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 팀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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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5:02 조회12,4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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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 리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가 확산되고, 팀제의 성공사례가 "Corporate Re-engineering"이라는 책에 소개되면서부터 "팀"제 조직이 유행했다. 이 책은 Micheal Hammer라는 시스템공학자에 의해 쓰였지만 한국 출판사가 엉뚱한 사람들에게 번역을 시켜 원 저자의 뜻이 상당히 왜곡됐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너도나도 팀제를 채택했지만 이는 과장이나 부장에 팀장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에 불과했다. 내용은 그대로이고 무늬만 팀제였던 것이다.
거의 모든 기업이 팀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팀제를 운영했다. 선진국의 1개 팀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팀에는 지금도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있다. 10명의 회계 기능인들을 모아놓고 회계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러 기능을 컨베이어벨트 개념에 따라 나열해놓고 기능 조직이 내놓는 결과물을 컨베이어벨트를 흐르는 식으로 조립하자는 게 한국식 조직 운영 방법이고, 여러 종류의 기능인력을 동시에 한 곳에 투입하여 토의를 통해 화학적 에너지를 내자는 게 서구식 팀제다. 선진국의 1개 팀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팀의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면서 수행하지만, 한국의 1개 팀은 컨베이어벨트의 일부처럼 부분만을 수행하여 옆 팀으로 넘겨준다.
프로젝트가 코끼리라고 가정해 보자. 선진국 1개 팀은 코끼리 한 마리를 팀의 명예를 걸고 완성하지만, 한국의 1개 팀은 코끼리의 뒷다리를, 1개 팀은 코끼리 목을, 또 다른 팀은 코끼리 머리를 완성하는 식이다. 여러 팀의 산물을 모아야 코끼리가 완성되지만 A팀에서 만든 코끼리의 목과 B팀에서 만든 코끼리 머리가 제대로 결합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A팀은 코끼리 목을 만들고 B팀은 사자의 머리를 만들어 낸다.
선진국형 팀제의 장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팀 파워를 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사한 팀을 여러 개 만들어 경쟁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실명제로 단일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책임이 없으면 경영도 없다. 따라서 모든 프로젝트는 팀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단일 책임제로 운영돼야 한다.
5명 1개조로 자동화장비를 설치해주는 회사가 있었다. 설치해주고 오면 곧바로 A/S가 발생해서 그로 인해 적자가 났다. 사장은 각 조가 설치하는 기계에 동판을 붙이고 거기에 조원들의 한문 이름과 주민번호를 새기게 했다. 그렇게 하자마자 각 조는 이름을 걸고 일을 했고, 그 결과 적자가 흑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실명제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사회에서는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얼굴을 크게 내보이고, 책임질 일이 있을 때에는 얼굴을 감춘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한 부분을 맡아 일했을 뿐인데 왜 내가 책임을 지느냐?"
하나의 프로젝트를 놓고 기능과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토의를 하는 것은 얼른 보면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설계, 생산, 품질, 작업 계획 등 모든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높일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장 실수하기 쉬운 과정이 무엇인지, 어느 작업들을 동시에 병렬식으로 수행할 것인지, 어느 부분을 외주 줄 것인지 등을 따지다 보면 토의 능력이 향상되고 에러가 걸러지며 관리가 철저해 진다.
기업 내부에는 경쟁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 기업마다 경쟁을 시키고는 있지만 서로 하는 일이 다른 기능 조직들에 경쟁을 붙여봐야 불만과 냉소만 자아낼 뿐이다. 프로젝트 단위를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일이 실패하면 모두가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데 지혜를 동원한다. 경쟁은 자극이다, 자극 없는 조직과 개인은 게으르고 퇴화한다. 팀들이 경쟁을 하게 되면 팀장을 훌륭한 경영인으로 훈련될 수 있다. 팀원에게 큰 소리 치고, 고압적인 팀장은 꼴등을 하게 될 것이고, 팀원을 다독거리고,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조직적으로 유도해 내는 노력을 하는 팀장은 지연이 두각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팀조직이 궤도에 진입하면 무하자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납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에러로 인한 엄청난 비용을 제거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팀조직이 기업의 핵심 경영능력으로 발전하여 제작 방법을 스스로 창안할 수 있는 자생 능력까지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팀제가 과연 좋으냐? 이론과 성공사례를 보면 팀제는 분명 엄청난 파워를 낸다. 한국에서 팀제가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1) 팀제에 대한 정확한 컨설턴트가 없었기 때문이거나 2)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없거나 3) 남이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려는 의욕들이 없거나 4) 새로운 지식과 이론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들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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