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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 영업부가 품질 및 생산성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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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04 조회14,3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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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가 품질과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면 “이 무슨 엉뚱한 말인가”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제품을 주문생산 하는 기업에서는 영업부가 공장 생산성과 품질의 80% 정도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기업에서의 영업부가 해야 할 일은 1)시장을 개척하고, 2) 수주를 따오되 기술 자료를 정확하게 확정해 따와야 하며, 3)도면설계-자재의 강도계산-자재소요-구매-재단-용접 등 영업 이후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간부들에게 조기에 정확한 브리핑(kick off meeting)과 함께 기술자료(TDP)를 넘겨주고 4) 주문자의 요구사항들을 빠짐없이 전달해야만 한다. 그래야 새로운 주문품을 생산해야 하는 모든 관련자들이 무슨 제품을 어떻게 언제까지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가질 수 있다.


여기까지를 읽은 대부분의 독자는 “당연히 그래야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을 수십 년간 지속해온 기업, 그것도 동류업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기업에서 조차 이렇게 하지 않았다. 개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영업팀들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업부는 프로젝트만 따오고, 기술자료는 주문자가 던져주는 대로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수주가 떨어지면 다음 부서인 기술부로 던져주는 것까지를 임무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기술부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필자는 수익도 많이 내고 회사 분위기도 매우 좋고, 환경이 깨끗한 플랜트 제작사에 대해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프로세스를 진단하기 위해 필자는 회의를 소집해 보았다. 영업부장으로 하여금 방금 수주를 따온 프로젝트가 어떤 프로젝트인지에 대한 개념을 기술부장, 생산부장, QC부장, 자재부장 등 영업 이후의 바통을 받아야 할 간부들에게 알려보라 했던 것이다. 이른바 kick off meeting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업부장은 주문자가 호랑이 동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인지, 또는 코끼리 동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인지, 특별히 주문자가 강조하는 사항이 있는지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주문자의 요구사항이 이 자료들 속에 다 들어 있으며, 이 자료대로 제작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오히려 항변했다.


영업부장이 이렇게 나가자 그 자리에 모였던 간부들은 새로 주문받아온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에 대한 그림을 전혀 그릴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시쳇말로 소통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소통이 없으면 팀워크도 없고, 팀워크가 없으면 수많은 에러가 발생하고 내부 에너지가 소모된다. 마치 골대가 어디인지도 보이지 않게 해놓고 무조건 골을 넣으라는 격이었다. 모두가 어둠 속에서 나름대로의 상상에 의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기술부와 생산부 사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우리는 제품에 대한 개념도 모르고 투기 식으로 일을 합니다. 다시 하라면 다시 하지요 뭐,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틀리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여기까지를 읽은 독자들은 아마도 필자가 “영업부가 생산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던 이유에 대해 공감을 했을 것이다.


영업부는 주문자(발주자, 오너)와 오랜 동안 접촉하면서 주문품에 대한 도면, 스펙, 설명서 등 기술자료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받는다. 실제로 이들은 이 기술자료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일단 수주가 결정되면 파일 단위로 묶어 마치 이웃집 담 너머로 보따리를 넘기듯이 기술부로 넘겨준다. 영업부 사원이 오랜 기간에 걸쳐 오너로부터 들었던 모든 이야기와 정보는 영업사원 혼자만 아는 것으로 끝나고 기술부 사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귀중한 정보가 사장되는 것이다. 만일 영업부 사원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기술부 사원들에게 소통시켜준다면 기술부 사원들은 처음부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주문품이 어떤 제품인가에 대해 각자별로 어둠 속에서 이리 저리 상상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에러도 상당 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바통터치가 단절되기 때문에 최고 경영진이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에러와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업부와 기술부 사이의 바통터치 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수십 년간 회사에서 인생을 보냈다는 기업의 간부들은 이 문제에 착안하지 못한다.


