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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연, 박혜범과 존 듀이건(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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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바람 작성일10-12-11 01:15 조회19,4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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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먼 곳으로부터 택배가 도착했다, 갓 출간되어 뜨끈뜨끈한 책 세 권이었다, 오산의 역사, 조선역사 천자문, 천간지비(天慳地秘) 동악산(動樂山)으로 천간지비 동악산은 500여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었다, 저자는 세 권 전부 박혜범으로, 박혜범은 프론티어의 칼럼위원 박혜범이었다, 박혜범 선생은 대체 어느 시간에 이렇게 많은 책들을 썼을까,


책 제목에 등장하는 오산과 동악산은 전라남도 구례와 곡성에 위치한 산 이름이다, 동악산은 박혜범 선생의 칼럼 말미에 항상 등장하는 성출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며, 박혜범 선생이 필검을 휘두르며 칩거하는 곳이기도 하다, 천하의 산과 물을 다 섭렵하고 머리에 새치가 솟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제서야 박혜범 선생은 고향 뒷산의 매력에 홀렸던 것일까,


'천간지비 동악산'은 그 지역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읽기가 어려운 책이고, 그 고장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참으로 쓰기가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지독하게 박혜범은 동악산을 샅샅이 누비며 바위에 새겨진 음각 글자들을 읽고 사진 찍고 해석하고 묻고 듣고 배우며 이 책을 썼다, 동악산 바위의 음각 문자들 속에 얽힌 역사가 문장에 넘치고 그의 땀과 열정,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인식과 분노가 단락마다 넘친다,


책들을 완독하지 못했다, 순전히 본인의 개인 사정 탓이다, 주마간산으로 훝어봤던 이 책이 떠올랐던 이유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의 장지연 때문이다, 오늘 자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박탈당했다는 장지연의 기사가 '동악산 독립운동의 비사'라는 부제가 붙은 박혜범의 책을 떠올리게 했고, 그리고 호주 출신 영화감독 존 듀이건도 떠올리게 했다,


존 듀이건은 호주 출신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별로 유명한 영화는 만들지 못했지만 그가 만든 영화 '로메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존 듀이건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영화 '러브 인 클라우즈(Head in clouds)를 보았던 기억이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우아한 이 영화는 멜로극이자 시대극이다, 샤를리즈 테론과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절세의 미녀 두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2차대전의 유럽을 배경으로 전쟁통의 청춘 남녀가 벌이는 만남과 이별, 사랑과 전쟁을 그린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히트를 기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004년에 제작된 영화가 2009년에야 국내에 개봉되었던 것은 노무현 정권이 이 영화의 결말에 부담을 느껴서였을까,


캠브리지 대학의 여학생 길다(샤를리즈 테론)는 숨을 곳을 찾다가 남자 기숙사에 숨어들게 된다, 가이(스튜어트 타운센드)의 방이었다, 자유분방한 길다와 얌전한 모범생인 가이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얼마 후 길다가 파리로 떠나게 됨으로서 둘에게는 이별이 찾아온다,


몇 년 후 파리에서 재회한 이들은 인생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이번에는 가이가 내전이 벌어지는 스페인으로 떠나게 됨으로서 다시 이별은 찾아온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파리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한 사람은 레지스탕스로 한 사람은 독일군 장교의 내연녀로서, 그러나 영화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길다는 레지스탕스의 비밀첩보원임이 드러난다, 겉은 '친일파'였지만 알맹이는 '독립투사'였던 것이다,


독일군 장교 눈을 피해 두 사람의 사랑과 임무는 계속 되고, 독일군이 패주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은 맺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인 길다는 다른 레지스탕스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길다의 정체를 모르는 그에게 길다는 독일군의 창녀였을 뿐이었다, 이 돌발적인 장면에 관객이 경악하기도 전에 영화는 황급히 막을 내려버린다,


영화는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오만에 대한 경고, 혹은 조롱 같은 것이었다, 존 듀이건 감독은 노무현 정권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과거사에 미친 너희들이 아무리 역사에 대해 설쳐대도 그 역사의 이면에 숨은 역사까지 너깐놈들이 알겠느냐는 일갈 같은 것이었다, 역사는 물 위에 드러난 것보다 물 밑에 숨겨진 것이 더욱 크고 진리라는 존 듀이건의 외침이었다,


동악산 책에서 박혜범은, 앞에서는 친일해야 했지만 뒤에서는 항일을 했던 애국지사들이 많았음을 항변한다, 지역에서 독립자금을 대고 모으고 할려면 상황에 따라서 친일하는 시늉은 불가피하며, 비밀 항일운동은 기록을 남길 수 없고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책략으로 행했던 일제와의 친분은 기록이 남아있다면 무조건 친일부역자로 낙인 찍어버리는 과거사 정책에 불신하고 분노한다,


1921년 8월 18일 곡성의 독립운동가였던 조병순은 일제 경찰서에 끌려가 살해 당했다, 이 조병순을 위해 장지연은 비석을 설계하고 글자를 써 영사비(永思碑)를 세웠다, 비석의 갓 좌우에 보란 듯이 태극 문양이 선명한 이 비석은 석곡면 능파리에 세워졌다가 지금은 구원마을에 남아있다, 삼 대째 독립운동을 했던 조병순의 유족은 나중에 유공자로 신청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만일 장지연이 변절한 친일파였다면 먼 전라도 산골 동악산 비밀조직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며, 장지연이가 사망하기 한달 보름 전에 전라도 산골짜기로 21년 연하인 조병순의 영전에 찾아와 원통한 눈물을 술잔에 쏟으며, 불망비(不忘碑)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박혜범은 주장한다,


장지연이 친일파였다면 여기까지 찾아와 조문할 이유가 없었고, 조병순의 유족들 또한 비문은 고사하고, 조문도 받지않고 문전박대하였거나, 장지연을 향해 매국노라며 도끼라도 들고 뛰어 나갔을 것이며, 조병순이 죽고 한달 보름 뒤 장지연도 세상을 떴는데, 사망할 때까지 장지연은 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으며, 친일파와는 거리가 멀었음을 박혜범은 주장하고 증명해낸다,


장지연이 서훈을 박탈 당한 오늘 밤 박혜범은 목놓아 울었을까, 자기 에미애비가 독립군인지 일본헌병인지 구분도 못하는 노무현 정권의 족속들이 백여 년 전의 역사를 어찌 알겠는가, 하물며 역사의 아래에 숨겨진 거대한 빙하같은 역사의 진리를 무슨 수로 알겠는가, 불그무리한 색갈로 왜곡된 역사가 무너지고 언젠가 다시 진실의 역사는 찾아을 때, 박혜범 선생의 저서가 그 역사를 세우는 무기가 되는 날을 기대해 보며, 선생의  노작(勞作)에 박수를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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