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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 각자가 최선을 다 했는데 기업이윤 더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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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22 조회13,1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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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개혁이 한참이었던 1993년, 사회적 저명인사들이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국가가 있습니다. 국민 각자가 각기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찌 국가가 잘 안되겠습니까? 회사가 있습니다. 모든 사원이 각자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찌 회사가 잘 안되겠습니까?" 이것이 의식개혁 운동의 기본 철학이었다.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토요다 자동차에 12대의 기계가 하나의 공정을 이루고 있었다. 12대의 기계에 12명의 근로자가 배치됐다. 일감을 기계에 걸어놓으니까 기계가 일을 했다. 기계가 일하는 동안 근로자는 할 일이 없었다. 일하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를 지켜본 사장이 12명에게 똑같은 기계를 하나씩 더 사주었다. 어떤 근로자는 3대의 기계를 사주니까 쉬지 않고 일했다. 근로자 개인별 생산성이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 2배 이상의 생산성은 우리의 신바람운동으로서는 도저히 꿈꿀 수 없는 수치였다. 우리의 신바람운동은 10%의 생산성 향상에도 매우 만족해했었다.


열두 사람이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장의 마음은 기뻤다. 그만큼 이윤이 상승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손익 계산서에는 이윤이 점점 더 내려갔다. 사장은 작업자 당 생산성이 향상되면 될수록 이윤이 점점 더 내려가는 이 기막힌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했다. 부사장인 다이이찌 오노 씨가 이 사실에 골몰하다가 차안에서 무릎을 쳤다. 그는 각 근로자 앞에 미처 소화되지 못한 재고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재고가 많이 쌓일수록 그만큼 자금도 사장됐다. 한 달 후에 구입해도 될 소재를 미리 구매한 것이다.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더 많은 돈이 사장됐다. 어지럽게 던져진 재고는 또 다른 일손에 의해 정리정돈 돼야 했다. 더 많이 만들면 이를 정리할 일손도 더 많이 늘어났다. 작업자 당 생산성이 향상되면 될수록 회사 전체의 이윤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이이치 오노는 재고를 없애기 위해 하나의 작업 원칙을 만들었다. "전 공정은 후 공정에서 소화한 것만큼만 만들고 시간이 남아도 그대로 서 있으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니까 두 가지 비용 즉 자금비용과 정리정돈 비용이 절약됐다. 이윤도 상당한 폭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작업자들의 시간이 남아돈다는 원래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사장은 시간이 남았을 때 똑같은 기계를 더 사주었다. 한 사람이 한 가지 기계만 다뤄야 숙달이 되고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노 부사장은 왜 한 사람이 열 가지 스무 가지 기계를 다룰 수 없느냐고 반문했다. 간단한 발상이었지만 이는 세계 생산역사에 획을 긋는 엄청난 혁명을 가져왔다. 그는 1번 기계를 다루는 근로자에게 2번 기계를 다루도록 했다. 2번 기계를 배우면서 기계의 오묘한 원리를 터득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몰두야 말로 가장 아름다움 모습이었으며 몰두의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는 금전적 보상으로 안겨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봉급에도 관심이 없었다. 정복한 기계수가 증가할 때마다 자부심과 직업에 대한 안정감도 향상됐다. 그는 스스로를 직장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기술을 습득할수록 그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회사를 나가더라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드디어 12사람이 다루던 12대의 기계를 한 사람이 다루게 됐다.


한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대의 기계를 다루게 하는 데에는 작업 반경이 문제가 됐다. 작업 반경을 줄이기 위해 그는 기계의 설치를 일렬로 하지 않고 U자형의 연속으로 배열했다. 몸만 돌리면 여러 대의 기계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인건비가 12분의 1로 절약된 것이다.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적시 생산(JIT; Just In Time)시스템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렇듯 재고 없이 딱딱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을 우리는 Coupling System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열심히 일하라고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일하는 방법 즉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신바람 운동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근로자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모든 각자가 열심히 일만 해준다면 생산성이 자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얼른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위 토요다 케이스를 보자. 각자의 생산성이 올라갔다고 해서 기업이윤이 올라갔는가? 그런데도 우리사회에서는 한동안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마련한다며 봉급을 포함한 혜택들을 남발함으로써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만 부추겼다. 이 얼마나 딱한 일이었는가? 지금도 우리사회에서 예전의 토요다처럼 원시적으로 일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가장 전형적인 곳이 철도와 지하철용 객차를 제작하는 곳들일 것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일본에서 1967년에 없애버린 수정공장이 아직도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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