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메시지(86)] 지만원 족적[3]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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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5-19 00:07 조회10,3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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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메시지(86)] 지만원 족적[3] 3~4
3. 실패한 미국의 일본 배우기
일본식 자본주의
경영이란 무엇인가? 경영은 수많은 타인의 능력을 이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요령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의 능력이라 해도 개발된 능력이 있고 개발되지 않은 능력이 있다. 날이 갈수록 사람의 능력을 개발시키는 경영자가 있는 반면 기존의 능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영자가 있다.
미국 경영의 의미 있는 시조는 테일러리즘이다. 경영자는 경영을, 근로자는 일하는 기계로 개념화 되었다. 그래서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에 소통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근로자는 컨베이어 벨트의 한 부속물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의 경영자들은 근로자들을 인격체로 보았다. 1840년대 인물인 시부사와 에이치는 일본식 자본주의의 터를 닦은 인물이다. ”모든 기업은 한 손에는 주판을, 다른 한 손에는 공자의 도덕률을 들라. 주판은 어디까지나 도덕률 안에서만 두어라.“ 이 시부사와 에이치는 2024년부터 일본 돈 1만 엔 권에 초상화 된다. 그는 일제 초기에 조선에 와서 조선은행을 짓고, 지폐를 통화로 정했고 철도를 놓은 사람이다.
이윤극대화와 개선의 극대화
지금까지 거의 모든 일본 기업들이 그의 가르침을 신조로 섬기고 있다. 1920년대에 일어서기 시작한 송하전기(파나소닉)의 창업주, 마츠시다고노쓰께는 사원들에게 일러주었다. ”누가 당신에게 송하전기가 무슨 회사냐고 묻거든, 인간을 제조하는 회사라 말하라. 아울러 제품도 만든다고 말하라.“
‘이윤 극대화’ 그것도 ‘단기 이윤 극대화’를 전통적 기업관으로 무장한 미국인 토양에 일본식 자본주의는 수용될 수가 없었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모두 철학적 가치를 기업 목표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영학자나 경제학자에게 물으면 거의 100%가 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지요.“ 이렇게 답할 것이다. 한국 벤처기업 사장들에게 기업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도 100%가 다 ‘이윤 극대화’라 답한다. 하지만 일본의 벤처기업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답은 매우 다르다. ‘미지의 개척’이다. 이들은 이윤 추구를 천민자본주의로 멸시한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은 ‘개선’(KAIZEN)을 목표로 한다. 이윤은 개선에 열리는 열매라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중간 관리자들은 얼마나 이익을 올렸느냐에 따라 승급과 연봉이 달려 있기 때문에 도덕적 문제를 야기하고, 고객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오폐수까지 방류한다. 일본과 한국 중간지대에 미국 기업이 있다.
일본식 토의, 어느 나라도 흉내 못 내
미국은 민주주의의 원산지다.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소통을 교육받고, 토의식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도 일본의 토의 문화를 도입하지 못했다. 노력을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토의 훈련에 실패한 것이다. 일본 토의문화는 분임 토의(QCC : Quality Control Circle)다. 이는 가오루 이시까와 박사가 도요타에 시범 모임을 만들어 집중 훈련시킨 후 전국에 확산시킨 것이다. 해마다 QCC 발표대회가 열린다. 일본의 모든 기업들에는 해마다 개선안들이 많이 창출된다. 토의는 발상력을 개발시켜 회상의 지혜를 창출해내는 최고의 수단이다.
내가 이 강의를 할 때 한 건설사 사장이 자기 경험을 발표했다. 이윤이 많이 남는 요구인데, 한 사람이 그가 원하는 집을 한 달 이내에 지어 달라 했다고 했다. 욕심은 나는데 도저히 납기를 맞출 수 없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집을 짓는 데 참여하는 모든 하청업자들, 미장이, 도배, 창호, 마감재, 콘크리트 타설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모두 모아 토의를 시켰더니 아이디어가 나와서 1개월 납기를 맞추었다고 했다. 이것이 토의의 위력인 것이다.
2002년, LG가 내게 부탁했다. ”LG의 가오루이시까와 박사가 되어 주십시오. “ 수락을 해 놓은 상황에서, 나는 5.18 표현으로 인해 광주 교도소로 끌려갔다.
해마다 일본에서는 가오루이시까와 상을 받기 위해 전국 대회에 아이디어 출품을 한다. 웅변대회를 방불케 하는 발표회다. 화장품 회사 코제의 미마다써클, 미쓰비시의 RJK써클은 일본에서 매우 유명하다. 1990년 한해에만 해도 183회의 QCC 대회가 열렸고, 142, 408개의 문제가 QCC 대표자들이 참석해 3,941개의 문제 해결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에게 문제가 많아서가 아니다. 관찰에 훈련된 눈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이 보인 것이다. 문제는 문제가 없다는 기업들에 있는 것이다. ‘개선(KAIZEN)의 문화”와 ’이윤극대화 문화‘, 이 두 개의 문화 중 어느 문화에 미래가 있는가?
