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술의 의미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한잔술의 의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1-16 00:36 조회21,211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한잔술의 의미


 하루를 열심히 일하고 선술집을 찾는다. 열심히 일한 만큼 한 잔의 술이 주는 안식은 참으로 아늑하다. 술잔에 담긴 맑은 물에는 반추의 거울이 있다. 거기에는 때로 내 인생의 여로가 비친다. 내 10대 인생은 한 마디로 고난의 인생이었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고, 잘 곳이 없었던 각박한 하류 인생이었다.

그래도 어려울 때마다 따뜻한 손길이 있었다. 그런 손길이 있을 때마다 나는 내 부모님들에 감사했다. 나를 불구로 낳아주지 않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어디에 가든 얼굴이 예쁘고 착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도록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늘 감사했다. 그리고 14세로 객지 생활을 하기 전까지 나를 늘 품안에 끼고 재워 주시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듯. 따뜻한 눈길로 나를 가슴 속 깊이 안아주신 부모님께 한없는 그리움을 간직했다.


어릴 적에는 내 부모가 가난했는지 남들에 비해 늙었는지 전혀 몰랐다. 엄마가 보이면 젖부터 찾았고, 아빠를 보면 팔베개 베는 생각만 했다. 아늑한 멍석 위에 누운 엄마와 아빠 사이에 누워, 하늘에 그려진 온갖 아름다운 그림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온갖 사랑을 받던 막내의 처지가 행복했다. 


지금도 생각한다. 볼 품 없는 엄마, 초라한 아빠였지만 그래도 나만은 세상에서 사랑받고 귀염 받는 얼굴로 낳아주시고, 어미 닭이 병아리를 품어 주듯 아름다운 품성으로 태교하여 착한 마음을 심어주신 엄마에게 한없는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간직한다. 엄마와 아빠가 부자가 아니라 가난했음에 대해 너무 감사한다.


나는 우량체격으로 상징되는 육사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키도 작고 몸무게도 없었다. 그래서 탈락되었다. 그래도 나는 엄마 아빠를 원망할 생각은 상상에서도 없었다. 탈락하는 순간 가장 먼저 엄마의 따뜻한 품이 생각났다.


절망의 순간에 그리워 한 엄마의 품, 그 엄마는 마력의 힘을 발휘했다. 생전에 일면식도 없는 낯선 소령과 낯선 대령을 내게 보내주었다. 그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육사를 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육사가 너무 좋았다. 고독했던 독학의 세계에서 편안한 교수 학습의 세계로 승천한 것이 좋았고, 독서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육사는 내게 은혜였다. 내가 육사에서 키운 꿈은 4성 장군으로 상징되는 출세가 아니었다. 내가 독서를 통해 개척한 꿈은 세상의 꿈이 아니었다. 멋쟁이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꿈이었다. 숨어있는 옹달샘처럼, 수줍게 숨어서 피어난 초롱꽃처럼, 무기교의 기교처럼, 인생의 하루하루를 아끼면서, 인생을 조각하면서 사는 것이 꿈이었다. “로맨틱 그레이스!”


“로맨틱 그레이스!” 내가 추구하는 인생이다. 나는 댄스장에 나가지 않는다. 사교적인 파티에도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무엇이 ‘로맨틱 그레이스’인가?


별이 빛나고 하늘에서 별똥별이 기다란 은빛 곡선을 그리던 시절, 아빠는 전설로 흐르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건달은 비단 옷을 낮에 입고, 선비는 비단 옷을 밤에 입는 단다.”


‘로맨틱 그레이스’는 낮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밤에 존재하는 것이며, 화려한 무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응달에서 솟아나는 옹달샘과 응달에서 수줍게 피어나는 초롱꽃에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가 혼자서 마시는 한 잔 술에는 고독이 있고, 인생을 축약하는 시가 있고, 아름다웠던 얼굴들이 있고, 고요(tranquility)가 있다. 그 공간에서 만큼은 애국도 없고, 빨갱이도 없고, 생활에서 발생하는 원수도 없다.



2011.1.16. 지만원

http://www.systemclub.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4,128건 423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468 ‘민주공원’을 이천에? 정부가 해도 너무한다 지만원 2011-01-17 24573 251
1467 손학규가 이명박에 건 딴지 지만원 2011-01-17 18071 195
1466 세금은 말하지 않고 복지만 말하는 사람, 참나쁜사람 지만원 2011-01-17 21896 177
1465 박지원이 증명해보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정재학) 댓글(3) 정재학 2011-01-17 14917 148
1464 김정일을 따라죽지 못해 환장한 민주당(소나무) 소나무 2011-01-17 15285 128
1463 박지원이 보훈연금을 받는다?(9부)(정재학) 댓글(2) 정재학 2011-01-17 16246 103
1462 한국의 사법 정의를 위한 제안(검은바다) 댓글(4) 검은바다 2011-01-17 14321 83
1461 광주폭동을 미화 방송은 천벌을 받을 것이다(김정균) 댓글(3) 김정균 2011-01-17 28830 124
1460 KBS 아직도 언론노조의 붉은 광장(만토스) 댓글(3) 만토스 2011-01-16 16948 85
1459 대정부 공개질의에 대한 보고를 드립니다!(김종오) 댓글(2) 김종오 2011-01-16 15237 100
1458 조선일보,미국과 애국 시민들을 졸로 보나?(오막사리) 오막사리 2011-01-16 16131 187
1457 해적들이 좋아하는 한국상선 (만토스) 댓글(5) 만토스 2011-01-16 13846 104
1456 다카키마사오(박정희) (대마왕) 댓글(2) 대마왕 2011-01-15 19085 179
열람중 한잔술의 의미 지만원 2011-01-16 21212 243
1454 미-중 정상회담의 굉장한 파괴력 지만원 2011-01-15 21026 279
1453 이것 하나만이라도 대통령이 이기기를! 지만원 2011-01-14 24807 294
1452 박근혜에 대한 사랑의 매를 마감하며! 지만원 2011-01-14 26597 349
1451 가장 반가운 소식 지만원 2011-01-14 24738 427
1450 이상한 방향으로 물가 잡는 대통령 지만원 2011-01-14 18190 195
1449 김만복-이종찬-임동원이 걸레로 만들어 놓았을 국정원 지만원 2011-01-14 24713 268
1448 NGC 기자가 본 북쪽의 동물농장(만토스) 만토스 2011-01-14 18375 147
1447 대한민국 공산화 직전입니다.(대마왕) 대마왕 2011-01-14 19115 213
1446 역시 부정부패 순위 세계 36위국답다(stallon) 댓글(1) stallon 2011-01-14 18581 95
1445 MB가 레임덕을 피하는 길(소나무) 소나무 2011-01-14 17354 83
1444 박지원이 보훈연금을 받는다?(8부)(정재학) 정재학 2011-01-14 23677 112
1443 40년 전의 이은식 장군과 지금의 방북자들 지만원 2011-01-13 22718 228
1442 참다 못하여 나도 한국교회를 고발한다(오막사리) 오막사리 2011-01-13 18319 179
1441 문성근의 ‘민란프로젝트’는 진짜 민란을 위한 것!! 지만원 2011-01-13 24110 239
1440 만복이 자네가 국정원장 자격이 있었나?(송영인) 송영인 2011-01-13 17489 262
1439 곽노현의 공산주의 흉내 (만토스) 만토스 2011-01-13 15510 153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