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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의 패러다임조차 모르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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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1-03 12:52 조회16,4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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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의 패러다임조차 모르는 대통령


       대통령이 몸종 같은 심복에게 감사원장 맡기다니! 국가가 개인 것인가?


보도에 의하면 대통령은 2010년 12월 31일 감사원장에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내정하고 장·차관 7명, 청와대 수석·특보·비서관 10명 등 18명에 대한 인사를 했다. 18명 중 8명이 대통령과 한 번 이상 같이 일한 측근들이라 한다. 좌파 인물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고 한다.


정동기 감사원장 카드를 찾아내는 데 넉 달 걸렸다고 한다. 정동기 내정자는 대검차장 시절인 2007년 8월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규정한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간사를 거쳐 2008년 6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그의 재직시절에 총리실 불법 민간인사찰이 행해졌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감사원(GAO)이 국회직속으로 되어 있어서 대통령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대통령이 거느리고 있는 행정부를 감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에 있으면서 감사원법에서만 독립성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감사원법 2조1항) 구조 자체가 눈감고 아웅하는 식이다. 


오늘(1월3일)자 일간지들에서는 “감사원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 행정부의 부실과 비리를 감사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자신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심복 정동기씨를 감사원장에 임명한 것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인사라고 질책하고 나섰다. 국회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 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고, 집권 4년 차인 금년에는 4대 강 사업 등 정권이 벌여놓은 사업들을 빈틈없이 마무리해야 하는데 감사원장을 이런 사람으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감사원장은 검사출신이 아니라 경영학자가 맡아야


감사는 수사가 아니다. 선진국 감사의 제1목표는 국가자원을 보호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규명하여 개선방향을 유도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관들의 제1자질은 컨설팅 능력이다. 반면 우리나라 감사관들의 자질은 오래 전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체크리스트에 따라 공무원들을 취조하는 취조능력이다.  


국가 공무원들은 1년 내내 감사원 감사에 지적받지 않기 위해 일한다. 따라서  감사원이 감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무원들의 공무수행 자세가 결정된다. 감사원은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서류감사를 해왔다. 그래서 공무원들도 현장에 나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서류의 앞뒤를 짜 맞추는 탁상행정을 해왔다.


              감사원은 취조기관이 아니라 효율성 증진에 앞장서는 기관이어야


우리나라 감사원은 참으로 낙후해 있다. 효율성보다는 합법성을 감사 주안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공무원들도 효율성을 외면하고 합법성에만 집착했다. 행정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경영학적 안목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 행정부의 이런 자세를 유도하려면 감사원이 합법성 서류 감사에서 벗어나 효율성 감사를 해야 하고 효율성 감사를 하려면 법학적 마인들에서 벗어나 경영학적 마인드를 감사원에 심어야 한다.


감사원은 시스템 감사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낱개 규정에만 얽매여 왔다. 자간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에 집착했고, 숲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만 보면서 공무원들을 처벌해왔다. 논리를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체크리스트 하나하나를 물어가면서 칸을 채워나가는 식으로 감사를 했다. 체크리스트 이외의 설명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공무원보다 부실한 능력 가진 감사원 직원들이 효율성 망쳐


피감기관에 상주하여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제보가 있을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나가  '소나기 감사' 를 했다. 제보자가 문제의 본질을 자세히 설명해줘도 답답하리만큼 문제의 본질을 오해하고 생사람을 잡을 때도 있었다. 이러한 소문은 전 공무원사회에 확산됐고, 공무원사회에는 덤터기를 쓰지 않기 위해 진실을 은닉하고 조작하는 허위보고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막강한 권력에 비해 감사관들의 종합적인 분석능력과 판단능력이 너무 낙후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인 것이다.