온라인 QC와 오프라인 QC
제품의 등급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품질을 ’설계품질‘(Quality of Design)이라 하고, 설계된바 그대로 제조하는 데 있어 얼마나 정확하게 제조해 내느냐에 대한 품질은 ’제조품질‘(Quality of Conformance)이라 한다. 전자를 Off-Line QC, 후자를 On-Ling QC라 한다.
나는 울산에 있는 어느 플랜트 제작 업체를 컨설팅 한 적이 있다. 원 맨 컨설팅, 회사는 크게 총무팀, 영업팀, 기술설계팀, 공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회장은 이사회를 40년이나 운영해 왔다. 영업부가 미쓰비시나 현대 등으로부터 상당기간에 걸쳐 수주를 해온다. 영업부서에는 경쟁과정에서 오너(미쓰비시, 현대)로부터 받은 기술 자료들이 매우 많다. 설계, 스펙 등에 대한 복잡한 내용들이다. 이를 그대로 쌓아 놓았다가 요행이 수주가 결정되면 파티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오너로부터 받아 쌓아 둔 기술 자료들을 큰 보따리에 싸서 기술 설계팀으로 담 너머 물건 넘겨주듯이 넘겨준다. 그동안 오너로부터 많은 요구를 받았고, 많은 정보를 획득 했지만 그것들이 기술 설계부서로 전달이 안 됐다. Kick-Off(게임시작) 미팅을 하지만 이는 형식적이었다. 기술 설계팀은 그야말로 암흑 상태에서 보따리를 푼다. 영업부가 획득한 제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전달되지 않은 채.
설상가상으로 기술 설계팀은 또 3개의 파트로 나뉘었다. 설계조, 강도 계산도, 자재 소요 계산조였다. 이들 사이에도 벽이 있다. 이 세 개 조는 오너가 요구하는 제품이 코끼리인지 원숭이인지 모르고 기계적으로 각기 자기 일을 한다. 이것이 공장으로 넘어가면 근로자들이 공장의 매연을 마셔가며 일을 한다.
한 단계 작업을 마치면 품질관리반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간 낭비가 많았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구성품이 오너가 보낸 품질관리 검사에 불합격 된다. 엄청난 자금과 근로 시간이 한방에 날아갔다. 회장의 질책이 무서워 중간 관리자들은 쉬쉬 이를 숨긴다. 회장이 무서운 캐릭터로 인식돼 있을수록 더 많이 속는다. 어쩌다 발각되면 오너가 정보와 스펙을 잘못 주었다며 오너 핑계를 댄다. 그 어느 회장이 오너에게 책임을 묻겠는가!
결국 설계팀에서 발생한 오류가 그대로 공장으로 넘어오면, 공장에서 정확하게 만들어 봐야 하자품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품질관리는 설계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는 품질관리요원이 계측이 요원들뿐이다. 설계를 점검할 수 있는 기술자가 품질관리부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를 ’맹꽁이‘ 품질관리라 지적했다. On-Line QC만 있고 Off-Line QC가 없는 것이다.
울산에는 본사가 있고, 여수에는 또 다른 공장이 있는데, 여수에 가 보니 사장이 사무실에서 보고만 받고 있었다. 대기업 전무를 뽑아 왔는데, 이는 사무원이지 리더가 아니었다. 이 지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행정 기술이이든 공장 근로자이든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다. 동굴 속 인생들 같았다. 나는 회장에게 최종 답안지를 주었다. 영업부만 두고, 기술 설계부와 공장은 독립시켜 하청업체로 운영하라고 했다. 책임 한계도 명확해지고, 하청업체 사장은 자기 회사라는 주인 의식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노조문제에서도 해방될 것이라 했다. 어느 날 회장이 내게 전화를 했다. 진작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40년 동안 들볶여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간편하고 시원해 졌습니다.“ 덩치가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니었다.
4. 리엔지니어링
비전문가가 번역한 책의 바람 일으켜
1990년대, 우리나라 경영계에는 리엔지니어링(재설계) 바람이 불었다. 미국의 시스템 공학자 마이클 해머가 지은 책을 김영사가 번역하고, 신문들이 대서특필해 주는 바람에 바람이 일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도 그 책을 사서 읽어 보았지만 중요 부분에서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원본을 구해 읽으니 내용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는 시스템 전문가라야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용어와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데 번역자는 그 전문용어를 상식세계의 용어로 직역을 했다. 전문 분야의 서적을 비전문가가 번역했는데 베스트 1위를 오래 했고, 그 번역서를 가지고 각 기업체마다 리엔지니어링 추진 팀을 만들었다. 기업을 상대로 연수 교육 프로를 제공하는 연수 사업체들도 리엔지니어링 교육을 열심히 시켰다.
