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쫑구야, 담에 또 손등 핥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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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11-10 20:55 조회3,95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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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쫑구야, 담에 또 손등 핥아줘~
여인은 한 해에 몇 번씩
시골에 갔다
오랜만에 가는데도
쇠말뚝에 매여 있는 큰 개가
타고 가는 차도 기억하고
꼬리를 친다
쓰다듬어 주고
먹을 것을 준비해 주니
잊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쫑구가 심장사상충에 걸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찬 바닥에 누워있다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주변을 보니 추수하고 난 대추가
여기저기 나무 가지에 달려 있었다
나무를 흔들었다
쪼골쪼골한 대추 여러 개가 떨어졌다
쫑구야 너 이 대추 먹어볼래?
손바닥에 얹어주니
맛있게 먹었다
고마웠는지 먹다가도 손등을 핥았다
방에서 쌍화차를 마시다가
가지고 나왔다
쫑구야 너 이거 먹어볼래
컵을 대주었더니 맛있게 핥아먹었다
그리고 또 손등을 핥았다
믹스 커피를 마시다 쫑구가 생각났다
쫑구야 너 이 커피 마셔볼래
맛있게 핥아먹었다
그리고 또 손등을 핥았다
외식을 하다가 쫑구가 생각났다
사람이 먹다 남긴 두부
콩비지를 싸 달라 했다
쫑구야 너 이거 먹어 볼래?
쫑구는 아주 맛나게 먹었다
먹다가 가끔 손등을 핥았다
쫑구야 다음에 나 올 때
다시 손등 핥아 줄 수 있지?
1년에 몇 번만 보던 쫑구
돌아오는 길 내내 눈에 밟혔다
2022.11.10.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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