버지가 그것을 지게에 지고 아들더러 가장 친한 친구 집부터 찾아가자고 했다. 아들은 앞에서 가고 아버지는 뒤에서 송장짐을 지고 따라 갔다.  

아들은 아버지의 제안 대로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을 깨워 “살인을 해서 시체를 지고 왔으니 숨겨 달라”고 부탁했다. 시체 가마니를 본 친구들은 이리저리 변명을 하면서 도와주기를 거절했다. 친하다고 생각한 모든 친구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시체를 거두어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버지 차례가 되었다. 코가 빠진 아들이 송장 짐을 졌다. 평소에 친구라고는 없어 보이던 아버지가 새벽에 곤히 잠자고 있는 친구 집을 찾았다. 사정을 듣던 친구가 얼른 열쇠를 가지고 나와 광문을 열어주면서 내려놓아라 했다. 

그동안 아들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사귀었다는 친구들이란 모두 허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많은 친구보다는 의기가 통하는 소수의 친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새로운 얼굴에도 친구가 있을 것이며, 가는 사람 잡는다고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4.4.1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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