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얼마나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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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09-12-05 19:07 조회25,59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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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은 얼마나 강한가
1994년 4월 북한이 서울 불바다론으로 남한을 위협했다. 이러한 위협은 단순한 공갈이 아니었다. 휴전선에 배치된 장거리 대구경포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면 서울은 물론 전 수도권에 분당 1만발의 포탄이 작렬한다. 삼풍백화점과 같은 참상이 수도권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상수도와 하수도가 막히고, 전기와 전화가 끊기고, 곳곳에서 가스가 폭발할 것이다. 그동안 침투돼 있는 고첩들은 후방의 주요 시설들을 파괴하여 전방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감해하여 전국을 일거에 패닉현상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수도권을 둘러싼 몇 개의 고지만 점령하면 서울에 식량이 끈길 것이다. 인명과 재산의 피해도 엄청나지만 수도권 전체에 극심한 공포감이 팽배할 것이다. 여기에 평소에 못 가진 자들이 폭도로 변하여 부잣집들을 유린할 것이다. 이러한 공포현상은 전쟁을 조기에 종결짓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1980년대 한때 8일전쟁 시나리오가 국민에게까지 유행했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남침을 하게 되면, 남한은 8일 만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규전과 게릴라전을 배합해서 공격해 오면 남한은 전후방이 따로 없이 쉽게 몰락한다는 공포의 시나리오다. 이 8일전쟁 시나리오는 그 후 곧 3일 전쟁 시나리오로 바뀌었다.
북한이 대량으로 배치하고 있는 장거리 스커드미사일, 노동호 그리고 대포동호는 매우 값비싼 무기다. 이렇게 비싼 무기를 재래식 탄두로 이용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최소한 생화학 물질이나 핵물질을 장착해야만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전쟁수단들을 가지고 기습공격을 감행한다면 비록 주한미군이 건재한다 해도 손조차 쓸 시간 없이 전쟁은 종결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핵은 조기에 사용돼야 한다.
북한 인민군 병력은 119만, 한국군은 65만 5천 명이다. 북한의 지대지 미사일은 100여기로 남한의 3배 이상이다. 보병사단 수는 86 대 46 로 북한이 거의 2배나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다연장 방사포는 5,100 대 200, 북한과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전차는 3,900 대 2,300, 북한이 우리의 1.69배다. 야포 수는 8.500 대 5,200으로 북한이 우리의 1.63배다, 북한의 포가 대구경포임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2배 이상 우세하다. 특수여단 수는 69 대 15로 북한이 우리의 4.6배다. 전투기는 840 대 490으로 북한이 우리의 1.7배, 잠수함은 70 대 10으로 북한이 우리의 7배다. 전투함정은 420 대 120으로 북한이 우리의 3.5배다. (2008 국방백서)
이러한 군사력 격차는 실로 엄청난 격차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무서운 것은 그들의 훈련과 정신력 그리고 용병술과 시스템이다. 한국군 1개 대대가 맡고 있는 전선을 인민군은 1개 군단 병력으로 뚫고 내려온다. 그들은 이를 첨입작전이라고 부른다. 딱딱한 나무에 쐐기를 꽂고 무거운 해머로 내려치는 식으로 돌파한다는 뜻이다.
첨입작전의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한국군 부대는 홍수에 강아지 떠내려가듯 저항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돌파되는 곳의 좌우에 위치한 다른 한국군 부대들은 그들의 앞만 응시하고 있다가 포위될 수 있다. 옆에 있는 부대가 무너진다 해서 자기가 맡은 정면을 버리고 옆으로 이동해 이를 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 김포반도에는 이러한 첨입작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포접근로는 서울을 단번에 포위하여 지방으로부터의 식량공급을 차단하고 서울 인구를 가두어두며 한국군의 퇴로를 차단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접근로이다.
발견되지 않은 땅굴이 20여 개나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땅굴의 최우선순위 역시 김포반도다. 다른 땅굴에서는 매 시간당 중무장한 병력이 1개 여단씩 솟아 나오지만, 김포반도에 있을 땅굴이라면 이보다 2배 이상은 넓을 것이다.
바로 이 지역이 기습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땅굴로부터 나온 인민군들은 우리 병사들이 파놓은 방어진지를 먼저 유린한 후 고지 위에 올라가 방어선으로 투입되기 위해 그 고지를 향해 올라오는 우리 병사들을 맞아 유리한 고지에서 싸울 수 있다.
북한이 노후화된 전투기 300대 정도를 전방에 추진 배치하는 이유는 우리의 레이다와 대공포 공격을 피해 낮게 떠 내려와 주요 전략목표들을 기습적으로 파괴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남한의 목표를 향해 눈감고 내려올 수 있을 만큼 비행로를 철저히 암기하고 있다. 일단 한국군 전투기가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르면 그들의 낡은 전투기는 공중전에서 백전백패한다. 그들은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공중전을 피하려면 우리 전투기가 뜨기 전에 우리 공군비행장을 파괴해야만 한다.
그들이 초전에 화생무기를 사용할 확률은 매우 높다. 그들이 화생무기를 서울에 사용할 확률도 매우 높다. 이렇게 해야만 전쟁의지를 개전 초기에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전쟁을 끝내야만 한다. 미국 본토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격론을 벌리는 동안에 끝장을 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전방에 있는 한국군이 퇴로를 갑자기 차단당하면 서울을 거쳐 후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전방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차량이 그 비좁은 도로를 따라 늘어서면 귀성차량이 문제가 아니다. 서울 이남의 퇴로가 차단돼 있고, 좁은 벌판에서 이리저리 헤매는 대규모 병력을 향해 무자비한 포격이 계속되면, 무슨 수로 퇴로를 뚫는단 말인가. 전방에서는 한국군이 포위돼 있고, 서울 인구는 삼풍백화점 참사와 같은 아비규환 속에서 정신을 잃고, 후방에서는 대규모 특수요원들이 공포분위기를 형성하면 전쟁은 의외로 싱겁게 끝날 수 있다.
우리는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특수군은 잠수함으로, 해상으로, 지상으로, 땅굴로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었다고 탈북군인들은 증언한다. 북한군은 임무를 수행하다가 다치거나 죽으면 공화국영웅으로 지정돼 가문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군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상되면 싸늘한 냉대를 받는다. 북한군은 오직 전투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해 골몰하지만 한국군 간부들은 샐러리맨들이다. 게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북한군은 미군만 손을 떼면 한국군은 단 한방 감이라고 자신한다. 전쟁을 해서 누가 이기든 간에 이러한 자신감이 있는 한 전쟁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취약한 상태에서 주한미군이 작전권을 한국에 던져주고 제2선으로 물러나 있는 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공포의 악몽이다. 자존심을 내세우려면 기간을 정하고 목표를 정해 "자주국방" 능력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
노무현은 작전권 단독행사의 전제조건으로 2020년까지 전력증강비 289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백지화시켰다. 국방장관이 7.9% 증액 편성한 국방예산이 국방차관의 월권에 의해 3.8%로 줄었다. 전력증강비를 예정대로 증액한다 해도 작전권 단독행사는 참으로 위험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전력증강비도 형편없이 깎아내리고, 한미연합사 문제도 노무현의 뜻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노무현보다 이명박이 더 위험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다 4대강이다 하면서 국가는 시끄럽고, 시끄러운 가운데 국가안보는 소리 없이 침몰돼 가는 것이다.
2009.12.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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