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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산호세 광산과 북한의 아오지 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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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10-15 14:43 조회27,9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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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의 산호세 광산과 북한의 아오지 탄광 


8월 5일 오후 8시 반쯤(현지시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서 갑자기 갱도가 무너져 내려 33명의 광부들이 700m 땅 밑에 갇혔다. 지하공간은 섭씨 33도에 이르는 고온에 습도가 90%를 오르내리는 극한의 세계였다.


여성 지형학자 마카레나 발데스(30)가 애타는 마음으로 탐침봉을 뚫을 지점을 과학적으로 선정했다. “여기를 뚫어보세요” 그녀의 명령에 따라 구조대가 지하에 구멍을 뚫었다. 약 30차례의 실패가 이어진 후 구조대는 기적적으로 광부들이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북한을 탈출해 넘어온 신중철과 김부성은 각기 제3땅굴과 제4땅굴의 위치를 가지고 넘어왔다. 필자가 보기에 이 두 사람은 북한이 다른 땅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보낸 전략적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제보해준 땅굴 3,4호는 불과 지하 10여m에 불과했지만 육군 땅굴 탐사반은 수백개의 탐침봉을 뚫으면서도 이를 발견해 내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위장 간첩으로 몰렸고, 다급한 김부성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지뢰를 건드려 다리를 다쳤다. 다급해진 쪽은 이들만이 아니라 북한이었다. 한 곳에는 발전기 음을 내보냈고, 다른 한 곳에서는 폭발음을 내서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일약 대한민국의 애국자가 되었다. 


이처럼 지하 10m에 있는 직경 2-3m 크기의 땅굴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 당시 우리나라 땅굴탐사의 실력이었다. 하지만 발데스는 700m 아래 있는 공간을 찾아낸 것이다. 사고 발생 후 17일째, 구조대의 드릴 끝이 육중한 암반을 뚫고 들어왔다. 그들은 부랴부랴 쪽지에 메모를 써 매달았다. “33명, 전원 무사.” 생존자가 있으리란 확률이 점차 희박해져 가던 무렵 일어난 기적이었다.


칠레 구조대는 우선 암반에 구멍을 뚫고 ‘팔로마(비둘기)’라고 이름 붙여진 지름 12㎝의 캡슐에 물과 음식, 의약품과 옷가지 등 생필품을 내려보냈다. 이에 대해 발데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들을 찾는 작업은 마치 700m 거리에 있는 모기를 맞추려고 산탄총을 쏘는 것과 같았다.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어려웠다. 75%의 과학과 25%의 기적이었다"


'69일간의 사투 끝에 하늘을 보게 된 33명의 칠레 광부들'의 침착함, 이들을 구하기 위한 칠레 대통령과 구조대의 노력, 온 관심을 여기에 보내준 세계가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인류의 공동승리를 이룩해 낸 것이다.


이들 33명의 승리자들은 최악의 악조건 속에서도 규율과 절제 있는 생활태도를 유지했다. 비상식량을 아끼기 위해 48시간마다 참치 두 숟갈과 우유 반 컵을 마시는 것으로 버티면서 구조대를 기다렸다. 자연광이 없는 공간에서 생체시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지켰고 하루를 12시간으로 쪼개 2교대로 활동했다.


최연장자 마리오 고메스(63)의 경험과 축구코치 경력이 있는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의 지휘가 기약 없는 지하생활을 리드해 나갔다. 고메스는 19세 어린 광부를 다독이는 한편 3인 1조로 역할을 분담하고 불침번까지 운영했다. 각자 경력과 특기를 살려 간호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광부는 동료들의 건강을 돌봤고, ‘오락반장’ 역할을 맡아 동료들의 심리적 안정을 이끌어 낸 사람도 있었다. 지하 갱도에 ‘작은 사회’가 구성된 것이다.


구조에 대비해 지하 갱도의 지도를 그리는 등 정보 수집 활동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르수아는 구조 순서를 짤 때도 아픈 사람을 먼저 내보내고 자신의 순서는 마지막으로 미루는 희생정신을 보이기도 했다.


가족과 광부들 간의 편지 교환도 이뤄졌고, 화상 카메라까지 들여보냄으로써 그들은 외부와의 격리 상태에서 벗어났다. 광부들의 생존 소식이 전 세계에 알려지자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전달했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묵주를 보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구조작업에 노하우와 장비, 우주인들이 먹는 특수 고칼로리의 비상식량 등을 제공했다. 광부들은 가족과 화상전화를 하고 반입된 소형 프로젝터로 축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불안감을 달래는 한편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지켜 나갔다.


구조 D-데이인 10월 13일 광부들은 ‘희망’이라 이름 지어진 캠프에서 내려 보낸 구조용 캡슐 ‘페닉스(불사조)’를 타고 귀환했다. 69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밝고 건강한 표정으로 온 지구인들을 감동시켰다. 현지시간 10월 13일 오후 9시55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의 어두운 밤하늘에 칠레 국기가 그려진 풍선들이 솟구쳤다. 형형색색의 색종이 가루도 흩날렸다. 지하 700m에 매몰됐던 33명의 광부들 중 마지막으로 남았던 루이스 우르수아(54)가 탄 구조 캡슐 '페닉스(불사조)'가 땅 위로 올라온 순간이었다. 광부 가족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광부들을 다 구한 뒤에도 '산 로렌소‘(광부들의 수호신) 작전은 계속 됐다. 지하로 내려간 6명의 구조대원들이 아직도 700m 아래 있었다. 가장 먼저 '페닉스'를 탔던 광산 구조 전문가인 마누엘 곤살레스가 가장 나중에 올라왔다. 자정을 넘긴 14일 0시32분에.


구조작업이 끝날 때까지 현장을 계속 지켰던 피녜라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 헌신과 노력, 희망에 관한 모범을 남겼다. 칠레의 가장 큰 보물은 구리가 아니라 광부들”이라며 산호세 광산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했다.


지구촌은 칠레의 광주 33명에 온갖 염원을 보냈다. 이 33명의 생명이 온 세계의 인구들에겐 가장 귀한 존재였고, 그래서 33명의 생명은 세계인들에 벅찬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33명의 생명! 33명의 생명은 전 세계인들에 이렇듯 소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33명이 이룩해낸 아름다운 기적이 ‘아오지탄광을 살인수단으로 이용하는 북한 독재집단’에는 어떤 의미로 비쳤을까? “그까이 33놈의 광부 생명이 뭐이 그리 중요하다고 3천만 달러나 퍼붓고 요란을 떠는가? 자본주의 간나들 다 미친 인간들 아닌가?”  


이런 짐승만도 못한 북한을 그립다 하며 도와주지 못해 애쓰는 남한 빨갱이들에게 이 33명의 기적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제발 누가 아오지탄광과 산호세 탄광을 비교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김정일 동지 마음 상하실텐데!” 

 






2010.10.1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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