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 한국기업에 태산준령인 ISO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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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11 조회13,29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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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부는 승무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었다. 수사의 초점은 선장을 향했다. 하지만 선장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었다. 여객선의 이미지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시출발이며 선장은 정시출발이라는 원칙을 준수했다고 항변했다. 사고로 수많은 승객들이 참변을 당했지만 국가는 아무도 처벌할 수 없었다. 영국 정부는 사고의 원인이 시스템 부재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장과 문단속 요원 간에 의사를 전달하는 통신 기기도 없었고, 출발 전에 체크해야할 업무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영국 정부는 시스템 운동을 전개했다. 많은 인명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병원, 학교, 수송시설, 기업, 백화점, 호텔 등에 안전이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의 설치를 강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국표준(BS5750)이었고 이는 다시 국제표준인 ISO 9000 시리즈로 채택되어 전 세계에 강요되었다. 영국에서 출발한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가 1987년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각국의 표준 기구를 회원으로 하는 연합기구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떻게 했는가?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당국자들은 사고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해왔다. 성수대교 붕괴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씨프린스 기름유출사고 등 YS정부 때 발생했던 끔찍한 사고들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성수대교는 1994. 10. 21. 아침7시에 붕괴되었고, 사망 32명, 부상 17명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1995년 6월 29일 오후 6시경에 발생하였고,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었다.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는 1995년7월23일에 발생했고, 당시 1천5백억원의 피해를 냈다.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 앞바다에서 태풍 '페이'로 인해 호남해운 소속 14만5천 t급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좌초, 유출된 기름 7백t이 남해안 전역을 덮치고 양식장 1만ha를 황폐시켜 1천5백억원의 피해를 낸 사고였다. YS는 사고가 연이어지자 “우째 이런 일이!” “뼈를 깎는 아픔!” 하면서 책임자를 엄벌에 처벌하고 다시는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했다. 그 후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과 안전문화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2월 18일 오전 9시55분에 발생했으며, 사망 192명, 부상 148명이었다. 대구시 중구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구내, 진천동에서 안심동으로 운행하던 1079호 전동차(기관사 최정환) 안에서 한 정신질환자가 불을 질러 발생한 사고였다. 2008.1월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지하 공장에서 인부 50여명이 냉동설비작업, 전기설비작업 등 공사 마무리 작업을 하다가 불길에 휩싸여 40여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냉동공장은 지난 7월 착공해 11월 5일 준공됐으며 2008.1.12일 영업을 할 예정에 있었다. 2007년12월 7일에는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바다에서 14만6,000톤급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과 충돌해 원유 1만2,547㎘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피해가 발생했고, 사고 5일 때인 12월11일에는 태안 서산 보령 서천 홍성 당진 등 6개 시·군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같은 사고들이 반복하여 발생하고 있는데도 사고 예방 시스템이 생기지 않았고. 안전문화에도 달라진 게 없다. 우리의 생명은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에 의해, 아니 재수에 의해 하루하루 연장되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는 왜 영국처럼 하지 않는가? 사고를 시스템 탓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탓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를 사람의 탓으로 돌리면 사고는 반복될 것이지만 시스템 탓으로 보면 사고는 예방될 수 있다. 우리는 사고가 나면 누구를 처벌할 것인가만 생각해왔다. 사고를 저지른 사람은 처벌이 무서워 사고 원인을 은닉한다. 사고원인이 은닉되면 그 사고로부터 교훈과 지혜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영국처럼 하지 못하는 것이다.
1982년부터 영국에서는 더욱 높은 수준의 품질을 생산하기 위해 범사회적으로 QC 노력이 확산됐다. 그 일환으로 영국 표준 BS 5750이 모든 비즈니스분야에 확산됐다. 이는 제조업체, 서비스 업체, 소매 업체, 은행, 빌딩 관리 업체, 지방 관청, 의료 기관, 치과 병원, 법률 사무소 등 사회적 품질이 요구되는 모든 조직에 강요되고 있다. 전 사회의 시스템화 운동인 것이다.
