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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통일에 대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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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39 조회15,3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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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하여 (1)


1991년 저는 처녀작 “70만 경영체 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책을 김영사를 통해 내놓았습니다. 소설도 아닌데 9주간 베스트 1위를 했습니다. 대명사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사회적 센세이션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해외 한국인 교수들이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 신선한 사고방식으로 통일문제를 생각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미국 대학에 재직 중이었던 문정인 교수도 있었고 서울대 김경수 교수(당시 후버연구소 근무)가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비로소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993년 김영삼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는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니 통일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라 했습니다. 중앙일보가 통일연구소를 설치했습니다. 간사임무를 수행하는 중견 기자가 저를 만나자 했습니다. 통일이 곧 될 것 같은 데 통일 후의 군구조를 연구해 달라 했습니다. 저는 그 기자에게 통일은 100년이 가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기자는 저를 반동분자 보듯 했습니다. 대화가 안 되겠다며 그냥 가라는 신호를 정중하게 보냈습니다. 그 때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을 믿고 통일이 김영삼 시대에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해 저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후버연구소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갔습니다. 통일 전문가 이상우 교수도 갔지요. 이상우 교수는 “북한이 무정부 상태가 되면 바로 그 순간이 북한을 흡수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는 요지의 발표를 했습니다.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반면 저는 아래와 같은 요지의 발표를 했습니다. 박수가 별로 없었습니다.  

                                                        아 래

우리는 과거 50년 간 통일을 외치면서 살아 왔다. 남한에서 통일을 외치면 북한이 긴장했고, 북한이 통일을 외치면 남한이 긴장해 왔다. 통일은 낭만이 아니라 죽고 사는 게임이다. 통일이란 무엇인가. 물속에 비쳐진 그림자다. 잡으려 하면 없어지고 가만두어야 가까이 다가온다. ‘통일’은 단 하나뿐이다. 하나밖에 없는 그 ‘통일’에다 남한은 파랑색을 칠하려 하고, 북한은 빨강색을 칠하려 한다. 통일은 곧 분쟁의 씨앗이요 긴장의 원천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가. 통일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만 한다. 통일을 추구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 얼마나 바보스런 선택인가. 분단이 공식화돼서 몫이 보장돼야만 비로소 긴장이 없어지고 신뢰가 생길 수 있다. 신뢰가 생겨야 교류와 협력이 가능해진다. 교류와 협력이 일상화되면 동족 간에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연합도 연방도 그리고 통일도 모두 다 할 수 있다. 휴전선의 국경선화, 분단의 영구화만이 가장 빠른 통일의 지름길인 것이다. 이 어인 통일의 패러독스인가. 그러나 이는 사실이다.

나는 흡수 통일에 대한 정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경고하고자 한다. ‘북한 체제가 전복되고 대량 난민이 발생하면 바로 그 시기가 흡수 통일을 위한 결정적인 시기가 아니겠느냐’,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듯이 기울어져 가는 북한 사회를 접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휴전선을 넘어야 한다. 누가 먼저 넘어야 하나. 바로 한국군이다. 이는 북침인 것이다. 6.25 남침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6.25 직전에 남한은 어떠했는가. 사회는 극도로 혼란했고, 군사력도 볼품없었다. 남한 전역에 북한 동조 세력이 얼마나 뿌리 깊게 확산돼 있었는가. 38선만 넘으면 간단히 접수할 수 있는 여건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38선을 넘은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가. 남침이요 엄청난 비극이었다. 왜 이것을 상기하려 하지 않는가. 독일식 통일은 한국에서 바랄 수 없다. 언제 동독이 봉기와 무질서로 붕괴된 적이 있었던가. 언제 서독군이 붕괴된 동독으로 침공해서 동독 사회를 접수했던 적이 있었던가. 통일 당시 동독에는 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다. 질서가 유지돼 있는 사회, 군, 그리고 정부를 동독 정권이 서독에 접수시킨 것이다. 북한의 누가 동독 정권처럼 북한의 질서를 완전히 장악한 채 그 질서 자체를 고스란히 남한에 갖다 바치겠는가. 꿈이요 환상인 것이다.

평화 공존 단계를 뛰어넘는 통일이란 이렇듯 위험한 것이다. 우리는 하루 빨리 통일의 마음을 평화공존의 마음으로 바꿔야 한다. 평화공존이 무엇인가. 그것은 통일과 진배없는 보배이다. 남북한 간에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교류와 협력이 일상화된다면 국민에겐 그것이 바로 통일이 아닌가. 이렇게만 되면 정치적인 통일은 언제 와도 상관없는 일 아닌가.

                                    지도자는 분석되지 않은 여론에 영합하지 말아야

저는 당시 공무원, 교수, 대덕단지, 경찰, 소방관, 로타리클럽, 부녀회 등 수많은 곳에 다니면서 통일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심지어 아태재단에도 여러 번 나가 변호사-교수-사업가 등을 상대로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을 하기 전에 물었습니다. “통일이 10년 이내에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십시오“.  90% 이상이 손을 들었습니다. ”통일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십시오“, 100%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 후 90분 정도의 강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고,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통일관은 분석되지 않은 막연한 감정일 뿐이었습니다. 이불 속에서는 무엇인들 불가능해 보이겠습니까?

통일이 임박했다는 김영삼 시대가 1993년이었습니다. 그 때는 곧 될 것 같았지요. 그 때 사람들은 저를 이단시 했습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났습니다. 지나고 나니 제가 맞았지요. 앞으로도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된다면 오직 기적일 것입니다. 아직도 통일을 염원하시는 분들, 저는 이 분들을 고정관념을 가진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속에 사는 분들이지요. 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고 다른 길을 찾아야지요.  

                                    신사고, 발상전환이 통일을 앞당깁니다

통일의 길이 열려있으면 남침의 길도 열려 있습니다. 남침의 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통일의 길도 막아야 합니다. 앞으로 50년간, 우리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십니까? 통일을 목표로 하면 남북한은 적대관계로 살 것이고, 평화를 목표로 하면 남북한은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평화공존을 통일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입니다.

남북한이 과도기적 평화공존 기간을 20년으로 정했다 합시다. 이는 20년 후부터 통일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그 20년간은 평화의 기간이 아니라 군비경쟁 기간일 것입니다. 20년 후에 통일당하지 않기 위해 쌍방은 20년간 군비를 증강시킬 것입니다. 따라서 평화를 택한다는 것은 영원히 통일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남북한은 하루라도 빨리 두 개의 독립국가로 갈라서야 합니다.

매우 아이러닉한 것은 영원히 갈라서야 통일이 빨리 온다는 사실입니다. 갈라서야 제몫이 보장되고, 제몫이 보장돼야 평화가 오고, 평화가 와야 통일이 오는 것입니다. 통일은 목표가 아니라 평화라는 나무에 자연스럽게 열리는 열매입니다. 평화롭게 살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월과 하늘에 의해 저절로 오는 것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처럼 남북한 주민이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간첩혐의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왕래하면 바로 그것이 통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몰고 갈 자신이 없으면 통일을 버리고 냉전으로 가야 합니다. 북한을 봉쇄시켜 붕괴시켜야 합니다. 이는 “하드 통일”이고 전자는 “소프트 통일”인 것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입니다. 통일을 주도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적화통일을 경계하자고 목청을 높이며 애국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통일에 신명을 바친 순교자나 되는 것" 처럼" 통일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2009.7.8.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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