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연천 530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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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10-08 23:29 조회22,2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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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연천 530GP)
군은 참으로 많은 의문사를 냈다. 의문사가 발생하면 유가족들의 마음이 숯검정으로 변한다. 자식이 국방에 대한 의무를 다 하다가 명예롭게 죽었다며 의장대의 경례를 받으면 부모의 마음은 아프긴 해도 명예(Honor) 하나로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의문사의 딱지가 붙으면 죽은 자식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고도 군 지휘관들의 출세를 위해 희생된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자식의 명예가 짓밟히고 부모의 명예도 짓밟힌다. 이런 비참한 취급을 받는 유가족의 마음은 국가를 불신하고 원망한다. 이는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이 국가다운 국가들은 이런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의문사는 군이 사고과정을 유가족들에게 딱 부러지게 납득시키지 못한 경우에만 발생한다. 딱 부러지게 납득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군이 군의 허물을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는 군이 허위 시나리오를 만들어 유족들을 속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시나리오에는 반드시 앞과 뒤가 전혀 다른 자가당착이 발생한다. 자가당착이 발생하면 의혹이 생기고 의혹이 생기면 그것이 바로 의문사가 되는 것이다.
통상은 ‘군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그릇된 명분을 위해 의문사를 만들어 내고, 때로는 해당 지휘관들이 처벌이 두려워 의문사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2005년 6월 19일 자정에 연천 530GP에서 발생한 사건은 ‘무시무시한 정치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의문사라는 것이, 거기에서 산화한 8명을 아들로 둔 유가족들의 한결 같은 신념이다.
사고 1.5일 전, 530GP가 위치한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북한군 1명이 넘어왔다. 군은 이 1명 말고도 또 다른 북한군이 넘어왔다가 모종의 작전을 마치고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하여 살얼음 같은 긴장을 유지하면서 순찰과 매복 작전을 강도 높게 수행하고 있었다. 530GP의 장병들 역시 이런 작전을 수행했고, 사고 시각인 6월 19일 자정을 전후하여 차단작전을 나갔다가 보복의 DNA를 가진 동물 같은 원시인들로부터 열화탄 공격을 받아 시꺼멓게 그을린 상처들을 입고 사망했다. 이것이 지난 5년 동안 유가족이 알아낸 결론이었다.
군이 이렇게 유가족이 믿고 있는 사실대로 발표를 했다면 이 사건은 의문사가 될 수 없었다. 유가족들은 ‘그래도 국가를 위해 자식을 바친 것’에 대해 자긍심과 명예감을 가지고 살아왔을 것이다. 이렇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런데! 매우 이상하게도 군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 순진무구한 일등병이 람보식으로 저지른 패륜의 하극상 사건인 것으로 발표한 것이다. 530GP의 고참병 10여 명이 평소에 건전치 못한 생활을 해왔던 나쁜 일등병을 괴롭히다가 그 나쁜 일등병으로부터 인과응보의 보복사살을 당했다는 것이 군이 모자익한 사건의 진상이다.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결론을 내리면 모든 상황적 정황과 시체에 나 있는 부상부위들이 퍼즐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데, 군이 발표한 내용을 보거나, 군의관이 실시한 시체 검안(검사) 결과를 보면 너무나 많은 자가당착들이 발견된다. 그냥 조그만 자가당착들이 아니다. 한 번 읽으면 1년 이상을 포복절도할 자가당착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고서는 세계의 누구도 구경할 수 없는 코미디인 것이다.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우격다짐으로 지난 5 년간 눌려온 유가족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 것이며, 가슴에 응어리진 한이 얼마나 깊었겠는가?
군은 왜 이렇게 했을까? 당시 노무현이 남북정상회담에 매달렸고, 노무현이 김정일에 충성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달라는 대로 다 주어도 남는 장사다" 북한이라면 노무현이 물불 안 가리고 퍼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은 연천 530GP사건을 하극상 사건으로 꾸민 것이다. 이게 유가족들의 분석이다.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비극인가!
이런 고통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다. 530GP의 수모는 530GP의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들을 기르는 부모들은 다 보아야 할 것이다. 딸을 기르는 부모들도 다 읽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민이 읽어야 할 것이다. 이 비극은 국민 모두를 위해 불침번을 서다가 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당한 비극을 내가 외면한다는 것은 비문명적이다.
매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진실을 찾아냈다. 그 진실은 사건의 진실이기 이전에 군이 어떻게 거짓을 만들고 꾸몄는지에 대한 진실이다. 그 진실을 모든 이들의 가슴에 자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읽기 쉽도록 서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차근차근 정리돼 있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호응이 있는 것만큼 의문사에 대한 군의 입지는 왜소해질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다시는 우리 군이 세계에 가장 부끄럽고 인륜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의문사를 내놓지 않게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군이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도록 단결된 회초리를 들게 하는 강력한 모멘텀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든 지휘관 자리는 국가를 위하라는 목적으로 마련해 준 것이지. 자신의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억울한 의문사를 만들어 내라고 만들어진 직책이 아니다. 이 책으로 인하여 군의 모든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왜 지휘관이 되었는지에 대해 그 깊은 뜻을 되새기고, 다시는 안이한 자세로 근무하다가 사고가 나면 이리저리 감추어오던 그 동안의 폐습을 말끔히 청산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극이 없으면 개인도 조직도 나태해 진다. 나태함은 개인이나 조직을 파괴하는 암이다. 이 책이 군으로 하여금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진정한 자극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0년 10월
공동저자 일동
http://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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