영업사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너를 만날 때마다 얻은 지식을 기술부에 바통터치 해주기 위해 주문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의문사항이 있거나 오너측이 실수한 것이 있으면 오너 측과 접촉하여 확실하게 정리함으로써 ‘시간에 쫓기는 기술부’ 사원들이 시작단계에서부터 정확한 개념을 알고 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슨 업종이 됐건, 어느 기업이 됐건, 업무흐름의 전 부서와 후 부서 사이의 바통터치 부분에 대해서는 늘 사각지대가 형성된다. 최고경영자는 바로 여기에 착안을 하여 확실한 바통터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군 작전에서도 이웃해 있는 A부대와 B 부대 사이에는 책임지역 선(전투지경선)이 그어진다. 바로 이 경계선에 수많은 사각지대가 발생하며 상위 지휘관은 여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사전에 찾아내 작전지침으로 하달해야 한다.          


영업부로부터 넘겨받은 기술자료 보따리는 기술부로 넘어와서 3개 파트로 다시 쪼개진다. 도면설계(CAD)에 필요한 자료, 자재의 강도를 계산하기 위한 자료, 각 재료의 수량을 결정하기 위한 자료, 이렇게 3개 뭉치로 갈라 가는 것이다. 그 때부터 각자는 제품에 대한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술자료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기계적으로만 일을 한다. 무슨 제품을 만드는 것인지는 마지막 장을 다 넘겨야 어렴풋이 개념화되는 것이다. 때로는 중요한 자료가 누락되고 중요한 강조점이 간과되고, 도면설계에 에러가 나고, 강도 계산에 에러가 나고, 자재수량 계산에 에러가 나는 것이다. 이런 에러는 도면에 담겨 그대로 공장으로 내려가 비싼 강철판을 잘못 재단하게 만들고, 물품구매 요구서에 틀리게 반영되어 구매부서로 내려가 국내외로부터 엉뚱한 자재를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업부서 사람들은 기술자들이어야 한다. 수주 단계에서 주문자 측 기술자들과 미팅을 할 때마다 그리고 기술자료를 건네받을 때마다 자료를 연구하여 의문점에 대해 확실하게 규명하고, 주문자 측의 주의사항을 메모하면서 주문품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고 기록으로 정리하여 다음 팀에게 자세한 설명과 함께 넘겨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업의 영업사원들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라고 하니 그럴 수는 없다며 기존의 방법을 고집했다. 기술부, 생산부, 자재부, QC부 모두다 필자의 제안을 반겼지만 영업부장과 영업전무는 저항했다. 그 동안 기업에서 확고한 자리를 굳혀온 전무가 반대하면 기업의 오너도 더 이상 강요하기 어려운 것이다.  


영업부서 사람들이 주문자로부터 받는 기술자료를 연구하고 에러를 확인하고 중요한 사항을 기록하여 다음단계인 기술부로 넘겨주면서 모든 간부들에게 정확한 기술개념을 브리핑 해 준다면 시행착오도 없을 것이고, 잦은 설계변경(Revision)도, 재작업도, 야간작업도, 유휴대기 시간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방법이 그 다음 부서인 기술부와 생산부로 연결되어 수많은 낭비와 품질저하로 이어지고 지체상금까지 물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공장의 품질과 생산성은 전적으로 공장근로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영업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Off-line QC(공장 밖 QC)가 On-line QC(공장 안 QC)보다 더 강조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는 것이다. 이는 시공사, 감리사, 설계 사 등 건설관련 기업에서도 정확히 적용될 것이다.            


바통터치 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을 대강만 살펴보자. 열교환기라는 것은 더운 물이 통과하면 찬물로 바꾸고, 찬물을 더운 물로 바꾸는 비싼 제품이다. 일본의 비스비시, 마쓰이 등으로부터 주문 받아 완제품을 만들어 낸 10여개의 제품이 완제품 단계에서 불량품으로 판정받아 폐기처분되고 엄청난 지체상금도 물었다. 바통터치의 문제로 인해 에러가 발생한 것이다. 중간 간부들은 이를 최고 경영자에게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여러 달 동안 애를 쓰다가 불가항력적으로 노출됐다.


