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대북정책에 담긴 평화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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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2-03 14:44 조회18,42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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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향권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
미국은 북한이 10년 이내에 미국본토에 이르는 장거리 대륙간 탄도탄을 위시하여 중거리 및 단거리 핵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것이며,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국에게도 가입을 정식 통고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이미 잠재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의 갈 길은 이미 뚜렷하게 정해 져 있으며 목표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북한의 팔을 비틀어 핵을 포기시키려는 6자회담은 이제 부질없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6자회담에 나오라는 국제적 압력을 북한은 간단하게 선 평화체제 구축을 내세워 따돌리며 시간을 벌고 있다. 북한에 대해 위협이 되는 것은 오직 세 가지 뿐이다. 하나는 유엔결의 1874호에 의한 대북 고사 작전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사회의 동요이고, 마지막 하나는 김정일의 건강이다. 종합해 보면 북한의 핵을 없애는 방법은 북한을 고사시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평화체제의 함정
일반 국민들은 평화체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것 같다. 과연 그런 장치가 마련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하려면 먼저 한반도에 평화가 어째서 깨지게 되었는지 그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장치를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왜 깨졌는가? 한반도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권이 존재하고, 존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한은 북한을 흡수하고 싶어 하고, 북한은 남한을 흡수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쏟아내는 통일방법은 다 자기식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통일이라는 말도 북에서 하면 적화통일을, 남한의 우익사회에서 하면 독일식 흡수통일을, 남한의 좌익사회에서 하면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두 형제에 땅을 통 채로 남겨주면서 사이좋게 갈라가지라고 하면 두 형제 사이에는 분쟁이 끊이지 않고 살인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땅을 두 쪽으로 쪼개서 형제 앞으로 각기 등기를 해주고 떠나면 두 형제들은 서로의 땅을 더 가질 생각을 아예 접고 사이좋게 잘 지낸다. 지금의 남북한 사이는 아버지가 땅을 갈라 등기를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만일 남북한 사이에 “통일하기 없기”를 서로 인정하고, “통일하기 없기”를 시스템에 의해 보장한다면 남북한은 서로의 땅에 대한 욕심을 접고 캐나다와 미국처럼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길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과연 남한과 북한이 다 함께 “통일하기 없기”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 동의할 수 없으면 절대로 한반도의 평화는 올 수 없다. 남한의 우익들은 통일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북한이 곧 내부적으로 붕괴될 것이며, 붕괴되면 북한을 흡수통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북한과 남한 빨치산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남한은 이미 사실상 공산화되었으며 주한미군만 몰아내면 통일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평화체제를 먼저 들고 나온 쪽은 북한이다. 그러면 북한이 말하는 평화체제란 무엇인가? 미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북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니,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시키려면 먼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미북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미방위조약을 폐기하고 유엔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는 것이 북한이 말하는 평화체제인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체제는 한 마디로 주한미군을 내보내고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위에서 논리적으로 정리한 평화체제와는 성질 자체가 틀린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체제는 남한과 미국을 속이기 위한 평화공세이고, 필자가 말하는 평화체제는 남북한이 영원히 “통일하기 없기” 없기를 약속하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시스템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UN 감사 하에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만들고 남북한이 모두 화생방 무기를 포기하고 오직 재래식 무기만을 보유하되 그 재래식 군사력도 상대방을 기습공격할 수 없을 만큼의 작은 군사력으로 축소하고, 이를 UN의 대규모 감사단의 감시 하에 두자는 것이다. 과연 남북한이 “통일하기 없기”를 약속하고 이 약속을 보장하기 위한 위와 같은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한도 싫다 할 것이고, 북한도 싫다 할 것이다. 왜 그런가? 서로에게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반드시 위와 같은 합의와 시스템설치에 동의해야 한다. 그 외에는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이 내거는 평화체제의 뒤에 숨은 야욕을 잘 알고 있다. 한 마디로 주한미군을 내보내고 적화통일 시키자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의 평화체제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해왔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여 평화체제를 6자회담의 어젠다(agenda)에 집어넣었다.
현 정부는 “비핵화 완결과 평화체제의 완결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한다는 평화체제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인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체제인가, 아니면 필자가 말하는 평화체제인가? 우리는 정부에 그 개념을 물어야 할 것이다.
북의 평화협정은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시간 벌기용
미국 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을 북핵 해법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북미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이고, 그로 인해 북핵 문제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놓여 있는 지금 돌파구를 마련할 책임이 오바마 정부에 있다고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이 미국과 우선적으로 협상하고 싶은 분야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미관계 정상화 분야'라면서 미국이 먼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모양이다. 평화협정이란 용어 자체가 좋아보여서 한국에서나 미국의 북한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 사이에 '평화협정은 한반도 비핵화의 수단'이라는 주장들이 여론화돼 가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기류인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문제 등이 내포된 평화체제 문제를 핵무기를 개발 중인 북한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노무현 시절의 한국 측의 제안으로 이 조항이 9.19합의서에 삽입됐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향해 6자회담 복귀 및 비핵화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주요 근거 중 하나가 9·19 공동성명이다. 미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이 6자회담 내로 돌아오고 그들의 비핵화 의무를 준수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다. 이는 매우 다행한 일이다.
막상 평화협정 협상이 시작된다고 해보자. 북한은 틀림없이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핵우산 제거, 유엔사 해체 등을 내걸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즉시 이를 거절할 것이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평화협정을 내세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트집을 잡아 시간을 벌어 핵보유클럽의 멤버가 되어보자는 것이고, 아울러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6자 회담 참가국들 내에 이상한 학자들을 선동하여 국론을 분열시켜 또 다른 시간을 벌어보자는 것이다.
이미 한미 양국에는 북한의 평화체제 주장에 동조하는 여론이 존재한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학계, 연구소, 정치권 등에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오바마 행정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사회에서 만큼은 북한의 평화공세에 놀아나는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2010.2.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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