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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의 방법’에도 기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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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01-04 21:19 조회9,4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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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의 방법’에도 기술이 있다

연구소에 있었던 하나의 작은 일이다. 미국의 모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던 한국인 교수를 연구소로 유치한 적이 있었다. 연구소의 계급은 호봉이었고 새로 유치하는 교수에게도 호봉을 주어야 했다. 너무 높게 주면 기존의 간부들이 불평할 것이고, 너무 낮게 주면 유치학자를 서운하게 할 판이었다. 회의 진행자인 부원장이 8명의 간부를 불러 회의를 했다. 인사과에서 그의 경력을 기계적으로 해석해서 7.2호봉이라는 계급을 산출해냈다. 진행자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각 간부의 의견을 말해달라고 했다. 
 

맨 처음에 대답한 사람이 7호봉을 제안했다. 그러자 다음 사람들도 돌아가면서 ‘동감’을 표했다. 필자가 맨 나중에 앉아 있다가 7호봉을 제안한 간부와 동의를 표시한 간부들에게 “왜 7호봉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까” 하고 물었다. 모두가 대답을 못했다. 단지 사사오입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사오입을 하자고 간부회의를 소집했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회의의 형식은 나무랄 데 없는 민주주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 회의의 질은 그게 아니었다.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모이신 간부들은 오직 7.2 라는 숫자가 쓰인 종이 한 장 받아 쥐고 있을 뿐입니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토의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논리가 전개되고, 그 논리에 의해 각자는 자기의 마음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정한 후에 각자의 의사결정 결과를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대해 사회자는 이렇게 물었다. “그 말씀은 옳은 말씀인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정보가 도출되고 논리가 전개될 것인지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필자는 유치 학자를 회의장에 불러 차를 함께 마시자고 했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엄청난 정보였다. 차를 마시면서 간단한 질문들을 한 후 그를 내보낸 후 필자가 양해를 얻어 칠판으로 나갔다. "자, 유치 학자를 보셨지요. 유치 학자와 견줄 만한 기존 연구원들의 이름을 열거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자기 휘하에 있는 한두 명씩의 이름을 거명했다. 그 이름들을 칠판에 써놓고 한사람씩 견주어 갔다. 누가 더 높고 낮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이 백출됐다. 마지막에는 김 박사보다는 높고 이 박사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그는 9호봉으로 결정되었다. 7호봉과 9호봉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다. 회의진행 방법에 따라 참석자들의 창의력이 유도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다. 
 

한국의 조직들에서 토의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것은 순전히 진행자의 탓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간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해봤는데 안 되더군요, 일본과는 달리 한국문화에는 맞지 않습니다."  

2014.1.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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