엉뚱한 사양서나 설계도가 설계실에서 공장으로 불출되면 불필요한 부품이 만들어진다. 설계팀에 작은 에러가 생기면 비싼 제품이 생산되자마자 폐기된다. 정식 직원이 쓰던 기계를 임시 직원이 사용하다가 기계를 고장 낸다. 식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내용물을 집어넣는 전문가의 수는 많지 않다. 잠시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가 눈대중으로 내용물을 적당히 집어넣는다면 엄청난 양의 식품을 생산하자마자 버려야 한다. 최소한의 시스템 없이는 최소한의 품질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시스템이 ISO 9000이다.
ISO 9000에 긍정적인 업체도 있지만 부정적인 업체도 있다. 긍정적인 업체는 자기들의 시스템을 ISO 9000과 비교해서 무엇이 부족한지 찾아내려는 업체이며, 부정적인 업체는 남이 모두 하는데 자기네만 하지 않으면 시장을 잃게 될까봐 억지로 시늉만 내는 업체이다. 한국 업체들이 대체로 두 개의 장부를 유지하고 있듯이 부정적인 업체들은 두 개의 시스템을 유지하게 된다. 하나는 ISO 검사를 위해서 눈가림용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며, 다른 하나는 회사의 본성을 담은 시스템이다. 이러한 업체는 ISO 업무를 중간 간부에게 일임하고 최고 경영자는 자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그러다가 ISO 검사에서 불합격되면 중간 간부가 책임을 지게 된다.
ISO 9000 검사에 합격했다고 해서 그 업체가 훌륭한 업체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업체들도 너무나 많은 불량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ISO 9000이 QC의 핵심은 아니다. 인증기관으로부터 최소한의 기본 시스템 즉 ISO 9000의 기준들을 충족시킨 업체인 것으로 인증 받았다 해서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ISO 9000에서 만점을 맞는다 해도 이는 데밍 상 1,000점 만점에서 겨우 300점을 얻은 것일 뿐이다.
일본의 대기업은 하청 업체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하청업체에 품질 지도를 제공해 주며, 하청 업체의 품질 시스템을 늘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의 대기업들은 하청 업체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에 수많은 하청 업체를 그때그때 평가해야 한다. 제3의 인증 기구가 이러한 일을 전문적으로 대행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구매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의 일부를 제3의 인증 기구가 대행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제3의 인증 기구는 대기업의 구매부서가 해야 할 QC 기능을 대행해 주지는 못한다. 납품 업체가 납품한 부품이나 재료가 불량하면 대기업 제품은 불량품이 된다. 그래서 인증 기구의 평가만을 믿고 납품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유럽의 대기업들이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는 것은 바로 ISO 9000의 인증기구를 품질기구로 간주한다는 사실이다. 대기업 구매부서들이 ISO 9000을 임시방편적인 책임회피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3자적 입장에 있는 인증기구에 의한 인증 제도는 영국에서 먼저 유행하기 시작해서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러한 인증기구를 이용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대기업 자신이 하청 업체를 평가하거나 아니면 종합 상사에서 평가한다. 인증기구는 영국에 가장 많으며 그 수는 20여 개나 된다. 가장 큰 인증 기구는 ‘영국표준협회’(British Standards Institute)와 ‘로이드(Lloyds)이다.
