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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잇단 사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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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3-05 16:01 조회25,1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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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사고에 대하여


지난 2월 2일  대관령 선자령(1,157고지) 정상에서 훈련 중이던 F-5 전투기 2대가 추락하여 귀하게 기른 조종사 3명과 고가의 전투기를 잃었다. 보도들에 의하면 당시 사고를 낸 황병산-선자령 부근의 기상은 비행훈련하기에 부적합했다고 한다. 더구나 조종사 한 명은 사고 며칠 전 친척과 전화를 할 때 ‘악천후에서 훈련을 시키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어서 그 다음날인 3일 오후 8시10분경에는 500MD 헬기 한 대가 야간 비행훈련을 하다가 남양주시에서 사고를 당해 귀하게 양성된 조종사 2명을 잃었다.


사회 일각에서는 군에 기강이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안전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군은 일기에도 문제가 없고 야간비행훈련을 시키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조종사들의 실수이거니 기체의 노후화 때문이라는 항변으로 들린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군에는 기강도 없어 보이고, 안전에 대한 철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도 않아 보이고,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시스템도 개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에서는 예로부터 악조건 하에서 훈련을 해야 하고, 야간훈련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돼 왔다. 그러나 이는 위험을 수반하지 않는 훈련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기후조건은 인간능력의 한계를 넘는 신의 영역에 속한다. 이를 인간더러 극복하라 한다는 것은 무모함 그 이상의 살인행위라 할 것이다.


파도가 높이 일고 있는 성난 바다에 고속정 훈련을 내보내거나, 비바람이 많이 부는 악천후에 비행훈련을 시키거나 밤에 헬기훈련을 시키는 것은 숙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단지 위험한 모험을 강요하는 매우 무모한 짓인 것이다.


특히 비행훈련은 안전하고 정상적인 환경 하에서 숙달을 시킨 다음에 악천후나 야간의 경우에는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고 조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선배들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충분히 교육시키는 것으로 대신해야 할 것이며 극히 숙달된 조종사들에 한해 훈련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전쟁 시에는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무리를 일상 훈련과정에서 강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아프칸에 가서 이런 사고를 당했다면 “왜 우리 국민이 남의 나라에 가서 죽어야 하느냐”며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을 것이다. 지휘관들은 부하들의 안전에 대해 정교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며, 보다 훌륭한 지혜를 개발하기 위해 병영의 토의문화를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지혜는 토의에서 나오는 것이지 계급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휘관은 모든 것을 자기가 다 잘 안다는 식의 생각을 하루 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이는 군의 문화를 개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2010.3.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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