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 공장 내 QC(On-Line QC)와 공장 외 QC(Off-Line 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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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12 조회15,9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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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의 QC 목표는 무하자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설계는 QC요원들이 손댈 수 없는 성역이었다. 이때까지의 품질관리 총아는 TQC(총체적 품질관리)이었다. 통계적 품질관리, 근로자의 능력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예방정비, 5S(정리 정돈 청결 정비 근로정신) 등이 이를 위한 주요 수단이었으며, 이러한 모든 도구들은 공장 내에서의 QC를 위한 것들로서 일본 품질관리의 대가인 '다구지'박사는 이들을 On-Line QC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 QC의 착안점은 한 단계 더 나아가 Off-Line QC로 확장됐다. 품질관리는 공장 내에서만 시행돼야 할 것이 아니라 공장 밖에서도 시행돼야 하며, 공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QC(Off-Line QC)가 에러와 비용을 현격하게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On-Line QC는 기존의 설계를 가지고 공장 내에서의 노력을 통해 정해진 품질을 하자 없이 뽑아내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Off-Line QC는 설계개선과 경영혁신을 통해 제품의 성능을 한 단계 높이거나 또는 같은 성능의 제품이라도 염가로 만들기 위한 방안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설계개선과 경영혁신은 공장외부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Off-Line QC 활동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1980년대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이 확산됐다. 이제까지는 설계를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왔지만 이제부터는 가치공학(VE)을 통해 설계를 변경함으로써 생산단계에서의 비용을 절약하고 품질을 높이며, 공장 문을 나와서부터 수명을 다할 때까지 발생하는 운영비(Life Cycle Cost)를 절감하자는 운동이었다. 제품에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할수록 비용이 추가되고 고장빈도가 잦아진다. 과연 이러한 기능들이 비용에 비해 가치가 있는 것인가? 설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설계를 통해 생산단가도 낮추고 A/S 비용도 적게 하고, 운영비도 적게 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미국의 가치공학 주도자들은 이러한 Life Cycle Cost 즉 생산-운영-정비 모든 단계에 소요되는 총 수명주기비용의 80% 이상이 ‘설계단계’에서 결정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84년 미 국방성 설계 개선팀은 많은 장비에 대한 설계를 개선해서 엄청난 원가를 절감시켰다. 개선노력에 투입된 투자비에 비해 27.2배의 절약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인생에서도 태교가 중요하듯이 제품의 일생비용 역시 설계단계에서 결정된다. 미국 최신의 군사 장비인 M1 탱크의 경우 수명 주기 동안 들어가는 총비용은 연구 개발비 2%, 생산비 23% 그리고 운영유지비 75%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은 운영 유지비와 설계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고 생각했다. 운영 유지비는 오직 운영 단계에서 사용 부대가 얼마나 경제적인 방법으로 장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좌우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시스템 분석가들은 운영 유지비의 상당 부분이 설계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결론을 얻어 냈다. 다섯 명이 운영하던 장비를 네 명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이는 엄청난 운영비를 절감시킨다. Life Cycle Cost를 절약하기 위한 새로운 설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설계 엔지니어들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운영경험자들, 정비경험자들까지도 설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자주 고장 날 수 있는 부품을 구성품 깊숙한 곳에 위치시기도록 설계를 하면 정비하기에 고통이 따르고 정비 비용이 높아진다. 운용단계에서는 사용자가 편리하도록 인간공학적 차원의 요소들이 반영돼야 한다.
미국인들이 최초에 시작한 품질관리 개념은 부품-구성품-완제품 하나하나를 검사하여 불량 제품이 공장 문을 나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품질 검사 활동을 강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원가를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는 생활수준이 낮았던 관계로 품질보다는 원가에 더 많은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원가가 높으면 경쟁에서 낙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미국의 최고 경영자들은 품질관리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품질 향상이 반드시 원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착안이었다. 이 한 가지의 착안으로 인해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품질 일등국으로 발 돋음 할 수 있었다. 각 공정에서 품질관리가 잘 이루어지면 재작업량이 줄어들고 기계사용 시간과 재료 손실량이 줄기 때문에 생산성도 향상되고, 비용도 절감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품질향상 노력이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의 첩경이라고 생각했다.
품질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설계품질과 제조품질이다. 전자는 전구의 평균 수명 시간을 1,000시간에서 2,000시간으로 늘리는 것처럼 제품의 등급을 한 단계 올리는 것이다. 이는 설계 자체의 등급이 향상되는 것이기 때문에 ‘설계 품질’(Quality of Design 또는 Targeted Design)이라고 한다. 후자는 생산된 제품이 설계와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대한 품질이다. 이는 제조를 얼마나 정확히 했느냐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제조품질’(Quality Conformance)이라고 한다.
‘설계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원가의 상승을 의미하지만, ‘제조품질’을 높이는 것은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재작업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계학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알맞은 표현이 있다. 설계품질을 올리는 것은 평균치(Mean)를 한 단계 올리는 것이며, 제조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평균치로부터의 편차(variance 또는 random noise)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일본식으로 기울이는 예방적 품질관리 노력으로는 제조원가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미국이나 우리나라 공장들에서 수행하는 사후 경찰관식 품질검사를 가지고는 오히려 원가와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본 품질 관리의 최종 목표는 하자품을 없애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품의 진가를 창조해 내는 것이었다. 그들은 소비자의 만족도에 공헌할 수 있는 품질의 매력 점을 찾아내고 제품의 성능과 예술적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설계품질에 품질관리의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정해진 기준치에서 많이 이탈되지 않는 무하자 제품을 대량 생산해 내는 데 품질관리의 초점을 두었다. 즉 평균치로부터의 분산 편차를 줄이려는 것이었다.
아시아에 네 마리의 용이 있었다. 이들은 한동안 엄청난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몇 년 후 그 가운데 한국만이 뒤로 처졌다. 많은 이들은 한국인들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piritualism인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다른 용들은 설계 능력을 가진 브레인 집단으로 경제 성장을 주도했지만 한국만은 기능공들을 가지고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설계 집단이 내는 부가가치는 높은 것이지만 기능공들이 내는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서는 아직도 공장 내 QC만 있고, 설계에 대한 QC는 없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선진국 제품을 복사 생산(copy production)해 왔기 때문에 설계도면은 신성불가침(no touch)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설계에 대한 QC가 불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문 제작품에 대해서는 물론 기존제품에 대해서도 설계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설계에 돈을 쳐주지 않는다. 설계란 거저 얻고, 무단 복사하고, 덤핑 쳐오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돈을 쳐주지 않기 때문에 설계기술을 가지고는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머리 좋은 학생들이 법대만 지망했다. 이는 유럽 국가들과 정반대 현상이다. 설계에 돈을 쳐주지 않는 나라는 그만큼 후진국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일본은 설계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머리 좋은 학생들이 설계에 뛰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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