제3의 인증 기구 평가제는 상당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 ISO 9000은 업체의 기본 시스템만 평가하지 공정관리나 기술수준은 평가하지 않는다. ISO 감사관은 하루는 비디오 제작 회사를, 그 다음날은 화학제품 제조회사를, 그리고 그 다음날은 병원을 다니면서 시스템을 감사한다. 감사관이 아무리 유능해도 성격이 천차만별인 업체들의 QC 절차를 제대로 인증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도요타나 닛산과 같은 대부분의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납품 업체의 과거 실적과 기술능력 그리고 최고 경영자의 자세를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다. 일본의 대기업들에게 제3의 인증기구는 불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하청 업체의 설계, 공정 개발, 기술 개선, 교육 및 훈련 등의 주요 QC 절차에 대해 하청 업체를 지도한다, 이러한 기업 집단을 일본인들은 ‘토요다 가족’이니 ‘혼다 가족’이니 하고 부른다.
어느 한 영국인 ‘ISO 9000감사관’이 일본의 QC 모범 업체를 방문했다. 일본인이 영국인에게 볼 것을 다 보았느냐고 물었다. 영국인은 조금만 빼놓고 거의 다 보았다고 했다. 일본인이 못 본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영국인은 창고에 완제품도 없고 하자 품이나 반품 같은 것들이 한 개도 없으니 그것을 좀 보고 싶다고 했다. 일본인은 그런 것은 한 개도 없다고 했다. ISO 9000은 우등생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턱걸이 업체들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다음 그림으로 상징될 수 있다. ISO 9000은 잡다한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하자를 문서화된 절차에 의해 줄여 보자는 것이지 품질의 등급을 높이기 위한 표준이 아닌 것이다. 그림은 ISO 9000이 아래위로 춤추는 품질로부터 균질의 품질을 이끌어 내는 데 어느 정도나마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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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0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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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납품하려는 업체는 최소한 제3의 인증기관에서 합격 도장을 받아야 한다. 한국 업체들은 이것을 매우 높은 장벽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다. EC 제국에 납품하는 회사, EC 제국 내에 진출한 한국 업체 그리고 한국 내에 설립된 기업으로 EC권 회사에게 납품하는 회사는 모두 ISO 9000에 대한 인증서를 획득해야 한다. ISO 9000은 유럽의 대기업들이 외국의 납품 업체를 고르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것에 불과하다. 제3의 인증기관에 의뢰해서 입찰 대상 업체가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는지 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유럽사람 자신들도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전 유럽으로 확산되긴 했지만 미국과 일본으로부터는 초기에서부터 백안시당해 왔다.
ISO 9000은 각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 절차가 아니라 회사 자체의 품질시스템이 최소한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가를 규정한 것이다. 인증 기구의 감사관들은 각 회사가 이를 ‘어떻게’ 만족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다. 9000은 품질에 대한 개념, 용어 설명 그리고 각 시리즈(9001~9004)의 선택을 위한 지침서다. 9001은 설계, 개발, 생산, 설치 및 A/S에 대한 총괄적 개념을 규정한 것이다. 9002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예방, 발견, 시정에 관한 규정서이다. 9003은 검사 및 시험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처리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9004는 품질 시스템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평가하기 위한 지침서로서 기업에 대한 내부 및 외부 감사용으로 사용된다.
일본 QC는 기업체를 단위로 하는 것이었으나 싱가포르의 QC는 이광요 수상이 국가를 단위로 해서 추진했다. 그는 TQC 개념을 국가 단위에 적용한 최초의 정치인이었다. 국가 단위의 품질화가 이뤄진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싱가포르뿐일 것이다. 업체가 국가 간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듯이 국가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민주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한 규정으로 무질서의 사회를 질서의 사회로 전환시켰다. 싱가포르는 1965년에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된 나라이다. 그는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인도인 등 다인종들을 수용하고 기독교와 모슬렘교 등의 잡다한 종교를 포용해서, 말라리아가 범람하고 마실 만한 물도 없는 땅에다 강도도 없고 질병도 없으며 질서가 엄격히 유지되는 정원의 나라를 세웠다. 비전을 주고 공정한 규정에 따라 국민을 이끌어 가면 이는 이미 독재가 아니다. 세계의 그 누구도 싱가포르의 이 수상을 독재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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