소신껏 일했던  공무원들이 감사에 지적돼  처벌을 받은  사례들이 허다했다. 이는  감사원의 잣대와 공무원의 잣대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감사원의 잣대가  공무원들의 잣대보다  많이 낙후돼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감사원이 지향해야 할 목표


첫째 이유는 감사원 인력이 주로 법학계 출신들로 구성돼 있어서 경영학의 영원한 핵심 주제인 효율성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국가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할 경영관리자들이다. 감사원은 국가자원의 효율성을  증진하는 데 저해가 되는 법률, 규정, 제도, 관행, 조직,리더십 등을 찾아내 이에 대한 경영개선을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경영 컨설팅 능력을 가지고 공무원들의 경영능력을 감시하고 지도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국의 감사원은 공무원을 취조하는 '공무원 검찰청' 이다. 그래서 감사원장도 법관 출신이고, 감사관의 80% 이상이 법학도들이다.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감사원장을 경영학계나 분석학계최고의 석학으로 바꾸고, 감사관들의 80% 이상을 경영진단 인력으로 바꾸지 않는 한, 공무원들의 진취성은 차단될 수밖에 없다.


감사팀장은 각  감사관들이 조사한 내용을 합철하는 기능만 수행할 뿐, 선진국 감사팀장들처럼 수리분석 기법들을 배경으로 한 시스템 진단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능력은 고사하고 감사관들의 업무이해능력 자체가  공무원들보다 퇴화돼 있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에서 감사관들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로 치부돼 온지 오래다. 법조인들에겐 취조가 몸에 배어있다.


논리보다는 큰 소리가 앞서는 감사관들 앞에서 한번쯤 취조를 받아본 공무원들이라면  금방이라도 사표를 내던지고 싶을 만큼의 수치감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복지부동이 상책이라는 철학을 터득하게 됐다.


두 번째 이유는 체크리스트 감사, 취조식 감사, 로비를 받고 봐주는 소위 솜방망이식 감사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지면서 감사관들의 분석력이 퇴화됐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청렴도와 기강의 해이다. 공무원들이 업자들의 로비대상이라면 감사관들은 공무원과 업자 모두의 로비 대상이다. 힘 있는 자의 제보는 잘 처리되지만 힘없는 자의 제보는 비리자와 결탁하여 덮어줬다는 비난들도 심심치 않게 회자됐다.


네 번째 이유는  감사원이 국회에 소속돼 있지 않고 대통령 밑에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내부자 시각" 을 가지고 국가를 직접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감사원장은 "외부자 시각"을 가지고 국가경영을 진단하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원이 "외부자 시각"을 갖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감사원은 선진국들처럼 행정부에 소속될 것이 아니라 입법이나 사법부처럼 독립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국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한국국회는 대통령이 지휘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국가경영 실태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갈구하고 있다. 국회에 소속되면 감사원은 의원들의 다양한 요구 때문에라도 취조보다는 분석에 치우칠 것이며 감사권의 독립성도 향상될 것이다. 대통령 밑에 있으면서 행정부의 잘못을 소신 있게 부각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감사원에 대한 대통령 시각에 문제 있다


앞으로는 감사원이 시스템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법규, 조례, 조직, 리더십 상의 제반 문제를 발견해 내는 데 감사의 중점을 둬야 한다. 부정과 비리는 이로부터 파생되는 부산물일 뿐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감사관들의 취조대상이 아니라 문제발굴의 협력자여야 한다. 감사원이 서류감사를 하면 공무원들은 현장에 나가지 않고 앉아서 가짜서류만 정리한다. 공무원이 낡은 법규나 조례에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부여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공무원을 처벌한다면 국가자원은 천문학적으로 낭비되고 행정은 영원히 퇴화된다. 감사관들은 대통령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800명 모두가 대통령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후진 감사관행 때문에 우리나라 공무사회는 어제의 문제로부터 교훈과 지혜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10년 전의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생각하면 감사원의 개혁과 변신이 가장 급선무이지만 이 나라는 세종시니 4대강이니 하면서 토목사업, 이권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2011.1.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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