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를 빛낸 엿장수들 (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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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바람 작성일19-10-19 22:55 조회4,22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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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를 빛낸 엿장수들
조선은 학식과 예절을 지키는 선비의 나라이기도 했지만 공명심과 명예욕에 젖은 관리의 나라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관리들의 허황된 욕심을 잘 나타내 주는 지표가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한 '수령 공덕비'이다. 마을 어귀에는 어김없이 비석들이 서있고 그 비석들은 그 마을에 재임했던 수령의 공적을 치하하는 비석들이었다.
그러나 그 비석에는 슬픈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 그 비석에는 공적은 하나도 없고 학정을 펴다가 떠나는 수령의 공적비도 있었으니, 그 비석은 떠나는 수령의 선정을 치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임해 오는 수령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전임 수령이 이렇게 선정을 펴다가 갔으니 신임 수령도 선정을 베풀어 달라는 일종의 백성들의 아부이자 경고 같은 것이기도 했다.
수령 공덕비에는 여러 차원의 것들이 있었지만 그 중 최악인 것은 '셀프 공덕비'였다. 자기 재임 중에 자기 공덕비를 자기 스스로 세우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더욱 최악인 것은 그 비석의 비용을 백성들에게 뜯어내는 수령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고부군수 조병갑이었다. 조병갑이 부친의 공덕비를 세우려고 백성들을 수탈하던 것이 동학란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
근래에는 2010년에 서울시 동작문화원이 동작구청장 재임 중에 구청장 공덕비를 구청 앞에 세웠다고 하니 현대판 셀프 공덕비가 될 만하다. 그리고 이번 조국 사태로 KIST에도 셀프 공덕비가 세워졌던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구청장 셀프 공덕비는 허황된 공명심에 빠진 조선 관리의 후예 쯤 되는 정도이니 그렇다 치고, KIST는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는 과학도들의 집합체인데 셀프 공덕비라니, 제 정신들이 아닌 것 같다.
KIST는 50주년을 기념하여 기념 조형물을 만들고 그 비석에는 'KIST를 빛낸 인물들'의 이름을 기록했다. 자기들의 이름을 자기들 셀프로 적는 것도 부끄러울 진데 거기에는 가짜로 인턴증명서를 발급받고 2일 동안 인턴을 했던 조국의 딸 조민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조국의 딸이 2일 동안 인턴을 해서 KIST를 빛냈다면 그 이틀짜리 인턴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 과학자들은 KIST를 빛낸 것이 아니라 KIST에 구정물을 뿌린 것이 아닌가.
KIST는 박정희가 피와 땀으로 세웠던 과학 연구소였다. 1966년 박정희는 월남 파병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미국정부로부터 1000만 달러를 원조 받을 수 있었고, 박정희는 고민 끝에 이 돈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세울 것을 결심했다. 이 연구소는 '과학 한국'의 전초기지가 되어 한국의 과학과 산업을 선도했으며 그리고 오늘의 KIST가 되었다.
1960년대의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다. 연구소 초창기 외국에 있는 젊은 과학자들을 영입하기 위한 무기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길 뿐이었다. "가난한 조국은 당신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애국심에 찬 과학자들이 연봉이 반 토막 나는 것을 감수하며 가난한 나라로 돌아와 주었고, 그런 희생과 애국심이 있었기에 오늘의 KIST는 존재할 수 있었다.
가난한 나라의 혈세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책임감과 무거운 사명감으로 과학 발전에 매진했던 선배 과학자들과는 달리, 국민들의 혈세로 셀프 공적비를 만드는 오늘의 과학자들을 보니 저들이 과연 과학자인가 엿장수인가. 저 사람들이야말로 허영과 허명을 쫒는 조선시대의 썩어빠진 아전들을 보는 것 같으니, 성난 백성들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했던 고부군수 조병갑을 보고 싶은 것인가.
과학자들의 명성은 비석에 새기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새기는 것이고 역사에 새기는 것이다. 밤하늘을 쳐다보면 허블의 이름이 빛나고 있고, 땅을 쳐다보면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이 지구 위에 빛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노벨상에 이름을 새기는 법인데 그 이름을 비석에 새기는 과학자여, 그 얼마나 졸렬하고 부끄러운 이름이던가. 더군다나 그 이름이 이틀짜리 인턴과 이름을 같이하는 명성이라면!
이병권 KIST 원장은 KIST 조형물에 새겨진 이름을 전수 조사하여 삭제 기준을 만들고 조국 딸 조민의 이름을 삭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민 이름을 삭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조선시대 판 셀프 공적비를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다. 그 셀프 공적비를 쇠망치로 산산이 부신 다음에 그 파편들을 KIST 마당에 진열하여 후대의 본보기로 삼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과학자들이 수치를 알고 허명을 쫒지 않고 연구에 매진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과학자가 배출될 것이다.
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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