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김정일이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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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4-24 14:06 조회22,0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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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김정일이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김정일이 바보 짓을 했을까?
황장엽의 목을 따오라는 밀명을 받고 탈북자 신분을 획득하려다 붙잡혔다는 북한특수부대 암살요원 2명이 검거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4월 20일의 온 매체를 도배했다. 이로 인해 황장엽에 대한 위상이 ‘묻지 마’식으로 상승했다. 김정일이 황장엽의 위상을 일거에 하늘 높이 올려준 것이다. 여기에 수상한 점이 엿보이는 것이다.
과연 김정일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황장엽이 죽도록 미워서 그를 죽이려 했을까, 아니면 황장엽의 위상을 높여주고 황장엽의 발언권을 올려 그를 통해 무엇인가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정일이 황장엽을 정말로 미워하고 증오했다면 이 두 암살요원이 붙잡혔을 때‘붙잡히면 절대로 황장엽을 암살하러 왔다는 말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주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치밀하기로 소문난 북한공작이 아니다.
황석영은 1989년부터 1993년 붙잡힐 때까지 북한에 가서 북한의 5.18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를 제작했다. 그는 안기부에 붙잡혀 집요한 추궁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그가 북한에서 영화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실토하지 않았다. 단지 ‘김일성과 만나 연방제통일 방안을 의논했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국정원은 그것만으로 기소를 했다. 황석영도 목적을 둘러냈는데 어찌 그 암살요원들이 목적으로 둘러대지 못해 남한 당국으로 하여금 황장엽에 대한 보안과 경호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도록 만들어 주고 황장엽의 위상을 하늘 높이 상승시켜주었을까? 김정일이 정말로 황장엽을 증오했다면 암살요원들로 하여금 쉽게 붙잡히게 만들고, 거기에 더해 ‘황장엽의 목을 따오라 했다’는 자백을 순순히 하도록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장엽 띄우기에 나선 조선일보
아니나 다를까 4월 21일 조선일보는 여러 개의 지면을 할애하여 황장엽 띄웠다. 4월 24일에는 강천석 주필이 직접 나서서 황장엽을 띄웠다.“황장엽 선생 말씀이 옳았다”는 제하의 칼럼을 쓴 것이다.
“황장엽 선생 말씀이 옳았다. 김정일은 변하지 않았다. 얼굴의 분가루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 그는 10년 전 그 얼굴로 돌아갔다. 더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김정일이 진짜 변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사실이다. 황 선생은 '북한은 원래가 테러국가'라고 했다. 태생이 그렇다는 것이다. 김일성·김정일과 그 부자의 '꼬붕'들은 공작원들에게 일본어 교육을 시킨답시고 바닷가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일본인 처녀들을 줄줄이 납치해 평양으로 데려갔다. 평양엔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끌려온 외국인 교사들이 몇 다스를 넘는다. 이것이 북한의 원어민 교사 채용방식이다. 외국인만 테러 대상은 아니다. 중동에서 땀 흘려 일하다 귀국하는 같은 핏줄의 동포 근로자들이 가득 탄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해 그들을 공중 고혼(孤魂)으로 만들었다. 버마 아웅산 국립묘지에다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대한민국 장관들과 수행원들을 폭살했다. 유족들이 고인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주위에서 말려야 할 만큼 참혹한 주검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에 특공대를 침투시켜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쫓기던 특공대들은 서울 시내버스에 올라타 수류탄을 안고 자폭해 살점이 사방으로 튀겼다. 테러 대상만 파리 목숨으로 여긴 게 아니다. 자기네 공작원들이 임무를 마치고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도 손톱만큼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정책이 실패하면 정책 책임자를 공개 총살하고, 정책에 저항하면 주민들을 집단 총살했다. 황 선생이 북한의 국가 성격, 그 태생적 한계를 '테러국가'라고 규정한 것은 이런 뜻에서다. 화장으로 태어날 때 정해진 얼굴을 잠시 숨길 수 있을지 몰라도 본 얼굴을 바꾸지는 못한다. . .”
조선일보 주필의 시국인식이 이러하다면!
여기에서 읽혀지는 강천석 주필의 생각이 엿보인다. “김정일은 과거에 우리를 상대로 끔찍한 테러를 저질렀는데 지난 10여 년 동안 얼굴에 분칠을 해서 감쪽같이 속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김정일의 민얼굴을 보고 또‘김정일은 태생이 그런 놈이다’라는 황장엽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 동안 화장한 얼굴을 믿고 속은 우리가 바보였다”아마 이런 의미일 것이다.
여기에서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김정일의 화장한 얼굴’이라는 대목이다. 강 주필은 지난 10여 년 동안 김정일의 화장한 얼굴을 보고 김정일에 대해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천안함 사고, 암살요원 침투, 금강산 재산 몰수, 협박 등으로 이어지는 김정일의 행위를 보니 이것이 바로 김정일의 민얼굴이구나 싶고, 그래서 김정일은 변할 사람이 아니라는 황선생의 말씀이 매우 감동적이었다는 취지의 글이다.
여기에 지난 10년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강 주필의 시각이 담겨져 있다. 강 주필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김정일이 대남테러를 벌이지 않은 것이 김정일이 과거의 테러행각을 청산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는 우리의 인식과 매우 다르다. 우리가 인식해 오기로는 김정일의 목표는 남한에 좌익정권을 세우고, 미군을 내쫓고, 그 좌익정권과 통일을 선포하는 것이다.
적화는 다 됐는데 미국 때문에 통일이 안 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좌익정권이었다. 좌익정권은 김정일이 일일이 요구하지 않아도 입의 혀처럼 김정일이 원하는 것을 모두 주었다. 국민의 저항은 이들의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미국만을 무서워했다. 이들은 남한 사회를 적화시켰다. 적화까지는 되었는데 통일만 남은 것이다. 이런 단계에서 우리가 김정일 치하로 흡수되지 않은 것은 오직 미국의 힘과 관심 때문이었다. 군? 군에도 적화세력이 매우 많이 확산돼 있을 것이다. 군 수뇌는 전쟁을 잊고 샐러리맨들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되었다. 오직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군 수뇌부인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선일보의 주필이 김정일-김대중-노무현이 벌인 전략적 쇼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지난 10여 년간 김정일이 얼굴에 아름다운 분칠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 속았다며, 속았다는 것을 일깨워준 황선생을 존경한다 하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김정일의 노예로 전락한 언론들
2000년 8월 11일 46개 언론사 사장들이 대거 김정일에 찾아가 그의 광대놀이를 보고는 이른바 충성 서약서를 썼다. 그 후 언론들은 북한에 대한 비판, 김정일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김정일에게 꼭꼭 위원장이라는 존칭을 사용해 왔다. 어떤 언론사 사장은 모임의 연사로 초청되어 김정일을 만난 소감을 발표했다. “김정일은 참으로 통이 큰 인물이다” “김정일은 유머와 위트가 있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김정일을 홍보했다.
우익 매체임을 자처하는 조선일보, 그것도 신문사의 얼굴격인 주필이 이토록 안보시국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니 다른 언론인들은 오죽하겠는가?
2010.4.2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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