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을 가진 이유와 포기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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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2-03 15:49 조회19,0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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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을 가진 이유와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필자는 1991년 처녀작 “70만 경영체 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김영사)을 냈다. 거기에서 필자는 북한이 핵무기에 전력하는 이유를 이렇게 추정했다.
1991년 필자의 판단
“한국군은 해마다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신무기를 사재고 있지만 북한에는 단 한 대의 전투기를 살 수 있는 경화가 없다. 이렇게 20년이 지나보자, 남한에는 1,000억 달러어치의 신무기가 쌓이지만 북한에는 20년 동안 고철화된 구식무기만 쌓일 것이다. 북한이 어찌 이런 상태를 뻔히 앉아서 맞이할 것인가? 돈이 없는 북한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바로 공갈효과가 가장 큰 핵무기인 것이다.”
2010년 미 DNI국장의 판단
2월 3일인 오늘 연합뉴스에 의하면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월 2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연례 안보위협 보고서'를 통해 몇 가지 정보를 내놓았다.
1) 김정일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그렇게 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3) 그러나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4) 북한은 2006년 10.3 합의에서 핵물질, 기술, 노하우의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지만, 우리는 핵기술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5) 현재 북한이 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 능력 과시를 통해 향상된 협상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6)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남한과의 재래식 군사력 차이가 너무 현격히 벌어진데다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전망이 희박하다는 판단에서 핵프로그램 개발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추구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재래식 전력의 취약함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며 이는 김정일과 그의 후계자들이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북한군의 능력은 낙후된 무기체계, 군사전투 시스템으로 인한 낮은 생산성, 병사들의 악화된 신체 상태, 줄어든 훈련, 사회 인프라 지원에 차출된 군병력 등의 문제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 융통성없는 리더십, 부패, 저하된 사기, 낙후된 무기, 취약한 병참 시스템, 지휘통제 체제의 문제점 등도 북한군의 능력과 전투태세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7)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은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이 이란, 파키스탄을 포함한 수 개국에 탄도미사일 및 그에 관련된 물자를 수출하고, 시리아의 핵원자로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2007년 발각된 것은 북한의 확산활동의 범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 DNI 국장이 낸 위 보고서 소개의 제 6항을 보면 필자가 1991년에 분석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북한은 자존심 상 차마 북한의 핵무기 집착이 남한과의 재래식 무기 격차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북한은 늘 북한의 핵무기 집착이 미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왔다.
필자는 1991년 “70만 경영치 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 위와 같은 분석을 한 이후,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필자와 같은 시각을 가진 분석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오늘 연합뉴스를 통해 만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DNI 국장의 정보판단을 접한 것이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한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걸음마 재롱을 떨다니!
만일 우리가 위 정보판단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북한입장에서 내재적 접근법으로 생각해 본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누가 김정일 위치에 있다 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 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재래식 무기의 격차를 해소하기 전에는 절대로 북한은 안보에 벌거벗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이명박의 ‘그랜드 바겐’이 해법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만 하면 우리와 미국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해주고 통 크게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 무엇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말이요 어린이 잠꼬대 같은 말인 것이다.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그랜드 바겐’을 위한 협상(바겐)을 한다? 김정일 앞에서 ‘도리도리 짝짝’ 걸음마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2010.2.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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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제네바 협상 직후에 서울경제신문에 실은 글이 다시 생각나서 올려놓는다.
수치스러운 제네바 룸싸롱의 전주 YS의 유산
북한은 국제규정을 어기면서 핵을 개발했다. 남한은 손해를 보면서 규정을 준수했다. 상식대로라면 북한은 벌을 받고 남한은 상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에게는 상을 주고 남한에게는 그 상금을 물어내라고 했다. 더욱 더 한심한 것은 YS 정부가 이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핵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과거핵과 미래핵이다. 과거핵은 대남용이고 미래핵은 수출용이요 미국 협박용이다. 과거핵은 남한의 문제이고, 미래핵은 미국의 문제이다. 클린턴의 정책은 북한이 핵국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핵강국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제네바 핵합의에서 북한이 경수로와 맞바꾼 것은 과거핵이 아니라 미래핵이었다. 부지런히 돈을 대서 겨우 미국의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다.
미국이 물어야 할 경수로 비용을 한국이 대주면, 미국이 차차 북한의 과거핵을 규명해줄 것이라는 꼬임에 빠졌다. 클린턴이 과거핵을 증명해 줄 것인가. 미국은 절대로 과거핵을 증명해주지 않는다.