Tube와 그 속으로 결합돼야 할 내용물의 결합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Tube를 재작하는 사람과 내용물을 제작하는 사람이 제 각기 안전계수를 적용함으로써 속 사이즈가 겉 사이즈보다 커짐으로써 결합이 불가능해지자 이를 무리하게 두드려 삽입한 후 납품함으로써 오너가 사용하다가 문제가 야기됐고 그 결과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고 간부들에 대해서는 감봉조치가 이루어 졌지만 시스템적 예방조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중요한 제작공정에 대해서는 작업을 하기 전에 오너 측을 불러 오너의 감독 하에 작업을 하기로 결정해놓고도(Pre-inspection point) 오너 측의 감독 없이 제품을 완성하여 오너 측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오너의 요구가 공장으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이미 다 만들어졌으니 믿어 달라”떼를 써 봤지만 오너 측이 이를 수용할 리 없었다. 오너 측이 leak test를 하자 2개의 제품 모두가 불합격되었다. 3회 둘러야 할 용접을 2회만 둘러 이를 지켜본 오너로부터 불신을 받기도 했다. 용접에 대한 오너 측의 요구가 용접공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열교환기와 타워를 연결하는 노즐의 길이에 착오가 나 기술부가 공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공장은 이를 이미 제작해 버렸다. 열교환기에 소용되는 20인치 파이프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그대로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여러 개의 완제품을 만든 다음 자력 테스트(Magnetic Test)를 해보니 파이프에는 머리카락만한 균열(crack)이 나 있었다. 여러 날에 걸쳐 수정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폐기되고 지체상금을 물었다. 수입되자마자 즉각 실시해야 할 테스트를 하지 않고 창고에 저장했던 것이 이토록 큰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어떤 부품에는 섭씨 900도에서 강도를 높이라는 이른바 Normalizing을 해달라고 오너측이 요구했지만 이 기업은 수집상으로부터 다품종 소량 자재를 구매해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수집상에게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특별히 강요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구매부와 QC부가 합의하여 성적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오너 측으로부터 팩스를 통해 특수 품목을 주문받았지만 그 팩스내용이 분실됐다. 이런 식의 수많은 에러는 바통터치 시스템 등 Off Line QC 시스템의 허술성에서 유발됐다. 이러한 에러들은 기술부 요원들이 제품에 대한 개념과 오너의 특별 요구사항들에 대한 사전 개념 없이 시간에 쫓기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들이다.


필자는 연구소에서 연구를 할 때마다 며칠씩 과제의 개념을 확정하기 위해 토의를 주재했다. 개념을 완전하게 설정하면 수하의 연구자들은 동료 연구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서로서로 도움을 준다. 주문생산 기업체에서나 건설업에서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업을 빨리 시작한다고 해서 프로젝트가 빨리 성공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작시간을 늦게 하는 것이 에러를 줄이고 최단시간 내에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즉 Off-line QC로부터 단단히 챙기고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 것이다.


외국에서 길 하나 사이를 두고 한국 건설업체와 미국 건설업체가 쌍둥이 건물 하나씩을 수주 받아 건설을 시작했다. 한국 업체는 계약서에 서명이 끝나기기 무섭게 현장이 요란하게 돌아갔지만, 미국 업체는 1개월이 지나도록 현장이 조용했다. 늦게 시작한 미국 업체가 가동되기 시작하자 건설속도는 놀라웠다. 그들은 시행착오 없이 PERT개념에 따라 단숨에 건설을 마무리했지만 한국 업체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자재 조달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고, 감리사외의 시간 협조가 원활치 못하고 재작업을 하는 등 많은 비용을 치렀다고 한다.


우리는 위의 사례들을 통해 유관부서 간에 지혜를 모으고 개념을 파악하고 품질상의 유의사항들에 대해 연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경영은 관찰력과 지혜를 통합하는 기술로 하는 것이지 권위로 하는 것이 아니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경계 없는 경영(boundaryless management)을 강조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한 경영방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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