번역은 제 2의 창조
책을 쓰는 사람은 창조(Generation)를 한다. 책을 번역하는 사람은 ’재창조‘(Regeneration)을 해야 한다. 책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고 그 소화한 것을 창의적으로 다시 우리말로 창조해야 한다. 그래서 번역을 제 2의 창조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보아온 많은 번역서들은 재창조가 아니라 구글 번역에 가까웠다. 리엔지니어링 번역이 가장 전형적인 케이스일 것이다.
100명이 하던 일을 10명이
리엔지니어링 책이 전한 메시지는 크게 두 개였다. 하나는 방법을 개선하여 100명이 하던 일을 10명이 할 수 있다는 많은 사례를 소개했다. 마이클 해머가 방법을 연구해낸 것이 아니라 많은 선각 업체들이 주도한 인력 축소 성공 사례를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이는 미국, 영국, 유럽 국가에 바람을 일으켰다. 세계시장은 품질경쟁이고 가격경쟁이었다. 경제가 어려웠던 영국은 리엔지니어링으로 국제 경쟁력을 회복했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당하자 세계에서 가장 지독했다는 영국 노조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이에 철의 재상 대처가 기마부대를 동원해 폭동을 진압했다. 노조가 항의하자 대처 수상은 다음에 또 하면 탱크로 밀어버리겠다고 했다. 영국의 거친 노조를 여성 수상이 길들였던 것이다.
영국 기업이 국제 경쟁에서 밀려나면 영국은 2류 국가가 된다. 이는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미국 기업과 영국 기업이 합병(M&A)을 하고 프랑스 기업과 일본 기업이 합병을 했다. 국제 경쟁의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었던 시기가 1990년대였다.
해고가 자유로워야 일자리 많이 생겨
이 세상에는 버려야 얻는 것들이 있다. ’권위‘가 그렇다. 스스로 권위를 추구하면 권위가 사라진다. 권위는 남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하들에게나 하급 직원에게 권위를 세우는 사람은 뒤에서 손가락질을 받는다. 권위는 버려야 얻어지는 존재다. 고용 안정도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존재다. 다른 기업은 같은 제품을 10명으로 생산하는데 자기 회사만 100명으로 생산하면 그 기업은 국제 경쟁 시장에서 망한다. 기업이 망하는데 무슨 고용 안정이 있겠는가? 노동자를 해고 시켜야만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달러가 벌린다. 달러가 벌리면 기업이 확장된다. 기업이 확장되면 고용도 증가한다. 내일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은 오늘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팀(Team)조직의 의미
리엔지니어링의 또 다른 메시지는 ’팀조직‘이다. 김영사 번역 책이 나오면서 모든 기업과 관공서들이 팀(Team)이라는 이름이 유행했다. 회계과가 회계 팀으로, 자재과가 자재 팀으로 바뀐 것이다. 내용이 바뀐 것이 아니라 ’과‘가 ’팀‘으로 호칭만 변경한 것이다. 그런데 해머가 강조한 ’팀‘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마이클 해머가 제창한 팀(Team)은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의 조합이다. 여러 가지 전문 능력,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한 단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조직체를 말한다. 이 제품은 누구누구와 함께 하면 끝내주게 만들고, 이 서비스는 누구누구와 함께 하면 끝내주게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팀을 말한다. 나는 연구소에 있을 때 어느 어느 연구원만 데리고 있으면 못할 연구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연구원들을 모아 연구 사업체를 만들면 최상의 연구를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해머가 말하는 ’팀‘인 것이다. 회계사들만 10명 모아놓고 이를 팀이라 하는 것은 난센스다. 영화에서 난공불락의 요새를 기습 점령할 때 여러 가지 능력과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요새 ’요새공격팀‘으로 묶듯이 다양한 기능과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 사업을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팀은 핵심 역량이 대표하는 것이다. ’저 팀은 이러한 일 맡기면 끝내준다‘는 성가가 형성돼 있어야 고객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해머는 여러 가지 기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 또는 그런 업체를 연결하여 핵심역량을 발휘하는 팀워크 조직을 ’팀‘이라 했는데, 우리는 인사팀, 회계팀, 자재팀, 이런 식으로 ’과‘단위를 ’팀‘으로 명칭 변경만 하였다. 결과적으로 리엔지니어링은 소리만 요란했지 기여한 것이 전혀 없었다.
세계를 풍미했던 1990년대의 리엔지니어링 시대에 선진국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한국의 김영삼은 전두환의 인격을 사살하기 위해 하나회를 때려잡고, 5.18을 재심 과정 없이 뒤집고, 반일•반미 굿판을 벌이며 총독부 건물을 제거하고 남산 외인 아파트를 폭파하는 등 딴 짓을 벌이다 1997년 세계적 수치에 해당하는 IMF를 당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날아갔고, 수많은 목숨들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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