북한은 과연 과거핵을 가졌는가. 사실 이 문제는 구태여 따질 필요가 없다. 따져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미국도 북한도 이를 증명해 주지 않는다. 증명되지 않으면 북한은 NCND를 택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운명은 북한의 NCND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많은 국제정치 학자들이 북한의 과거핵을 점치느라 애썼다. 그들은 주로 외국에서 산발적으로 나오는 정보를 가지고 점을 쳤다. 점을 쳤다기보다는 저명한 외국 학자들과 미국 정부관리들의 발언들을 인용하는 수준들이었다.
북한에 핵이 있느냐 없느냐를 우리 힘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인용했던 자료들은 모두 외국기관들로부터 나온 것들이었다. 소위 남들로부터 [들어서 아는 정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미국의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는 것들이다. 북한에서 추출될 수 있었던 풀류토늄의 양을 가지고 핵무기 보유 여부를 점치려 했지만, 풀류토늄이라는 물질은 국제 암시장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폐쇄된 북한사회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핵무기를 IAEA라는 감시기구를 통해 발견해 낸다는 것은 마치 잔디밭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
수리공학도들에게 가장 유용한 격언이 있다. 소수점까지 자세하게 계산을 해도 그림 자체가 삐뚤어져 있을 수 있으며, 주먹구구식으로 따져도 전체의 윤곽을 올바로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precisely wrong. approximately right). 북한핵을 수리적으로 계산해 내려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시스템을 알면 그 시스템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현상들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현상을 보면 시스템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이 왜 과거핵을 가졌는지를 추정하려 한다.
북한은 이미 과거핵을 가지고 있다. 이는 네가지로 추정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이 미래핵 동결에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과거핵은 없는데, 미래핵까지 팔아 보라. 북한은 남한의 엄청난 재레식 무기 앞에 두손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한에는 매년 40-50억 달러어치의 신무기가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단 한대의 전투기를 살 수 있는 달러가 없다. 이러한 상태가 20년간 계속된다면 북한은 남한에 항복해야 한다. 남한에는 1,000억 달러어치의 신무기가 쌓이는 반면 북한의 무기는 고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단 한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따라서 북한의 [과거핵]은 최소한 1,0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정일이 이 엄청난 무기를 단 40억 달러의 경수로와 맞바꾼다면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못난 바보다.
핵무기 만이 북한의 살길이기 때문에 [꿍쳐놓은 핵]이 없다면 그는 [미래핵]을 절대로 내줄 수도 없다. [과거핵]의 효용가치는 엄청난 반면 [미래핵]의 효용가치는 수확체감의 원리에 따라 미미한 것이다. 북한이 경수로와 맞바꾼 것은 바로 그 효용가치가 약한 [미래핵]이다.
북한과 같은 페쇄된 사회에서 [과거핵]을 사찰이라는 수단에 의해 규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사실자체보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선포하는 일이다. 핵보유 사실이 선포되면 미국의 NPT리더십은 끝장을 맞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은 바로 여기에서 한배를 타야만 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이러한 미봉책에 말려들고 만 것이다.
둘째, 북한은 이미 25년 전에 잠수함을 독자 개발했다. 이는 남한에 비해 엄청난 능력이다. 1974년부터 시작된 남한의 핵개발이 미국에 의해 저지 받지 않았더라면 남한도 지금쯤은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이다. 북한의 엄청난 군사기술을 가지고도 40년 동안에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셋째, 미국이 북한에 질질 끌려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존심의 국가다. 북한 핵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미국은 그 엄청난 수모를 인내하면서 테러국가인 북한과 자리조차 마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수모를 겪으면서도 미국은 겨우 미래핵 동결에 만족해하고 있다. 과거핵을 40억 달러에 살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미국이 더 잘 알고 있다.
넷째, 북한핵을 다루는데 있어 미국에게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북한이 핵을 갖기 전에는 갖지 못하도록 북한을 몰아쳐야 한다. 그러나 일단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미국은 북한을 포용해야만 한다.
미국이 북한을 몰아치면 북한은 미국이 가장 무서워하는 일을 충분히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일은 북한이 핵보유 사실을 공표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NPT 리더십은 끝장을 맞는다. 카터의 북한 방문을 기점으로 미국의 정책은 몰아치기에서 포용하기로 바뀌었다. 카터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은 북한의 과거핵을 확인한 것이다.
1994년 제네바에서 미.북간의 핵군축이 이뤄졌다. YS가 그 돈을 대겠다고 나섰다. 더러는 DJ가 카터를 부추겨 한국이 돈을 대도록 했다고 말한다. 제네바 합의로 클린턴과 김정일은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클린턴과 김정일이 룸싸롱에서 파안대소하며 술을 즐기고 있는 동안, YS는 합석 한번 해보지 못하고 카운터에 쪼그려 앉아 부지런히 술값만 치르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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