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람들은 날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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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4-24 23:55 조회2,9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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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람들은 날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몰랐듯이
나도 사람들을 몰랐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기주의자인지 몰랐고
다른 사람은 내가 이타주의자인지 몰랐을 것이다
이타주의자가 과연 있을까
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이기주의자인가
아마 99.9%가 맞다 할 것이다
같은 질문에 내가 답하면
나는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20은 이기주의
80이 국가였다고 말할 수 있다
희귀 인종인가 구라인가
어렸을 때에는 생존 자체가 문제였다
이기심도 이타심도 없었다
사관학교 시절에는 독서에 취했다
세계무대의 위인전 영웅전을 읽으면서
애국자 되는 것이 선망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경쟁도 질투심도 없었다
그냥 어리광 많은 막내였다
13살 홀로 서울에 올라와
야간학교를 다니며
고학했을 때에는
학교를 다니는 자체가 행복이었고
경쟁의식 같은 건 없었다
사관학교
미국 해군대학원 석사 박사 클래스에서도
경쟁의식 없었다
학습에서 깨우치는 희열이
최고의 행복이었다
여기에 무슨 이기주의가 있겠는가
국방연구원에서 연구를 할 때
나는 늘 내가 이 나라 주인이었다
내게 연구 과제를 부여한 사람은 없었다
내가 이 나라 주인이라는 입장에서
과제를 창안하고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해 연구를 했다
하지만 내 연구는 언제나
기득권자들을 자극했다
그리고 추방당했다
추방당한 나는 누구이고
나를 추방한 기득권자들은 누구인가
순수 민간인이 되어서도 나는
국익을 위해 다퉜다
무기구매 과정을 모니터링하여
공익적 글을 썼다
노태우 김영삼 시대에 나는 영웅이었다
김대중 시대가 열리자
내가 몸 담고 있던 군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F/A18로 결정된 것을
F-16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논리를 제공했다
F-16사로부터
사업권을 제의받았다
수락하면 거부가 될 것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도
나는 거절했다
무기 오파상 분야는 내 전공분야다
돈을 버는 방법을
훤히 알고 있는 내가
그것을 거절했다는 사실
누가 믿으려 하겠는가
에이! 구라가 좀 쎄네 하겠지
1990년대 10년은
내가 언론계의 프리마돈나였다
김대중이 나를 국제회의 기조연설자로
선정했다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후 그는 언제나 나를 부부 가운데 앉혔다
장관 자리나 한전 사장 자리 등을 제안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출세 자리는 자유인이 가는 길이 아니었다
1999년 금강산 사업을 보고 나는
그를 빨갱이라 했다
웃는 얼굴
나를 사랑하는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 배신감이 어떠했겠는가
임동원이 이 배신감을 이용해 출세를 했다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 홍사덕이
나를 세 차례 찾았다
전국구를 하거나
정책위 의장을 맡아달라 했다
나는 힘들게 이를 거절했다
이후 리영희 교수
제정구 의원
김진홍 목사가
나를 극진히 대하면서
러브콜을 했다
나는 이 모든 유혹을 거부했다
김락중 김남식 강만길 한완상 등이
접근했다
사무실을 차려주겠다며
이방인이 접근했다
나는 완곡히 거절했다
내 인생 목표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목표
출세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었다
그저 밤에 빛나는 멋쟁이가 되는 것
오로지 자유인이 되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로망이었다
나의 자유공간은 글을 쓰는 공간이다
비단옷을 입는 공간이 곧
글쓰는 공간이었다
글을 쓰는 자유가 침해당하면
나는 부자의 길도 출세의 길도 거부했다
거부한 것은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그냥 생리였다
여기까지의 나를
이해할 사람
이 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는 나를
위선자라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질문부터 하자
5.18역사는 당대사다
충돌의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역사인 것이다
당사자들이 칼을 들고 나설
이 위험한 역사를
당신이라면 20년씩 연구하겠는가
리포트 하나 쓰면서도
몇 천만 원씩의 연구비를 받는
학자들 세계에서
감옥가고
집단폭력당하고
소송당해 2억4천만원 강탈당하는
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당신이라면 선택을 하겠는가
위선행위는
고생하지 않고 요설로 꾸미는 행위다
하지만 내 육체에는
이미 사나운 가시들이 온통 박혀있다
선혈도 줄줄 흘러나온다
눈물도 개울처럼 흐른다
이것이 위선이라는 말인가
그래서 나는
밤하늘을 외롭게 나는
외기러기인 것이다
호랑이 등을 탔기에 내리려 해도
내려지지가 않는 존재인 것이다
이기주의가 판치는 이 세상에서
이런 나를 그 누가 이해할까
아니
그 누가 이해하려는 마음조차 가질까
내가 이기주의자였다면
지금 나는 억울한 마음에
애간장이 다 녹아 소멸됐을 것이다
내가 지금의 나를 억울해 할까
억울해서 흐르는 눈물이라면
낙동강 물만큼이나 흘렀을 것이다
내가 이기주의였다면
나는 울화통 터져
아마도 아주 오래전에
지구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살려온
그 에너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무욕 그 자체였을 것이다
2022.4.2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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