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불화살 (전태일의 후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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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3-03-06 12:21 조회13,6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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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불화살 (전태일의 후신들)
제3회 1,000만원 원고료 현상공모
(진터골 이야기 3부에 선정)
(도서출판 現思硏 1990.3.20)
요 약
위장취업-노조결성-투쟁의 실상
노상에서 채소 몇 점씩을 놓고 파는 노모를 모시고 살던 한 순진한 청년이 취직을 했다. 얼마 되지 않아 소위 "선진노동운동가"로 훈련된 위장취업자 최성일에 포섭되어 그가 세상을 보는 시각과 카리스마 그리고 철두철미한 리더십에 현혹되어 노동해방에 뛰어들었다. 노동자는 뼈 빠지게 일하고 과실은 사장 혼자 가져다 호강하는 세상을 바꾸어 보자는 투쟁에 나선 것이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 피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민주제단에 피를 바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 때 비로소 노동해방은 쟁취될 수 있고, 노동자가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과 옛날 노예들과 무엇이 다른가를! 옛날 로마 사회에서나 그리스 사회에서 노예들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억눌려 지내야 했습니다.
그들은 죽지 않을 정도의 먹이를 받아가면서 지배계급의 부귀와 영화를 위해 짐승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 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수 양반들은 손 하나 가닥하지 않고 온갖 부귀를 누렸습니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비들이 희생을 강요당했습니까? 귀족과 노예가 서로 타협하고 화해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귀족들이 자기 것을 나누어 주면서 노예들을 해방시켜주었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 귀족에게 타협한 노예라면 그건 타협이 아니라 굴종입니다. 자본가가 그런 귀족이고 노동자가 바로 그런 노예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타협은 없습니다. 오직 투쟁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자본가를 상대로 싸워서 뺏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이 빨갱이 공산당 이론하고 무엇이 다르냐, 이렇게 질문할 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자본가와 팟쇼정권이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논리입니다. 여러분들은 국민학교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노동자 없으면 자본가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노동자는 우리의 정당한 몫을 찾자는 것입니다. 이걸 공산당으로 몰아붙이는 건 착취와 억압을 계속하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회사에 요구한 20% 임금인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최성일은 해직 노동자 복직, 무노동유임금 등. 또 다른 조건들을 내세워 끝없이 회사와 투쟁을 벌였다. "투쟁없는 노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투쟁 슬로건이기 때문이었다. 투쟁이 없으면 노동자들이 안이해지고, 안이해지면 대남사업이 주저앉기 때문이다. 최성일이 지명한 집행부장 이근배는 임금인상 협상에서 100%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최성일은 협상에 만족해하는 그에게 무노동 유임금을 위해 투쟁을 선포하라고 닦달한다. 이근배가 최성일의 끝없는 투쟁지시에 저항하자, 최성일은 그를 자본가의 앞잡이요 그가 이끄는 노조를 '어용노조'라며 공격한다.
세가 불리해지자 최성일은 [불화살]이라는 최후의 비상수단을 연출한다. 분신자살이라는 충격요법으로 사태를 뒤집어보자는 마지막 카드였다. 그는 그를 따르는 핵심 멤버들에게 분신자살은 하지 말고, 몸에 신라를 뿌리게 한 후 분신자살 하겠다는 협박을 해서 얻을 것을 얻어내자고 꼬셨다. 그의 추종자들은 그의 말을 믿고 자신들의 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신라를 바가지에 퍼서 머리 위로부터 뒤집어썼다.
사장실로 쳐들어가 사장 및 간부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도중 누군가가 성냥을 그어댔다, 세 사람의 최성일 추종자가 죽었다. 최성일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더 이상 그의 추종자들을 돌보지 않았다. 그리고 최성일은 노동운동권에서 혁혁한 공적을 쌓아 더 높은 간부가 되었다. 최성일에 포섭된 사람들은 순수한 의협심으로 인해 최성일의 낚시에 걸려들어 이 나라를 공산화시키는 데 이용된 더러운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다.
최성일이 없었다면 직장 노조도 형성될 수 없었고, 위기를 맞을 때마다 흩어지는 노동자들을 다시 장악할 수도 없었다. 지도자 없이는 아무리 작은 직장의 직장노조조차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이 글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직장에는 이런 지도자가 없다. 그래서 지도자는 외부에서 위장해 들어온다. 지도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추종자를 만들어 내고, 이들이 군중에 섞여 군중심리를 이끌어 내면 수많은 군중이 순간적으로 동원되는 것이다.
광주사태는 직장사태와는 비교조차 안 될 만큼 방대했다. 이곳 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시민군의 작전은 거대한 지도자 그룹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는 증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역학적 진리의 문제다. 전자개표기에 대한 문제가 개표기에 의한 부정이 있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문제인 것처럼!
민주노총의 목표는 임금인상이나 작업환경 개선과 같은 게 아니다. 어떻게 든 투쟁의 이유를 찾아내 투쟁을 계속하여 기업을 말살시키는 것이 목표다. "투쟁 없는 노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저들의 슬러건이요 사상이다. 이러한 사상은 죽기 전에는 버리지 못한다.
"야, 이 개같은 놈아, 니가 사장이면 다야? 잡아다 불고기 해먹어 버리기 전에 입 닥쳐".
"야, 이 씨발놈들아, 느기가 간부면 다야? 참말로 이 잡것들이 정신머리를 썩 못 차링가 보네, 엥, 콱 죽여쁠기 전에 썩 꺼져브러".
이렇게 해서 임금인상 100%를 얻어내면 그 다음은 "해직자 복귀", "무노동 유임금" 등 회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파업을 한다. 이들의 목표는 기업파산이다. 기업이 파산하면 위장취업자는 북으로부터 영웅 칭호를 받지만, 그에게 놀아난 순진한 동조자들과 군중심리에 말려들어 붉은 띠를 맸던 대다수 노동자들은 부모를 봉양할 일자리 자체를 잃어버린다. 달아난 위장취업자에게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은 동지가 아니라 부나비 같이 꾀임에 빠져 놀아난 소모품들이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 그 많은 노동자가 어떻게 다 주인이 된다는 말인가!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놀아나는 노동자는 결국 소수의 빨갱이들을 출세시켜주는 소모품일 뿐이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해서 대통령으로 뽑아주었는데 어째서 청와대와 국회에는 소수의 좌익들만 들어앉아 있으며, 노동자들은 어째서 하루가 다르게 일자리를 잃고 방황할까? 말도 되지 않는 투쟁거리의 끊임없는 생산, 이것이 골수좌익들의 남한 적화전략이다.
2013.3.6. 지만원
http://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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